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원회의 3차 면담이 30여분 만에 파행으로 끝났다. 양측은 지난 주말을 지나며 감정의 골이 깊게 파여 세월호특별법 제정은 당분간 진전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과 세월호가족대책위는 1일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3차 회동을 위해 마주 앉았으나 대화는 제자리 걸음을 계속했다.

양측은 초반부터 팽팽한 긴장감 속에 대화를 시작했다. 김병권 세월호가족대책위원장은 첫 발언에서 “오늘까지 마주 앉은 게 세번인데 만약 1, 2차처럼 설득하겠다는 취지라면 일어나서 나가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만남 전 일부 언론에서 우리가 양보된 안을 가지고 나온다고 했지만 양보할 것이 없다”며 “이 문제는 법 제정 문제로 정치적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당시 언론 보도에 혼선이 있어서 말한 것이고, 내용은 지난 수요일 이 자리(2차 회동)에서 말한 것과 같다”며 “수사권·기소권을 진상조사위원회에 귀속하는 것은 위헌적 기관을 창설하는 것으로 도저히 국회에서 법으로 만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또 “여야 협상과정에서도 새정치연합이 수사·기소권 부여 문제를 주장하지 않았다”며 “여야는 이미 특검임명 부분에까지 단일협상안을 만들었는데 (그런 과정을 모두 무시하고) 이제 와서 수사권·기소권 귀속을 가족대책위의 공식안이라고 말하면 대화가 진척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유가족 대표자께서 지난 2차 회동 후 4~5일 시간을 달라고 해서 새로운 안으로 특검 지명 문제를 논의하자고 해서 새롭게 논의가 진행된다고 말했다”며 “이 자리에서 말한 것과 다른 게 없다”고 강조했다.

약 30분 가량 법적 쟁점에 대한 의견차가 크다는 걸 확인한 유가족 대책위는 면담장에서 퇴장했다. 유경근 세월호가족대책위 대변인은 “김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주말동안에 한 말은 대화를 안하겠다는 자세”라고 일축했다.

유 대변인은 “우리는 여야가 세월호특별법을 논의할 때 우리 안을 함께 논의해 달라고 했으나 하지 않았고, 지난번 두 번째 회동에서 처음으로 우리 안을 설명했을 뿐”이라며 “정치인이라면 일반인이 알아듣기 쉽게 우리 안을 놓고 안된다가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해야 진상규명이 가능한지를 이야기해줘야 할 것 아니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세월호가족대책위는 이날 회동 파행 후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의 전향적인 태도를 기대했지만 실망으로 돌아왔다”며 “실망을 딛고 다시 논의를 시작하려면 새누리당의 진정성 있고 전향적인 태도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월호가족대책위는 이어 “새누리당이 답을 내놓을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대통령이 답해달라”고 요구했다. 가족대책위는 유민아빠 김영오씨 주치의인 의사 이보라씨에 대한 신상조회 (관련기사: 새누리당, ‘유민아빠’ 주치의 이보라 의사 신상정보 요청) 등에 대해 문제제기 하면서 “앞에서는 해결한다면서 뒤에서는 호박씨를 까고, 가족 간 이간질을 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의 협상 자세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협상이 파행된 후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가족대책위와 만남은 재개할 것”이라면서도 “서로 감정을 누그러뜨릴 시간이 필요하다”며 주중 만남이 재개되기 어렵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새누리당과 세월호가족대책위 면담은 추석 이후가 될 것으로 보여 정기국회의 가장 큰 현안인 세월호특별법 제정은 공전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