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는 입 안에 넣은 감자가 겉은 식었으나 속은 뜨거워서 뱉을 수도 그렇다고 다시 뱉을 수도 없다는 뜻의 'Hot Potato'를 직역한 단어다. 사람들은 매우 민감해서 해결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외면할 수도 없는 문제를 언급할 때 이 단어를 종종 사용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말 그대로 박근혜 정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더 내고 덜 받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여당의 공무원연금법 개혁안은 100만명에 육박하는 공무원을 적으로 만드는 난처한 상황이 됐다. 

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61)이 수석 내정 발표 3일 전인 지난 6월9일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소환 조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다음은 23일 주요 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송광용, 청 수석 내정 3일 전 경찰조사 받았다>
국민일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 '떼법 만연' 사회>
동아일보 <말도 못꺼낸 '공무원연금 개혁'>
서울신문 <기업이 덜 낸 세금 서민이 메웠다>
세계일보 <'교육내전' 격화 학생들만 피해>
조선일보 <입도 못뗀 '공무원연금 개혁'>
중앙일보 <친구가 줄었다…장안초교 쇼크>
한겨레 <이병기 국정원장, 정치중립 지킨다더니…>
한국일보 <골고루 안 돌아가는 국가장학금>

   
 
 

'공무원연금 개혁 토론회' 노조 반발로 무산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논의하기 위해 22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과 한국연금학회의 정책토론회가 공무원노조 등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됐다고 서울신문이 보도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정부와 함께 10월 중에 연금개혁 최종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한국연금학회를 내세웠지만 사실상 새누리당의 개혁안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토론회에서는 ‘재직 공무원의 본인 부담액을 43% 올리고 연금 수령액은 34%까지 줄인다’는 내용의 연금학회 개혁안에 대해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눌 예정이었다.

이충재 전공노 위원장은 “공무원연금은 처음부터 공무원은 보수와 퇴직금이 적고 재직 중에 각종 불이익을 감수한 만큼 나중에 연금으로 보상하는 제도였다”면서 “연금학회는 결코 수용할 수 없는 방안을 일방적으로 만들어 놓고 배포했다”고 강조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은 오는 11월 1일 ‘100만 공무원 총궐기대회’ 등의 대규모 상경 집회를 예고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공무원노조의 조직적인 반대 행동으로 토론회가 무산된 것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하면서 “향후 의견 수렴 절차를 다시 거친 뒤 10월 중으로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각 신문은 이번 공무원 연금 개혁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새누리당의 의뢰로 연금학회가 마련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골자는 2026년까지 공무원의 연금 부담액을 단계적으로 43% 올리고, 수령액은 34% 줄여 지금보다 ‘더 내고 덜 받는’ 것이다. [동아일보]

지급 연령도 61세에서 65세로 늦추고, 기존 퇴직자에게도 수령액의 3%를 재정안정화 기여금 명목으로 떼기로 해 사실상 지급분을 깎았다. 2016년 이후 임용 공무원은 국민연금과 같은 부담과 혜택을 적용하는 대신 퇴직수당을 일반회사원 퇴직금 수준으로 올려주기로 했다. 이 같은 개혁안이 현실화한다면 공무원들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주는 건 사실이다. [한국일보]

공무원연금 적자는 이번 정권 5년은 매년 평균 3조원, 다음 정권 5년은 평균 6조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두 정권 10년 동안 50조 가까운 돈이 드는 것이다. [조선일보]

   
 
 

언론, 공무원노조 집단행동 맹비난

다수 언론은 공무원노조가 토론회장을 난장판을 만들었다며 다음과 같은 기사와 사설로 강하게 비판했다. 

[세계일보] 툭하면 집단행동…난장판 된 공무원연금 공청회
"민의의 전당이 토론 대신 격한 말다툼과 거센 항의로 얼룩지고 있다. 정부와 자치단체, 여당이 추진하는 핵심 사안에 불이익을 우려한 이익단체들이 실력행사에 나서면서 의원 간 논의가 번번이 중단된다. 이익단체들의 이기적 행위와 정부·여당의 정치력 부족이 툭하면 일어나는 난장판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일보 사설] 공무원연금개혁 논의조차 못하게 막는 전공노
"일반 국민의 수범을 보여야 할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 앞에선 여느 사사로운 이익집단과 다를 바 없는 행태를 보이는 현실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일보 사설] 연금 개혁 반대 집단행동, 아무도 지지 안 한다
"제정신이 박힌 공직자라면 지속가능성을 걱정하고 국민이 겪는 상대적 박탈감과 고통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이번에 제대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더 이상의 집단행동은 곤란하다. 새누리당과 정부도 공무원들의 집단행동에 밀려선 안 된다."

조선일보 [사설] 공무원연금 개혁, 노조가 막으면 국민도 참지만 않을 것
"공무원연금 개혁은 140만명에 달하는 퇴직·현직 공무원들의 노후(老後) 보장 문제가 달려 있기도 하지만, 구멍난 공무원연금 부족분을 채워줘야 하는 다수 일반 국민의 이해관계도 걸려 있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노조라는 단단한 조직을 만든 후 거둔 조합비를 집회와 광고에 쓰면서 연금 개혁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공무원을 적으로 돌리기 곤란한 정부여당

공무원연금 개혁은 말로 훈수두기는 쉽지만 실행은 어렵다. 정부 정책을 현장에서 집행하는 공무원들을 적으로 돌리기는 부담스러울뿐만 아니라 선거에서 공무원 표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이 지금이 최적의 시기라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영삼 정부 이후 역대 정권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시도했으나 총선·대선과 100만 공무원 표를 의식해 시늉에 그쳤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최근 “공무원과 등지는 한이 있더라도 공무원연금 개혁을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2016년 4월까지 전국단위 선거가 없는 지금이 공무원연금 개혁의 최적기다. 나라 곳간을 거덜 내지 않으려면 공무원연금 개혁이 전공노에 휘둘려선 안 될 것이다." [동아일보]

하지만 공무원연금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신문들은 전망했다.

[서울신문] ‘고성’에 묻힌 공무원연금 개혁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놓고 정부·여당과 공무원노조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양측의 ‘강대강’ 대치가 계속될 경우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장기화 국면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동아일보] 말도 못꺼낸 ‘공무원연금 개혁’
"100만 공무원과 그 가족들을 상대로 하는 만큼 조직적인 저항이 거세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현 제도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크지만 공무원 조직의 ‘무조건 반대’ 기류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여권 내부에서는 “그나마 선거가 없는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완성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공무원 조직 전체를 등 돌리게 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공무원에 대한 추가 인센티브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겨레 등 소수 언론은 사회적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사설] 사회적 대화로 풀어야 할 공무원연금 문제
"공무원연금의 만성적 재정불안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개혁안은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중략) 그러나 정부와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 개혁은 방향과 방식에서 갈등만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다. (중략) 이런 중대 사안에 대한 개혁안을 이해당사자의 의견 수렴 없이 추진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몇 시간짜리 토론회는 요식 절차일 수밖에 없다."

   
 
 

송광용, 교육문화수석 내정 3일 전 경찰조사 받아

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61)이 수석 내정 발표 3일 전인 지난 6월 9일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소환 조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경향신문은 경찰 수사를 받는 인사를 대통령 보좌 교문수석으로 임명하면서 청와대는 다시 인사검증 시스템의 구멍을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송 전 수석은 청와대 재직 이후에도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경찰 수뇌부는 송 전 수석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키로 결정하고 이틀이 지난 19일이 돼서야 수사 중 인물이 청와대 수석이란 점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2일 “지난해 초부터 17개 국·공·사립 대학의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를 수사한 결과 송 전 수석과 송 전 수석이 총장으로 재직한 서울교대 등 6개 대학 법인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 대학은 지난 수년간 ‘1+3 유학제도’를 교육부 장관 인가 없이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초서는 지난 16일 ‘송광용 전 교대 총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키로 결정했다. 이어 19일 서울경찰청에 이런 사실을 보고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중인 인물이 송 전 수석이라는 사실을 19일 파악했고, 당일 경찰청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사를 했던 서초서 관계자는 “송 전 총장이 현직 청와대 수석이라는 사실을 21일까지 몰랐다”고 부인했다고 경향은 전했다. 

송 전 수석은 지난 20일 사직서를 냈다. 경찰 수뇌부가 위법 혐의를 파악한 직후 송 전 수석이 사의를 표명했고 청와대는 사표를 수리했다. 경향신문은 "그런데도 경찰은 '오비이락'이라고 말했다"며 "이번에도 따로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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