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한 풍자 그림을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뿌린 이하 작가(팝아트)가 경찰에 연행됐다.

이하 작가는 20일 오후 12시경 광화문 동화면세점 옥상으로 올라가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그림 4천 5백장을 뿌렸다. 

그림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형형색색의 한복을 입고 머리에 꽃을 꽂고 있다. 그리고 박 대통령 위에는 'WNATED', 아래는 'MAD GOVERNMENT'(미친 정권)이라고 쓰여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수배하는 전단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곧바로 이 작가를 건조물침입죄로 연행해 현재 종로경찰서 강력계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하 작가 뿐 아니라 동화면세점 옥상에 올라와 동행취재를 하고 있던 주간경향 사회팀 김태훈 기자도 연행했다. 

이 작가는 그림 3만 5천장을 준비해 동화면세점 뿐만 아니라 지하철에서도 그림을 배포했다.

이 작가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그림을 공개하면서 "두렵다. 전립선이 떨리도록 두렵다. 나의 작가생명이 끝날수도 있다는 두려움. 이 거지같은 세상에서 역사의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나의 행위가 어떠한 가치도 의미도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무섭도록 두렵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작가는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경찰이 건조물침입죄에 대해서는 많이 묻지 않고 그림을 뿌린 목적과 의도를 집중적으로 물었다"고 전했다.

   
▲ 이하 작가가 페이스북에 공개한 그림.
 

이 작가는 그림의 의미에 대해 "정부는 '미친 정권'인 것 같다. 어린 학생들을 죽여놓고 나몰라라 하고, 부정선거가 밝혀졌는 데도 나몰라라 하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침해당하고 있다"며 "아무리 좋게 봐도 독재정권이라고 생각해서 저항의 의미를 담아 정권을 지명수배하는 전단을 풍자적으로 뿌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표현의 자유라는 것은 민주주의 가치 중 제일 최고의 가치"라며 "표현의 자유는 굳이 법적으로 판단을 내리지 않아도 대중이 가장 예리하게 파악해 평가를 내린다"고 강조했다.

이 작가는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에도 박근혜 후보를 풍자한 포스터를 거리에 붙힌 혐의로 기소돼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후 이 작가는 박 대통령 뿐만 아니라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풍자 그림을 그리면서 20여 차례 재판을 받기도 했다.

이 작가는 "작가 인생으로 이 같은 법의 잣대를 즐겁게 받아들인다"며 "겨우 이거 가지고 내용을 문제삼아 법으로 처벌해 입을 막으려는 시도가 언젠가는 코미디가 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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