국내 원자력발전소가 개발사의 공식 지원이 중단된 윈도우NT·2000·XP 등을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제어망이 인터넷·업무망이 분리돼 있어 안전하다는 입장이지만 지난 5년 동안 1800여회의 사이버 침해를 당하는 등 사이버 보안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22일 김제남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사용연한을 연장한 고리1호기의 원전 디지털계측제어시스템(MMIS) 설비 등 일부 시스템의 운영체제(OS)로 윈도우2003 버전을 사용하는 등 한국수력원자력의 OS가 여전히 윈도우NT·2000·XP 등을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 디지털계측제어시스템은 원전 기술의 핵심으로 원전 운영과 제어, 계측 및 비상시 안전 기능 등을 통합 관리해 원전의 ‘두뇌, 신경망’이라고도 불린다. 

한수원은 이런 시스템 운영에 지원이 중단된 OS를 사용하는 것이다. 윈도우NT는 1993년 기업용으로 출시된 OS로 수차례 버전이 업데이트 됐다. 윈도우2000은 2000년 발표된 윈도우NT 계열의 기업용 OS다. 윈도우XP는 윈도우NT와 일반 소비자용 윈도우인 95나 98 등의 통합 버전으로 2001년 출시돼 사용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사는 지난 4월 윈도우XP 등 지원을 종료했다. MS사의 지원 중단은  이 제품들은 각종 악성코드·바이러스·해킹 등에 취약해 질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원전의 사이버 보안 취약 문제가 대두됐다. 최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수원 사이버 보안 자체 점검 실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5년간 1843회의 사이버 침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부터 바이러스·악성코드 감염 흔적이나 USB 등을 무단 사용하고 비인가 무선 네트워크에 접속은 물론 계정 및 비밀번호 보안 설정 미흡 등 기본적인 정보보호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같은 당 전정희 의원은 “한수원 정규직이 용역업체 직원에게 내부 컴퓨터망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제공했다”며 “만약 이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외부 해커 등에게 유출된다면 사이버 공격을 통해 원전 계측제어 계통의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어 원전 정상운전은 물론 원전 안전까지 위협당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수원 측은 2013년 4월부터 제어망을 인터넷망과 분리해 철저히 차단된 독립 폐쇄망을 운영 중이라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올해도 28건의 사이버 침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홈페이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최 의원실에 재출한 해외의 원전 관련 시설의 사이버 침해 현황을 보면 올해 1월 일본 몬주 원전에서는 제어실PC에서 작업자가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수행하던 중 악성코드에 감염돼 4만2000개 이상 관련 문서가 도난당했다. 

이란에서는 악성코드가 USB를 통해 원전 네트워크에 전파됐으며 미국에서는 2009년 전직 직원이 에너지수요예측시스템 조작을 통해 원전을 공격하려다 발각되거나 원전 네트워크에 과다한 컴퓨터 트래픽이 발생하는 등의 사이버 침해가 발견됐다. 이에 따라 원전 제어시스템 및 원자력 시설 원심분리기가 파괴되거나 원전 정지, 관련 문서 도난 등 피해가 발생했다. 

최 의원실은 “인터넷 망에 대한 사이버 침해가 발생하고 있고 내부망에 대한 패스워드 유출 사고가 발생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은행권 ATM기 역시 독립적인 폐쇄망을 사용한다고 하지만 관행적으로 굳어진 실수 혹은 악의적 이용자에 의한 바이러스 유포 등에 취약한 것은 사실”이라며 “업무자들이 USB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아예 다른 OS를 체택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 외국계 민간 기업의 프로그램 개발자는 “폐쇄망을 사용하더라도 OS업데이트를 하겠지만 OS 교체가 가장 안전한 방법일 수밖에 없다”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하더라도 사고가 발생한 후 손실에 비하면 조족지혈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원전 제어망과 업무망을 확실히 분리해 외부 사이버 공격 위험성은 없고 지원 중단 OS를 사용하더라도 보안USB를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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