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한국사 국정화에 찬성하는 교육·시민단체의 보도자료를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교육부 대변인실 관계자와 출입기자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7일 오전 교육부 출입기자들에게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위한 교육시민단체 협의회’라는 곳에서 낸 성명서를 이메일로 전달했다.

자율교육학부모연대가 간사를 맡고, 대한민국헌정회와 재향군인회, 한국중등교장협의회 등 13개 교육·시민단체가 참여한 것으로 되어 있는 이 협의회는 성명서에서 “국론 분열 방지를 위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조속히 결정할 것을 촉구한다”며 “전국역사교사모임과 일부 역사학자들이 소수 의견만을 내세우면서 국정교과서 무력화 책동을 계속한다면, 역사적 왜곡 문제 이전에 법치에 의한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것으로 교육자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해당 보도자료는 우리 부 역사교육지원팀에서 검토한 다음 홍보담당관에게 배포해 달라고 요구해 대변인실이 최종적으로 결정해 배포한 것”이라며 “내용도 살펴봤지만 우리가 시민단체와 입장을 같이해서 배포한 것은 아니고 다른 보도자료도 전달 요청이 있으면 전달해준 사례가 있어 업무협조 차원에서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동성명에 참여한 단체 중 일부는 자율교육학부모연대로부터 연대 성명 관련 협조요청을 받은 적이 없음이 확인됐다. 한국중등교장협의회(최수혁 회장) 관계자는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우리는 중등교장 연수단체로 해당 시민단체로부터 그런 협조 공문을 받은 적도 없고 관련된 얘기를 전혀 들은 적도 없다”며 “회장 단독 결정으로 성명이 나갈 수 있는 성격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직 국회의원 단체로 구성된 대한민국헌정회(목요상 회장)는 사무국 차원에서는 공식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으나, 헌정회 역사바로세우기특별위원회 간사인 김의재 전 의원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공식요청을 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특위)가 의견을 같이해서 성명에 참여한 것”이라며 “국정화 찬성은 헌정회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간사 단체로 표기된 자율교육학부모연대의 조진형 상임대표는 지난달 25일 교육부 주최로 열린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 개선을 위한 2차 토론회에 참석해 “현재 학교 교육 현장은 이념 편향적인 근현대사 서술로 채워진 교과서와 일부 좌편향 교사들의 계기교육이 일상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철저히 사실로서 규명된 정사(正史)로 쓰인 국정교과서로의 전환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달 25일 오후 교육부 주최로 열린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 검토’ 토론회에 앞서 서울교대 정문 앞에서 한국사 국정화 반대와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 설치를 촉구하는 교사선언을 발표했다. 사진=강성원 기자
 

문제는 성명서 내용과 참여단체 등을 확인하고도 교육부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해당 단체들의 성명서를 보도자료를 통해 기자들에게 전달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교육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공론화로 민감한 상황에서 국정화에 찬성하는 정체불명의 협의회 성명서를 뿌린 것은 정말 막 나가는 것이 아니라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조 회장은 “단체 성격은 둘째 치고, 교육부가 스스로 여러 번 밝힌 것처럼 국정화 정책에 대해 찬반 의견을 듣는 과정이라면 공정하게 들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국정화 찬성 쪽 단체 입장을 보도하게끔 협조한 것은 굉장히 문제”라며 “우리 모임과 교사들에 대한 명예훼손 등에 대해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하병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교육부가 공적인 보도자료 배포망으로 편향된 요구가 반영된 보수단체의 성명을 전달한 것은 해당 단체의 대변인 역할을 한 것이므로 (정치적 중립의무) 위법 소지가 있다”며 “이는 교육부 스스로 우익단체를 동원해 국정화 홍보 수단으로 삼는 일련의 과정으로 국정화를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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