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2일째인 7월 26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26일 저녁 7시 세월호 유가족과 동조단식단이 단식농성 중인 광화문 광장에서 ‘수사권‧기소권 있는 진상규명 특별법 촉구 국민촛불>을 열었다. 2000여명의 시민들(주최측 추산)은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유가족들은 집회가 열린 광화문 광장에서 13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김병권 세월호유가족가족대책위 위원장은 “어떤 이들은 이제 100일이 지났으이 그만 잊으라 한다. 하지만 잊을 수 없는 것을 잊을 수는 없다”며 “우리는 인사하며 들어오던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고 무릎에 대고 조잘대며 이야기하던 아이들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 100일이 아니라 1000일이 지나도 우리는 잊을 수 없고, 더 이상 4.16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 26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수사권, 기소권 있는 진상규명 특별법 촉구 국민촛불’ 대회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김 위원장은 “그동안 국민 여러분이 함께해서 버틸 수 있었다. 특별법을 제정하는 그 날까지 함께해 달라”며 “이것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진상을 규명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세월호는 계속된다”며 여름 휴가기간 동안 광화문으로 모여달라고 호소했다.

유가족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있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사 최기준씨는 “유가족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바로 단식을 만류했다. 이 분들은 이미 건강이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였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아무도 만류를 듣지 않았다. ‘자식이 죽은 게 한스러워 어차피 밥을 먹을 수 없다’ ‘4.16 이후 이미 죽은 몸이다’ ‘곡기라도 끊어야 마음이 편하다’는 말에 더 이상 말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유가족들이 쓰러지면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쓰러지면 응급실에 가서 수액이라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유가족들을 말릴 수 있는 건 여기 있는 노동자, 시민 뿐이다. 단식을 중단할 수 있도록 이 석어빠진 정부를 단죄해야한다”고 외쳤다. 최씨는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하는 이들은 유가족이 아니라 정부와 국회의원들이다. 이런 정부는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 강원 태백에서 올라온 한 시민이 1100여명의 특별법 촉구 서명이 담긴 서명용지를 가족대책위에 전달하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최근 국정원의 실소유주가 국정원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는 세월호의 업무용 노트북을 복원한 결과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문건을 발견했다며 국정원이 세월호 운영에 깊이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이 문건에서 국정원은 배수구 작업, CCTV추가 신설작업, 침대등 교체, 직원 휴가계획 등 100개가 넘는 항목을 세밀하게 지적했다.

대책위는 문서 작성 시기 또한 지적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지난해 2월 27일 수요일에 작성된 것으로 이는 세월호 첫 출항인 지난해 3월 15일보다 앞선 것이다. 세월호는 2013년 10월 일본에서 도입됐고, 약 4개월 간 증개축 공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개축 공사 이후 국정원이 세월호를 꼼꼼하게 체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이 문건을 보며 배 소유주가 공사가 제대로 됐는지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검찰은 유병언이 세월호의 증개축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유씨가 세월호의 실소유주라고 말한다. 같은 논리대로라면 국정원을 세월호의 실소유주라는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지 않나”라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국정원이 관여되면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못한다. 국정원 대선개입,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다”며 “국정원이 관여되면 아무것도 못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특별법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면 대한민국 사법체계에 흔들린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이번 안은 대한변협이 만든 것이다. 대한변협은 대한민국 변호사 모두가 들어있는 가장 큰, 공신력 있는 단체”라며 “그런 이들이 사법체계를 흔들 것 같은가. 사법체계를 흔든다는 이들에게 ‘대한변협을 무시하냐, 바보로 아느냐’라고만 반박하면 된다”고 말했다.

   
▲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3차례에 걸쳐 해산명령을 내리자 참가자들이 경찰 앞에 촛불을 세워 두었다. 사진=조윤호 기자
 
여당과 보수단체 등은 기소권과 수사권이 보장된 특별법이 ‘전례가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난 번 농성장을 방문한 강우일 천주교 주교가 ‘전례가 없어서 하지 말라는 것은 과거의 관행대로 하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과거의 관행대로 해서 재발방지가 됐나”며 “우리는 전례없는 조치를 원한다. 우리는 이번 참사를 딛고 안전사회로 직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촛불집회는 8시 반까지 이어졌다.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쳤다는 이유로 8시 경부터 3차례에 걸쳐 해산명령을 내렸지만, 집회는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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