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학번 박은혜' 학생이 사라졌다.

한 광고회사가 소주 제품을 마케팅하기 위해 세운 사이버 가상대학인 '아홉시반 주립대학' 홈페이지에 올라온 정부 비판 내용의 대자보가 홈페이지에서 삭제됐기 때문이다. 

박은혜 학생 명의로 올라온 대자보는 정부 대책을 신랄하게 비꼬면서 화제가 됐다.

"아홉시 반이다. 이제 내 카톡 좀 그만 뒤져"라는 제목의 대자보에서 박씨는 "내가 자기한테 섭섭한 거 친구들한테 투덜댈 수도 있는 거 아니냐"며 "왜 그게 우리 사이를 모독하는 일이 되는건데"라고 썼다. 

이어 "아무리 그래도 내 카톡이랑 페북 다 뒤지는게 말이 돼", "7시간 동안 어딨었냐고 핸드폰 좀 보여달라했을 땐 사생활 침해라고 난리더니"라는 내용도 썼다. 

박근혜 대통령의 모독 발언 이후 검찰이 전담수사팀을 설치해 강력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풍자하고, 카카오톡 압수수색의 사생활 침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을 밝히지 못하는 세태를 비판한 것이다. 

해당 대자보는 광고회사와 광고 의뢰회사(소주 제품 회사), 제작사들이 공동 협업을 통해 가상인물인 '박은혜'라는 이름으로 올린 것이다.

누리꾼들은 정부를 향한 뼈있는 내용이라며 SNS를 중심으로 대자보 내용을 공유했고, 화제가 되자 미디어오늘을 비롯해 중앙일보,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 15개 매체에서 대자보 내용을 소개했다.

아홉시반 주립대학 운영 측은 지난 8월 '2014학번 박은혜' 이름으로 올린 또다른 대자보도 삭제했다. 해당 대자보도 "어젯밤, 남자친구가 7시간이나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뭘 했냐고 다그치니까 그런 건 사생활이라며 가만히 있으라네요. 아니 연인 사이가 그럼 공적인 사이인가"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홉시반 주립대학 운영 담당자는 지난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술자리에 오고갈 수 있는 얘기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그런데 결국 언론보도 이틀만인 21일 대자보를 삭제했다. 

누리꾼들은 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꼬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삭제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 소주 마케팅 차원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
 

 

운영담당자 측은 "외부적 압박에 따른 것은 아니고 자발적으로 삭제한 것"이라며 "광고주 측에서 공식적으로 의견을 받아야 입장을 말씀드릴 수 있다"고 전했다.

광고주 측 홍보실은 대자보가 삭제된 경위에 대해 "아홉시반 주립대학은 커뮤니케이션 소통 수단으로 대자보와 현수막 등을 통해 술자리에서 할 수 있는 얘기를 하고 있다"며 "그런데 해당 대자보만 부각돼 이슈로 확산되고 자꾸 정치적 해석을 내려 비공개로 해둔 상태"라고 밝혔다.

홍보실은 "대자보는 학생들의 사연을 받아 올리기도 하고 술자리에서 할 수 있는 속시원한 얘기를 할 수 있는 매체"라면서도 "전체 캠페인의 일부분인 대자보 하나로 다르게 비쳐지는 부분이 있다. 외부 압력은 받은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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