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집에 지금 TV가 안 나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답답하시겠죠? 그런데 고치러 올 기사들이 힘들다고 지금 지쳐있습니다.”

태광그룹 티브로드 홀딩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목소리이다. 티브로드 홀딩스는 유선방송 사업자로 방송, 초고속 인터넷, 인터넷 전화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CJ헬로비전과 함께 업계 1, 2위를 다툰다. 티브로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700억 원이 넘었고, 올해로 이월된 이익잉여금은 2000억 원이 넘는다.

하지만 TV, 인터넷, 인터넷 전화 등의 설치, 유지보수, 철거 업무는 모두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몫이다. 전국 50여개에 달하는 기술센터, 고객센터가 모두 협력업체다. 이들은 장시간 노동, 한 달에 2번 정도 주어지는 휴일, 20년 경력에도 기본급 150만 원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했다. 그러다 이들은 지난해 3월 노조를 결성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티브로드 지부(지부장 이시우)다.

이들은 지금 서울 광화문 티브로드 본사가 입주한 흥국생명 빌딩 앞에서 먹고 잔다. 지난 1일 시작된 노숙농성은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노조는 협력사들과 올해 임금협상이 최종 결렬 되면서 지난달 10일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의 요구사항은 크게 3가지로 안전한 노동환경, 불안정한 계약 개선, 상생금 등 복지 확충이다. 그 외에도 고객정보 불법유통 금지, 원-하청 노사 협의체 구성 등이 있다.

케이블 방송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은 매우 위험하다. 희망연대노조가 제작한 동영상을 보면 안전화·안전띠 없이 주택 지붕에 오르는 건 기본이고, 고층 빌딩이나 아파트 지붕에도 올라야 한다. 안전장치 없이 건물 사이를 뛰기도 하고, 전신주 작업에서는 감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애초 이와 같은 작업에는 감시·감독인이 동행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티브로드 지부의 노숙농성이 9일차를 맞았다. 사진= 조합원 제공
 
   
▲ 케이블TV 노동자들의 작업 모습. 사진=<케이블뱡송 노동자 산업안전, 이대로 괜찮은가?> 영상
 
   
▲ 케이블TV 노동자들의 작업 모습. 사진=<케이블뱡송 노동자 산업안전, 이대로 괜찮은가?> 영상
 
계약 역시 불안정하다. 티브로드 원청은 협력업체와 1년씩 단기계약을 맺고 있는데,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역시 1년짜리 목숨인 셈이다. 노조는 1년 계약을 5년 계약으로 수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복지 확충인데, ‘노사상생금’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티브로드 원청은 노동자들에게 상생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올해부터는 성과에 따라 지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렇게 되면 협력사끼리 경쟁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 세 가지 모두 협력업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는 점이다. 노조가 원청과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시우 지부장은 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원청은 자꾸 협력사에게 떠넘기는데 협력사가 집행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원청이 교섭에 나오지 못하겠다면 협력사 협의회에 재정적인 권한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재걸 조합원은 “협력사는 경영이 아니라 운영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측은 교섭은커녕 센터 13곳에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파업이 시작된 지 일주일만이었다. 폐쇄된 센터 모두 노조 조합원이 있는 곳이다. 노조는 원청의 지시가 없었다면 13곳이 동시다발적으로 폐쇄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양 조합원은 “티브로드에 가입한 고객들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협력업체가 마음대로 센터를 폐쇄할 수 없다. 협력업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노조의 파업과 노숙농성이 장기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시우 지부장은 “조합원들이 흔들리지 않고 단결하고 있다”며 “억울하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노예처럼 살아왔다. 노조가 백기투항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재걸 조합원 역시 “비슷한 처지의 케이블 기사들이 많다”며 “작년부터 케이블 비정규직 공동대책위가 구성돼 많은 동참과 관심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회 또한 지난 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다단계 하도급구조 근절과 시청자 권리확보, 생활임금을 요구하는 하청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대화요구에 협력업체 직장폐쇄로 맞섰다”면서 “만약 원청으로서 책임있는 역할을 하지 않은 채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무책임한 행위를 지속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을지로위는 지난해 티브로드, 협력사협의회, 노조 등과 함께 교섭 타결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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