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이 청와대 앞 농성에 이어 삼보일배를 통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한 날 정작 박근혜 대통령이 '방송의 날' 행사장을 방문해 반발을 사고 있다. 언론인들은 박 대통령을 향해 무슨 낯으로 이곳까지 왔느냐며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2일 저녁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 2층에서 열린 제51회 방송의날(3일) 축하연에 참석해 “우리나라 방송의 새로운 50년을 시작하는 제51회 방송의 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날 축하연에는 안광한 한국방송협회장 및 부회장을 비롯해 이석현 국회부의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천호선 정의당 대표,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 등 국회의원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참석자들과 함께 방송의날 축하 떡을 써는 이벤트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제51회 방송의날 축하연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사진=청와대
 

박 대통령은 “새로운 50년을 시작하는 방송이 우리가 미래를 향해 나가는 길에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안으로는 공정한 여론형성과 국민통합에 앞장서면서 우수한 방송 콘텐츠를 통해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가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이 방송사 축하잔치에 가서 덕담 주고받은 이날 세월호 유가족들은 정작 통곡을 했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삼보일배를 했으나 시작한 지 10분 만에 경찰에 가로막혔다. 유족들이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에서 출발했으나 세종대왕 동상 앞을 차단한 경찰이 진입을 막은 것이다. 이 때문에 유족들은 정부에 대한 원망의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언론인들도 박 대통령의 '방송의 날' 방문을 규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11개 언론단체는 이날 63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대통령을 향해 “국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한 말도 지키지 않는 대통령이 신뢰를 미덕으로 여기는 ‘방송의 날’ 기념식에 무슨 낯으로 찾아 왔는가”라며 “여기 오기에 앞서 세월호 유가족 단식농성장부터 찾아 위로와 유감을 전하는 것이 사람된 도리요 대통령으로서의 예의”라고 비판했다.

방송사에 대해서도 이들은 “피눈물을 삼키며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세월호 유가족과,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을 이어가는 국민의 뜻을 생각한다면, 그 따위 방송을 만들어놓고 무슨 염치로 방송의 날을 기념하는가”라며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방송을 만들면서 무슨 낮짝으로 이러한 잔치상을 벌이는가”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거짓 대통령’을 자인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며 “방송사 사장들은 그간의 죄악에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지 않을 경우 기레기를 넘어 역사의 죄인으로 죄값음을 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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