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6일 그날의 상처 이후 벌써 5개월이 지났습니다. 시간이 그렇게 지났음에도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상처는 곪고 아픔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 상처가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이렇게 깊어질 줄 생각 못했습니다. 대통령의 말처럼 특별법이 금세 만들어 지고, 명백하게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조금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들은 이 아픔이, 이 울부짖음이, 이 고통이 빨리 잊혀지기만을 바랬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 눈물을 훔치던 손은 어느새 손사래를 치며 안 된다고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특별법은 안 된다고, 그만 좀 울라고, 진상 따위 알려고 하지 말고 보상금이나 받으라고 다그치고 있습니다.

지금 아파하며 울부짖고 광화문에서 청운동에서 한뎃잠을 자는 어머니, 아버지들은 떼를 쓰는 것이 아닙니다. 상처가 깊어 속을 다 후벼 파도록 아파하다 이제는 통증마저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가슴이 새까맣게 타버린 우리 이웃입니다. 아파하는 이에게 손을 잡아 주고 위로해 주는 것은 사람의 도리입니다.

아파하며 고통을 호소하는 국민은 여지없이 무시하고, 외려 그 상처를 들쑤셔 더 아프게 만드는 국가가 지금의 대한민국입니다. 지금 국가는 사람의 도리는 무시한 채 짐승이 되려 하고 있습니다.

광화문의 사람들은 짐승이 되려는 야만적인 국가와 싸우고 있습니다.

민생 경제 운운하며 유가족들에게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양보하라며 국회 파행의 책임을 유가족들에게 전가시키고, 참사를 두고 ‘국가 대개조’의 기회 운운하는 국회의원들. 게다가 요즈음 단식 천막 앞에서 폭식을 하며 조롱하는 일베의 도를 넘는 행동은 야만의 국가를 더 부추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람이 아무리 세게 분다고 한들 옷이 벗겨질 리 없습니다. 바람이 세지면 세질수록 옷은 더 단단히 여미게 될 테고, 천막끈을 더 단단히 동여맬 것입니다. 아무리 드센 바람도 견뎌내도록 하는 게 사람의 온기입니다. 그리고 광화문은 매일 다른 사람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그 목소리가 더운 열기로 진실을 밝힐 것입니다.

우리는, 야만이 아니고 온기를 지닌 우리는, 사람의 방법으로 짐승과 싸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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