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국내의 한 ‘홈쇼핑’ 채널에서 쇼핑호스트들이 즐겁고 환한 표정으로 팔고 있던 물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무더운 한여름 몸 속에 청량감을 더해 줄 탄산수를 만들 수 있는 가정용 탄산수 제조기였다. 일반 탄산 음료와 달리 기타 첨가물 없이 맹물로 탄산수를 만들 수 있는 친환경적인 제품이며 건강한 삶을 만들어 준다는 게 이 제품에 관한 설명이다.

이렇게나 좋을 것 같은 이 물건의 제조회사 ‘브랜드’와 아름다운 광고모델을 보면서 마음이 착찹해졌다. 이스라엘의 포격과 공습으로 죽어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3주째 계속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 벌써 1100여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죽었다. 이 가운데 75%가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들이라고 한다. 외신을 통해 보는 팔레스타인의 참상 위에 겹쳐지는 ‘소다스트림’과 ‘스칼렛 요한슨’.

   
세계적인 NGO 옥스팜은 이스라엘 불법점령지에 공장을 세운 '소다스트림'의 광고모델이 된 스칼렛 요한슨과 홍보대사 계약을 해지했다.(소다스트림 한국공식수업원 (주)밀텍기업 공식블로그 캡쳐) 
 
세계 1위의 가정용 탄산수 제조기 회사이자 이스라엘의 대표적 대기업인 ‘소다스트림’은 팔레스타인의 땅을 점령한 이스라엘의 불법정착촌에 공장을 세우고 이 물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소다스트림의 주 공장이 위치한 ‘미셔아두밈’ 산업단지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최대 불법 점령촌 중 하나다. 최근 이 회사는 라마단( 하지의 일출에서 일몰까지 금식하는 이슬람 문화)후 먹는 노동자들의 음식물 반입을 막았고, 이런 회사의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60명의 팔레스타인을 일방적으로 집단해고 해 불법해고 논란에 휩싸여 있다. 또한 소다스트림과 같은 이스라엘 불법정착촌은 팔레스타인 수자원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이런 불법점령촌은 팔레스타인 가구에 물 공급을 자의적으로 통제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점령촌에 의한 불규칙적인 물 공급으로 일상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

소다스트림은 팔레스타인의 땅에서, 팔레스타인의 인적 물적 자원을 이용하고,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을 탄압하며 만든 이 제품을 ‘이스라엘’산으로 둔갑시켜 세계에 팔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은 소다스트림과 같은 이스라엘 회사에 세제혜택까지 주며 불법 점령지 정책을 유지 강화하고 있다. 그 덕택에 힘입어 소다스트림은 지금 업계 세계 1위의 기업이 된 것이다.

불법 점령지에 위치한 소다스트림의 공장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고통의 원천이 되고 있으며, 이스라엘에게는 부의 원천이 되고 있다. ‘소다스트림’은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이스라엘 ‘BDS’(보이콧,투자철회,제제)운동의 대표적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다. 소다스트림은 일제식민지 때 ‘동양척식주식회사’와 비견될만한 이스라엘의 기업인 셈이다.

   
이스라엘 관련 기업 및 상품 불매 운동을 알리는 그림 
 
스칼렛 요한슨, ‘홈쇼핑’ 채널의 쇼호스트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인 ‘뮤즈’라고 한껏 치켜올렸다. 한국에선 뉴스거리가 안됐지만, 올해 초 이 ‘뮤즈’의 소다스트림 광고모델 계약을 둘러싸고 외국에서는 논란이 컸다. 그녀는 세계적인 영국의 NGO인 옥스팜의 홍보대사였기 때문이다. 옥스팜은 이스라엘의 점령지 정책을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지는 UN에 의해서도 불법점령지로 규정되고 있다. 이런 논란에도 스칼렛 요한슨은 소다스트림의 모델을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인권보다 돈을 선택하느냐는 비판도 받았지만, 그 덕분에 지금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무차별로 죽이고 있는 이스라엘군의 최고책임자인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의 칭찬을 한껏 받기도 했다.

윤리적 소비가 소비의 중요한 덕목이 되는 시대, ‘소다스트림’의 탄산수 제조기를 사려는 한국의 소비자들은 자신의 선택이 팔레스타인에게 눈물이 되고 핏물이 되리라는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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