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세월호 유가족과 친지분들에게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의가 살아있는 국가라면 당신들의 목소리에 이렇게 지독하게 귀 닫지 않을 것입니다.

87년  중학교 시절, '000 물러나라, 000 사퇴하라'면서 데모하는 형 누나들을 보던 기억이 난다. 그때 데모를 주도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정치를 하고 있다.  그들은 왜 목숨을 바쳐가며 큰소리로 민주주의를 외쳤을까? 정치부패를 근절시키고 민주주의를 갈구했던 그 시절의 외침은 결국 자기가 정치를 하기 위해서 거짓으로 외쳤던 하나의 도구에 불과했던 것일까?

얼마 전 세월호 동조단식에 참여했다. 이전까지 세월호 특별법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기사를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런 기사들의 주요 내용은 보험금이니, 시체 장사로 돈 버는 사람이니 하면서 세월호 참사자들의 유가족들을 겨냥한 비판의 글이 대부분이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유가족과 함께 하려는 영화인들을 SNS를 통해 알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쓴 글을 보면서 세월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관심을 갖게 될수록 지금껏 언론을 통해 들어왔던 내용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어떠한 보상이나 이득을 취하려는 게 아니었다. 그분들이 원하는 건 오로지 자식들을 차가운 바다에 묻어야만 했던, 단 한 사람도 구조받지 못한 당시 상황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고자 하는 절절한 갈망 뿐이었다. 

   
▲ 새누리당의 반대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함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유가족들은 가족을 잃고 나서 처음 맞이하는 한가위를 길 위에서 보낼 처지에 놓였다. 지난 2일 세월호 유가족들은 485만명의 국민이 뜻을 모아준 참사 진상규명 서명지를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한 삼보일배에 나섰으나 경찰의 저지로 광화문광장조차 벗어나지 못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언론은 국민의 대변인이 아닌 정부의 꼭두각시였다. 초등학교 때, '공산당은 싫어요'를 강조하는 교육을 받아 무조건 공산당이 싫었고, 5·18 민주화 운동이 '빨갱이 짓'이라고 전하는 언론을 믿고 살았기에 '지금도 언론이 바뀐 게 없구나!'라는 사실이 기가 막혔다. 잘못된 언론만 믿고 그걸 와전해서 퍼뜨리는 사람들까지도.

얼마 전 윤 일병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군대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들이 많은데 왜 유독 그 사건이 이슈화 되었는지 의아했다. 나중에 윤 일병 매형이 의사이고 외삼촌은 군법관 출신이라는 소식을 듣고, 자칫 묻혀질 수  있었던 사건이 외삼촌과 매형의 힘으로 그렇게 기사로 나왔고, 이슈화도 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중한 생명인 윤 일병 외에도 군대에서 사고로 죽어간 다른 소중한 생명들도 빠짐없이 진상규명을 했어야 했는데……

대부분의 언론은 결국 힘있는 자의 편이라는 건가? 힘이 있어야 사는 세상. 약자의 힘이 되어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는 걸까? 유가족이 원하는 세월호 진상규명이 헌법에 어긋난다면, 헌법을 개정하면 되지 않을까? 국민이 원하다면 국민에게  물어보고, 국민투표로 헌법을 개정하면 되는데……

헌법 제7조 1항. '공무원은 국민전체의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진다.' 이 법은 어디로 갔을까? 대통령은 공무원이 아니란 말인가? 

지금의 경찰들이 세월호 가족들에게 하는 걸 보면, '공무원은 대통령의 말에만 복종하며 국민의 상위 1%의 말만 듣는다'고 헌법을 고쳐야 될 것 같다. 세월호에 탑승했던 학생들의 부모가 정치인, 법관, 대기업 총수 같이 힘있는 자들의 자식들이었다면 벌써 진상규명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국민 여러분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자세히 모르면 차라리 함구하고 유가족을 비방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어릴적부터 가장 큰 불효는 자식이 부모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것이라고 배웠다. 그렇게 '큰 죄'를 짊어지고 간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두 번은 눈물 흘리도록 하지 않게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우리 스스로, 우리 손으로 뽑은 국회다. 그러니 국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한번 물어 보고 판단해야  한다. 아직도  매일 농성장에서 자식을 위해 울고 있는 부모님들을 하늘나라에서 보고 있을 세월호 희생자들이 부디 편하게 잠들 수 있게 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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