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송전탑 건설과정에서 연이은 불법행위가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이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9일 초고압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경북 청도 삼평1리 지역 주민들에게 ‘돈 봉투’를 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밀양에서는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부실 시공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은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청도 345kV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청도경찰서 정보보안과 전 아무개 계장은 추석연휴 기간인 지난 9일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 7명에게 총 1700만원을 건넸다. ‘이현희 청도경찰서장’이라고 인쇄된 흰 봉투에는 각각 100만원에서 500만원의 돈이 들어있었다고 대책위는 밝혔다. 청도 삼평리는 송전탑 건설을 두고 5년째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이현희 청도경찰서장은 한전에서 돈을 받아 위로 차원에서 송전탑 반대 주민들에게 전달했고 한전 명의로는 안 받을 것 같아 자신의 이름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 서장을 직위해제 했다. 대책위는 “경찰서장이 기업의 돈 배달을 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한전이 이 전 서장에게 건네준 돈의 출처도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이 전 서장과 이강현 한전대구경북건설지사 전 지사장 등을 경찰직무법 위반과 모욕 및 금품뇌물제공 등의 혐의로 각각 경북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한전 직원들은 돈의 출처를 ‘개인 돈’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남 “본인 돈이라고 하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 정확히 (수사)해야 한다”며 “돈의 출처나 성격을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 청도 345kV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청도경찰서 정보보안과 전 아무개 계장은 추석연휴 기간인 지난 9일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 7명에게 총 1700만원을 건넸다. <사진=이보나 청도 345kV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상황실장>
 

밀양에서 건설 중인 송전탑에서는 부실 시공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권익위는 지난 6월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로부터 밀양 송전탑 부실 시공과 관련된 신고를 받았다. 110번 송전탑 기초 구조물인 다리 한쪽에 콘크리트가 아닌 잡석 등이 섞였다는 것이다. 송전탑의 기초구조는 콘크리트로만 채워져야 한다. 

권익위는 “시공회사가 110호 송전탑 D각 기초부위를 설계 도면대로 하지 않은 사실과 감리회사가 110호 송전탑 D각 기초부위를 설계도면대로 공사감리하지 않은 의혹이 신고자의 확인 조서, 상주 감리원의 확인서, 현장조사 등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해당 사실이 국민의 안전을 침해하는 공익침해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산업통상자원부와 경찰청으로 넘기기로 결정했다. 

장하나 의원실에 따르면 현장 작업자였던 최초 제보자는 “콘크리트 운반 비용 절감을 위해 시공사측에서 잡석을 섞었다”고 진술했다. 송전탑 기초부위에 들어갈 콘크리트는 헬기로 운반하는데 헬기 운항에 따른 비용을 줄이기 위해 부실 공사를 했다는 것이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송전탑 지반에 잡석을 넣게 되면 구조물의 불연속층이 형성되면서 지반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한전의 무리한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총체적인 불법 비리 행위가 드러나고 있다”며 “국민 안전은 무시하고 송전탑 건설 준공만을 우선시해온 한전의 태도가 불법과 부실시공을 야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이어 “한전의 청도 돈 봉투 살포사건과 함께 송전탑 부실 시공에 대해 한전 조환익 사장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전 홍보팀 관계자는 1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청도 돈 봉투 사건과 관련해서는 경찰 조사 중이라 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밀양 송전탑 부실공사 의혹에 대해 “국민권익위에 신고가 돼 8월에 토목 학회, 콘크리트 학회에 의뢰를 했고 문제가 있는 부분은 보강조치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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