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으로 정치활동이 금지된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가 세월호 특별법 반대 집회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무죄판결 규탄 집회 등에 조직적으로 회원을 동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3일 미디어오늘이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로부터 받은 고엽제전우회 서울지부 공문 등에 따르면 고엽제전우회는 ‘세월호 관련 업무 지시’, ‘이석기 내란선동 재판부 규탄 기자회견 참석 지시’ ‘교육감직선제 폐지 촉구 서명운동 지시’ 등의 공문을 각 지회로 보내 회원들의 정치활동을 조직적으로 부추겼다.

고엽제전우회는 고엽제 후유증 환자·자녀의 친목 도모와 자활능력 배양 등을 목적으로 설립돼 국가보훈처로부터 단체운영비 명목으로만 연간 26억가량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는 단체다. 고엽제후유의증 등 환자지원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고엽제 환자 지원법)에 따르면 고엽제전우회는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

한 고엽제전우회 회원은 김기식 의원실 관계자와 인터뷰에서 “본부의 명령에 따라 집회 장소 집결과 인원 점검 등을 하는데 일흔이 넘는 사람들이 군복을 입고 집회에 동원돼야 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집회 동원에 불응하면 바로 (본부에서) 지회장들을 직위해제하고 직무대리를 내려보낸다”고 말했다.

   
지난 7월 25일 고엽제전우회 서울지부가 각 지회로 보낸 ‘세월호 관련 업무 지시’ 공문. 김기식 의원실 제공
 

특히 고엽제전우회 서울지부의 세월호 특별법 반대 활동 관련 업무지시 공문에서는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유가족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을 야권과 특정 집단이 요구하며 국회를 마비시키고 있다”며 “국민 혈세로 복지 포퓰리즘을 일으켜 국가를 어렵게 하고 있어 국민들에게 올바른 사건의 진상을 알려달라”고 주문했다.

고엽제전우회가 해당 공문과 함께 첨부한 세월호 사건 관련 홍보자료는 보수성향의 인터넷매체 ‘뉴스타운’ 칼럼 기사다. 이 칼럼은 쓴 이종택 객원논설위원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유가족과 국민에 대해 “국회 앞에서 난동을 부리는 짓”, “수학여행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을 뿐인 피해자들을 이용해 민심을 유리시키려는 새민련과 종북좌파의 간악한 선동행위”라는 등 폄훼 주장을 쏟아냈다.

아울러 고엽제전우회는 “교육감 직선제로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좌파 인물을 대거 당선시키고 학생들에게 이념 교육을 주입하는 망국적 교육의 원흉이 됐다”며 “전교조 출신 교육감이 당선되는 폐해를 초래했다”고 교육감 직선제 폐지 촉구 서명운동을 펼쳤다.

   
지난해 12월 17일 국회 정문 앞에서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주최로 열린 국정원 강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김기식 의원은 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국가보훈처가 이 같은 고엽제전우회의 정치활동에 대해 모를 리가 없고 그동안 법령이나 사업 검토 등을 제대로 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한 것”이라며 “법으로 정치활동이 금지돼 있어 이런 활동들 모두 불법이고 보훈처가 관리감독과 시정조치를 제대로 안 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엽제 환자 지원법에서 규정한 고엽제전우회 사업은 △고엽제 관련자 상호 간의 상부상조를 통한 친목도모 △고엽제 관련자의 복지증진 및 권익사업 △고엽제 관련자의 명예선양 및 추모사업 △호국정신 함양 및 애국심 고취 등이다.

이와 관련해 국가보훈처는 김 의원에게 보낸 답변서에서 “고엽제전우회는 국민의 호국정신 함양과 애국심 고취, 국가안보 활동 등 사업을 단체 설립 초기부터 수행하고 있었다”며 “고엽제전우회의 안보활동이 정치활동으로 오인될 소지들은 스스로 자제해 나가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오는 국정감사에서 보훈처의 보훈단체에 대한 부실한 관리 책임과 수익사업 감독과 관련한 비정상적 규제 감축 등에 대해 따져 물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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