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희생자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지상파 뉴스에서 사라지고 있다. 언론은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세월호 참사를 정치권의 논쟁처럼 다루고 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38일째 단식중인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가 20일 두 차례 청와대로 향했다. 김씨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진실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단식중인 몸을 이끌고 항의에 나섰다. 김씨의 청와대 방문 시도는 세월호 정국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이 아닌, 진상규명을 바라는 유가족의 절박함이 담긴 행동이었다. 

또한 청와대 측은 대외비 행사가 진행중이라 김씨를 만날 수 없다고 했지만, 대외비 행사는 정작 새누리당 당원들을 만나는 모임으로 밝혀졌다. 청와대의 태도는 방한 기간 중 매번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과 대조적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소식은 지상파 방송사의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종합편성채널인 JTBC는 뉴스9 4번째 리포트 <“약속 좀 지켜달라” 단식 37일 김영오씨, 지팡이 짚고…>에서 별도 꼭지로 다뤘다.

JTBC는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가 단식 농성장을 나와 청와대로 향했다”면서 “경찰과 청와대 경호실 직원 20여 명이 안전과 경호를 이유로 길을 막았고, 정문으로 향하는 신호등조차 건너지 못했다”고 전했다.

JTBC는 이어 “앞서 오전에도 찾아갔지만 청와대는 대외비 행사라며 김영오씨를 막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새누리당 중앙위원 600여 명이 참석한 오찬 행사였다”고 보도했다.
 

   
▲ JTBC <뉴스9> 19일자 리포트
 
지상파뉴스가 세월호 소식을 전하면서 정작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인 가족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있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방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을 중계했던 KBS는 정작 16일 시복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김영오씨가 만나는 장면을 생방송하지 않았다. 또한 지난 13일 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옆 도로에서 경찰들과 대치했고, 경찰이 ‘도로점거’를 이유로 이들을 강경진압한 소식 역시 지상파는 침묵했다.

이날 단원고 학생 고 최성호 군 아버지 최경덕씨가 실신하고 고 박예지 양의 어머니 엄지영씨가 예지양의 이름표 줄로 자신의 목을 주를 만큼 위급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뉴스로 다뤄지지 않은 셈이다. 

지난 9일 여야의 세월호특별법 1차 합의안에 대한 유가족들과 사회 각계의 반대 여론은 지상파보다는 종편인 JTBC가 더 비중있게 보도했다. 당시 9일 영화인들이 유가족들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릴레이 동조단식을 진행하겠다고 밝혔고 야당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또한 1만여명의 시민들이 집회를 열어 여야 합의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JTBC 주말뉴스는 <세월호 유가족 “특별법 합의 무효…선거 끝나니 내쳤다”>에서 반대 여론을 전했고, <새정치연합 초재선 모임 "합의안 거부"…내부 반발 확산>,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 요구 분출…야당 내분 조짐까지> 등 두 꼭지에 걸쳐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특별법 재논의 요구도 전했다.

19일 세월호 진상규명을 담당한 특별검사 후보추천위원회의 국회 몫 위원 4명 가운데 여당 몫 2명을 야당과 유족의 사전 동의를 받아 선정하기로 한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2차 합의를 소식을 보도하는 KBS와 SBS의 접근법도 JTBC에 비해 소극적이었다. KBS, SBS 뉴스에서는 유족들이 2차 합의안을 반대하는 이유를 제대로 알 수 없다. 


KBS <뉴스9>는 <야, 재합의 추인 놓고 격론…유족 재협상 요구>에서 “핵심 합의 사항인 특검 추천권과 관련해 명목상으로도 여야가 각각 동수의 특검 추천권을 갖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달했다. SBS <8뉴스>는 <유족 “합의안 수용 못해”…야당 추인 남았다>에서 “유가족들은 특검 추천권을 온전히 야당과 유가족들에게 부여한 게 아닌 만큼 재협상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유족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JTBC 뉴스를 봐야 자세히 알 수 있다. 손석희 앵커(보도 부문 사장)는 JTBC <뉴스9>에서 여야 합의안을 전하면서 “유가족 측이나 야당 일부에서는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여당 추천 위원이 야당과 유가족의 사전동의를 받는다고 해도)결국은 여당 사람이 아니냐는 것 때문에 지금 반대하고 있는 게 맞죠”라고 짚어줬고, 이어 “사전 동의하는 것과 몫을 아예 넘기는 것은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또한 JTBC 기자는 “일단 유가족들은 시종일관 자신들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이번 여야 합의안은 진상조사위가 아닌 특별검사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넘기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별도 꼭지에서 국회에 있는 김형기 가족대책위 부위원장을 연결했다. 김 부위원장은 “여당의 2인의 추천권을 저희 가족대책위의 사전 동의 없이 처리한 부분에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민 아빠 청와대 방문’, 관심없는 지상파뉴스> 관련 정정보도문

미디어오늘은 지난 8월20일 <유민아빠 청와대 방문, 관심없는 지상파 뉴스>에서 “MBC는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도움을 호소한 내용을 방송하지 않았으며 특별법 2차 합의안에 대해서는 ‘유족들이 합의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만 처리했다’”는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MBC는 1차 합의안에 대한 유가족과 사회 각계의 반대여론, 김영오씨가 교황을 만나 도움을 호소하는 내용을 MBC 뉴스투데이와 정오뉴스를 통해 보도했고, 세월호 특별법 2차 합의안에 대해서도 당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유족들이 합의에 반대하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유족측 입장을 보도한 것으로 확인돼 이를 바로잡습니다.

MBC 뉴스제작진과 독자여러분께 혼란을 드린 것에 대해 사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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