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시민 참여형 거버넌스 사업에 대한 혹독한 평가가 쏟아졌다.

서울풀뿌리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는 28일 서울 중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박원순 서울시정과 거버넌스’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잘못된 거버넌스 형태”라고 비판했다.

행정에 시민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는 서울시의 경우 올해 1월 기준으로 136개 위원회가 존재한다. 2008년 122개였던 위원회는 정부의 중복 위원회 정리 기조에 따라 2011년 103개까지 줄었다가 박 시장이 들어선 이후 2012년 14개, 2013년 9개가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11개가 증가했다.

박 시장이 들어선 후 증가한 위원회 설치 근거는 법령에 따라 설치한 것이 57개, 조례에 따른 것이 59개이다. 이는 앞서 2011년 기준으로 비교하면 각각 55개와 38개로 조례에 따른 위원회 설치가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원회 구성은 올해 1월 기준으로 학계 및 전문가 비중이 52%로 2011년에 비해 4%포인트 가량 줄었다. 시민사회 단체 인사 비중은 13.4%로 같은 기간 8%포인트 가량 증가했다. 대부분 공무원인 당연·임명직 비율은 13.4%로 기존과 별 차이가 없었다.

   
서울풀뿌리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가 28일 서울 중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열린 토론회. 사진=김유리 기자
 

위원회 인적 구성 측면을 보면 서울시 주민참여기본조례가 정한 여성 위원 비율(30%)은 올해 1월 현재 36.7%로 충족시켰다. 다만 장애 및 장애전문가 위원수는 전체 1.3%로 변함이 없어 장애인 등 소수자에 대한 고려는 크게 개선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 중복도는 상당히 높아져 지난해 기준으로 4개 이상 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 수는 43명에 달했다. 2011년에는 3개 이상 중복 위원수가 34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이다.

박 시장의 대표적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을공동체위원회는 “우왕좌왕하는 박원순식 거버넌스를 가장 잘 보여준다”는 평을 받았다. 마을공동체위원회는 마을공동체 개념을 행정 환경에 적용하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마을공동체위원회는 산하에 2012년 하반기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하면서 서울시 각 부서와 센터, 실제 마을 사업을 시행하는 자치구와 지역주민들 간의 관계 설정과 역할 분담을 담당했다.

하지만 위원회의 회의 내용은 오락가락했다. 2012년 9월 6차 회의에서는 마을공동체 홍보나 마을박람회 개최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그해 10월 열린 7차 회의에서는 2013년 예산 및 사업 계획을 논의했다. 6차 회의 내용에 대한 평가나 논의 없이 차기년도 사업계획으로 넘어간 것이다.

심지어는 위원회 결정과 실행이 정반대로 가는 경우도 있었다.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9차 회의에서는 ‘위원회 역할이 중심에 서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이후 센터의 사업 추진방향과 정확하게 반대방향”이라며 “현재 직접 사업이 강화되고 실질적인 지역 센터를 통한 직접적인 네트워크 구축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총 15차례 회의 중 4차례는 정족수(총 인원의 50%)를 채우지 못한 채 진행되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시행된 녹색서울시민위원회의 경우 회의록이 거의 공개되지 않거나 회의록 자체가 없어 과도한 비밀주의가 지적됐으며 버스정책시민위원회는 대중교통 이용자의 참여가 제한된 채 버스 사업자 대표나 조합 등만 참여하고 있어 시민위원회라고 할 수 없다는 혹평을 받았다.

서울시가 제공해야할 서비스의 민간 위탁 범위를 심의하는 민간위탁운영평가위원회는 민간위탁 대상사무 기준이 불명확했다. 또 공공행정임에도 불구하고 제한적인 정보 공개로 공익적 감시나 통제가 어려웠다.

앞선 회의에서 보류한 사업이 다음 회의에서 특별한 논의 없이 민간위탁 허용 범위에 포함되는 사례도 발견됐다.

김 사무처장은 “결론적으로 보면 박 시장이 취임한 이후 바뀐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으로 이어지는 토건행정은 ‘일방적인 행정구조와 들러리 위원회’라는 뒷받침으로 운영됐다”며 “박 시장의 행정 혁신은 실제 건한 있는 위원회의 개방성을 높이는 동시에 고인 물 같던 위원회 구성 원리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김 사무처장은 “130개 위원회가 한 순간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새로운 서울시 위원회 거버넌스는 과정의 새로움과 과정의 혁신에 더욱 초점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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