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이 4년 전 천안함 침몰 직후 사고해역의 현장 조사를 했던 해양연구원(현 해양과학기술원) 조사선의 해저 영상 등 조사자료를 비밀에 준해 관리하고, 외부에 유출하지 못하도록 수차례 요구해 자료의 상당부분이 미공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조사 당사자 외엔 아무도 자료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가 하면, 복제 복사금지 경고문까지 부착하도록 하는 보안대책 문건까지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1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한국해양연구원의 보고서 ‘천안함 사건 관련 한국해양연구원 지원 백서-천안함 지원 현황과 대응방안’(2010년 12월 작성)을 보면, 해군본부는 당시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명의로 해양연구원에 보낸 3차례의 공문과 한차례의 요구를 통해 연구원의 조사자료 보안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연구원은 사고직후인 2010년 3월 31일부터 5월 14일까지 연구선 ‘이어도호’와 ‘장목호’, 무인잠수정 ‘해미래’를 통해 사고해역을 조사했다.

해군이 해양연구원장에 보낸 2010년 4월 17일자 공문 ‘천안함 사건 관련 해양조사/분석자료에 대한 보안 준수 협조 요청’을 보면, 해군은 보안준수 근거로 △국방부 합동조사단-67(‘10. 4. 8) 탐색구조 작전간 잔해·부유물 및 이어도호 촬영 영상 관리 철저 △해본 군사보안과-2404호(‘10. 4. 14) OO함 사건 관련 보안대책 시달 등을 들었다.

해군은 또한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이 그해 4월 14일 구두로 “선체 인양 및 탐색을 위하여 참여한 유관기관, 민간업체가 수집한 각종 자료를 비밀에 준하여 관리할 것”이라고 지시한 것도 근거로 제시했다.

이런 근거에 따라 해군은 별도의 보안대책 문건도 공문에 첨부했다. ‘천안함 사건 관련 해양조사/분석 자료의 외부 유출방지를 위한 보안대책’이라는 문건에서 해군은 “천안함 함수/함미, 침몰지점 및 주변 해역 해저 영상 및 관련 자료를 비밀에 준하여 관리”하도록 요구했다.

   
해군이 2010년 4월 해양연구원에 조사자료 유출금지를 요청한 공문. 사진=해양연구원백서
 

   
해군이 2010년 4월 해양연구원에 조사자료 유출금지를 요청한 공문. 사진=해양연구원백서
 
또한 해군은 문건에서 경고문까지 부착하고 조사자 외 어디에도 자료제공 및 열람조차 금지시켰다. 해군은 “천안함 사건 관련 해양조사/분석자료의 무단복제·복사 금지 경고문 부착”, “국방부 합동조사단, 해군본부(해양정보과) 외 군부대/기관에 관련 자료 제공 금지”, “천안함 사건 관련 조사/분석 연구원 범위 최소화 및 관련자 외 인원에 대한 자료의 열람 및 제공 금지” 등을 요구했다.

해군은 해양연구원들이 언론접촉 뿐 아니라 인터넷에 의견 게시하는 것도 막았다. 문건에서 해군은 “언론 임의접촉 및 현 상황 관련 개인 추정/의견 피력 금지”, “인터넷(연구원 홈페이지, 블로그)에 현 상황 관련 의견 게시 금지”를 요구했다. 이 같은 대책문건의 요구사항을 천안함 사건 관련 모든 해양조사 분석 연구원들에 대한 전파 및 교육하길 바란다고 해군은 당부했다.

이밖에도 해군은 그해 4월 13일자 공문 ‘OO함 잔해 및 파편 수거작업 관련 보안 준수 요청’에서도 이어도호 촬영영상과 무인잠수정(해미래)를 이용한 천안함 잔해 및 파편 수거작업과 관련해 △수거작업 요원의 언론 접촉 및 작업 내용에 대한 일체 외부 유출 금지 △언론에서 취재를 요청하거나 문의사항이 있을 경우 해군의 공식창구를 통해 답변이 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요청했다.

해군은 공문에서 “수거작업 내용이 외부에 유출될 경우 불필요한 논란과 의혹을 야기시키고 나아가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조사활동에 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에 이같이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해군은 천안함 선체의 영상조차 외부에 유출하는 것을 차단하라고 요청했다. 해군은 4월 12일자 공문 ‘이어도호 조사 천안함 선체 영상 외부 유출 차단 요청’에서도 국방부 합동조사단 방침과 해군참모총장 구두지시(4월 11일)를 근거로 촬영영상 외부유출을 막았다.

해군은 “(해양연구원의) 이어도호가 조사한 천안함 선체(함미, 함수) 영상의 외부 유출시 합동조사단의 조사 활동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귀 원이 소유한 일체의 조사자료 및 영상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 외부로 유출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해군이 2010년 4월 해양연구원에 조사자료 유출금지를 요청한 공문. 사진=해양연구원백서
 
이를 두고 현재 신상철 전 민군합조단(현 서프라이즈 대표)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강훈 변호사는 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과연 군사기밀에 해당될 만한 것이 무엇이었길래 비밀에 준해 관리할 것을 요구했는지 밝힐 필요가 있다”며 “더구나 수거물과 촬영영상이 천안함 사고와 연관이 있었던 게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해양연구원 백서와 천안함 합동조사단 최종보고서를 보면 해양연구원이 당시 촬영한 영상들은 적어도 해당 대상물이 무엇인지 판독이 가능할 정도일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이런 부분도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이어도호와 장목호에 탑승해 조사활동을 했던 해양과학기술원(구 해양연구원) 소속 연구원은 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당시 수심과 함께 바닥에 무엇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했으며, 조사된 내용은 어군탐지기(어탐)보다 정확했다”며 “그러나 어떤 것이 보안에 부쳐졌는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기억하는 것은 당시 함미와 함수가 발견한 정도만 조사한 기억이 난다”며 “어뢰추진체를 우리가 발견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조단의 천안함 최종보고서에 있는 천안함 함미침몰 해역의 해저지형 영상.
 
이에 대해 당시 해군 공보과장을 했던 유영식 해군 정훈공보실장(해군 대령)은 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당시는 합조단이 종합적으로 조사를 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오해나 편견이 뒤섞인 내용이 무분별하게 나오지 않도록 방지할 필요에서 외부유출을 금지했던 것”이라며 “공식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혼선을 예방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지 은폐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유 실장은 “아마도 보고서에 있는 것 외에 다른 유의미한 내용은 없을 것”이라며 “미상 침선과 웅덩이가 있었다는 것 외에 나도 별로 기억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합조단은 보고서에서 “2010년 4월 3일~5월 8일 간 조사선 2척(이어도호, 장목호)이 천안함 침몰 해역(함미)을 중심으로 천안함 항로를 따라 멀티빔에코소나(해저지형 관측 및 측정을 통해 그래픽으로 나타낼 수 있는 장비)와 사이드스캔소나(3차원 입체 영상 구현이 가능한 조사장비)를 이용해 탐색했으나 미상침선을 제외하고 0.4m 크기의 소형 접촉물 11개만이 식별됐으며 천안함 기동항로상에는 해저장애물이 없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저영상의 상태와 접촉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합조단 보고서에도 언급돼 있지 않다.

   
천안함 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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