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박근혜 대통령 ‘연애’ 발언에 대해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에서도 설 의원 사퇴 요구를 내걸고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3일 사진기자협회 체육대회에서 "어떻게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많은 논란거리를 제공하는 그런 말을 함부로 할 수 있나. 지나치다. 빨리 설 의원이 사과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윤리위원회 제소 검토 가능성을 언급하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직 사퇴까지 요구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15일 인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문화교육 위원장을 맡은 의원의 발언이 저질 문화, 저질 교육 확산의 기폭제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며 교문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이 최고위원은 설 의원의 발언에 대해 "그 말속엔 모든걸 다 떠나 여성에 대한 비하의 의미가 분명히 담겨 있다. 그분이 남성을 상대로 한 발언이었다고 한다면 결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설 의원의 지역구인 부천 원미(을)구에서 거리로 나와 설 의원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맞불 집회가 동시에 열리면서 지역 여론도 시끄러워지고 있다.

지난 14일 부천 중앙공원에서는 불과 10미터 거리를 두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집회와 설훈 의원의 사퇴를 주장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리면서 서로 고성이 오가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부천시의원 등 10여명은 설훈 의원의 발언에 문제가 없다며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눈을 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부천 원미을 당원협의회 손숙미 위원장을 포함한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 등 30여명은 여성대통령에게 '막말'을 한 설훈 의원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지난 14일 부천 중앙공원에서 새누리당 부천시 원미을 당원협의회 소속 30여명이 설훈 의원의 사퇴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이재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부천시 원미을 지역위원회도 14일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열면서 서로 고성이 오가는 신경전이 펼쳐졌다.
 

이들은 '막말하는 국회의원 부천이 부끄럽다, 설훈 의원 사퇴하라', '여성대통령 비하막말 설훈은 OUT'이라고 적힌 펼침막과 팻말을 들고 공원을 돌아다니면서 확성기를 통해 설훈 의원을 맹비난했다.

60대로 보이는 한 시민은 새정치민주연합 쪽 집회에 몰려가 "국가에서 수학여행 가라고 했느냐, 웬만히 해라 지겹다"고 소리를 질렀고, 10여분 뒤 새누리당 인사와 악수를 하기도 했다.

주말 차 없는 거리로 선정된 부천 중앙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문화제를 관람하고 있던 시민들은 확성기 소리에 눈살을 찌푸렸다. 

새누리당 부천 원미을 당원협의회는 15일 시청에서 설 의원의 사퇴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설훈 의원 지역사무실 관계자는 1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새누리당 중앙당에서 지시를 하는 것 같다. 새누리당이 지역 거점에 구청 허락을 받지 않고 설훈 의원 사퇴하라는 현수막을 내걸어 시민들이 불법이라고 신고해 공무원이 떼는 풍경도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야당 중진의원이 대통령에 대해 비판도 하고 충고도 할 수 있다"며 "해당 발언은 상임의장단 초청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서면 보고만 받고 있는데 본인 추측으로 세월호 참사도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서 보고를 제대로 못 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 시중에 나오는 연애는 거짓말이라는 얘기인데 앞 뒤 자르고 부천에서 여성 비하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미구에 살고 있는 A씨(32)는 "설 의원 발언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하지 않고 있는 박 대통령을 향한 비판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지역에서 이런 일로 시끄러워져 부끄럽다"고 말했다.

설훈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들과의 연석회의에서 "청와대에서 7시간 (동안) 뭐했냐.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얘기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도 신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잘못할 수 있으니 잘못하고 있는 부분을 잘못하고 있다고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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