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은 자기들이 왜 죽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저희 부모들은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목격하고 있었다. 저희들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TV를 통해서 생중계로 모두가 목격하셨다. 대한민국 전 국민이 세월호 사건의 목격자들이다."(故 박성호 군의 어머니 정혜숙씨)
 
5일 안산문화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 2000여명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한 100일 약속, 천만의 행동'을 개최했다.

세월호 참사 81일째, 국회에서 특별위원회가 꾸려져 활동을 하고 있지만 불성실한 태도와 유족에 대한 막말로 무리를 일으키는 등 진상규명의 길이 요원한 상황에서 세월호 가족들이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하는 자리이다.

故 박성호 군의 어머니 정혜숙씨는 "여러분들이 국정조사를 보고 알고 계실 것이다. 석달이 다 되어가도록 무엇 하나 밝혀진게 없다. 조사를 하라 그러면 사건의 진상을 자료로 제공해야 하는 정부 기관들이 자료를 내지 않고 있다"며 "저희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그것만은 밝히고 싶다. 여러분 전 국민이 목격자이기 때문에 모두가 함게 해주시고 모두 함께 행동해달라. 국조 끝나고 청문회 열리고 특별법 제정돼서 사건 진상 밝혀질 때까지 여러분 모두가 눈을 부릅뜨고 목격자 역할을 제대로 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세월호 가족들이 전국민 서명을 받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은 진상규명을 하고 있는 정치권을 믿을 수 없다는 배경에서 시작됐다. 국민의 힘을 바탕으로  국회를 압박해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성역없이 조사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가족들의 주장이다.

현재 세월호 특별법 서명운동은 310만명을 넘어섰고, 오는 24일 세월호 참사 100일까지 1000만명이 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세월호 가족과 시민 2000여명이 5일 안산문화광장에서 특별법 제정을 위한 집회를 열었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성역없는 조사, 그 조사에는 분명히 들어가야 할 게 대통령까지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러면 독립적 조사기관이 있어야 한다"며 "단순 진상규명이 돼서는 안된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도록 근본적 대책까지 만들 수 있는 특별기구를 만들어내는 특별한 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집회에서는 6. 4 지방선거 이후 진상규명에 소극적인 정치권에 대한 분노가 어느 때보다 높음을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무대에 선 남성은 세월호 참사를 소회하는 형식의 상징의식을 통해 "희생자 300명쯤이야 별거 아니다. 보상금 받으려고 저런다. 그렇게 막말하는 자들 일면수심의 자들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들, 그런 그들이 어느 날 비오는 거리에 나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대통령을 구해달라고요. 그래서 자기한테 표를 달라고요. 단 한명도 구하지 않은 그 자들이 세월호 특별법 서명에 제이름 석자 올릴 줄 모르는 그 작자들이 박근혜 대통령 그 한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다 하는 것을 난 다 보았다"고 말했다.

매주 세월호 집회에 참석하고 있는 정재훈씨(32. 서울 대흥동)는 미디어오늘과 만나 "4월 16일 이후 80일 동안 6. 4 지방선거, 월드컵을 지나면서 세월호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도 6. 4 지방선거 전에 모든 걸 바꿔주겠다고 눈물을 흘리고 대국민담화까지 했는데 선거 끝나고 나니까 뒤집었다. 대통령부터 그러니 국회의원들도 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진상규명에 소극적"이라며 "진상규명이 제대로 될 것 같지 않다. 국정조사도 유족들이 만들어낸 게 아니냐. 의원들을 믿고 갈 수 없다. 특검을 도입해서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집회 참가자
 
   
▲ 세월호 집회에 참석한 한 가족의 모습.
 
   
▲ 세월호 집회 참가자가 진상규명을 밝혀야 내용을 담은 전단지를 보고 있다.
 
   
故 박성호군의 어머니 정혜숙씨가 특별법 제정 동참을 호소했다.
 

故 박성호군의 누나인 박보나씨는 "유가족들에게 세월호가 로또냐, 시체장사한다 이런 욕을 하기도 한다. 친구 버리고 살아나서 좋나 이런 말들을 생존자 학생들에게 말을 하기도 한다. 이런 말 듣고 보고 너무나 상처받고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면서 "사실 이런 욕보다는 이제 그만해라, 지겹다 언제까지 세월호 타령이냐 수학여행 가다가 사고로 죽었는데 왜 이렇게 유난떠나라는 말이 더 힘들고 아프다"고 울먹였다.

박씨는 이어 "너희들이 이 세상에 빛을 내고 갔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제발 이 세상이 우리 아이들을 수학여행 갔다가 불쌍하게 죽은 아이들이 아닌, 이 세상을 바꾸고 변화시키고 움직이게 한 아이들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며 "살려달라 외쳤던 그 아이들 절대 잊지 말아주시고 이 땅에, 이 나라에 다시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여러분 모두가 함께 해주셨음 좋겠다"고 말했다.

   
▲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세월호 집회에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교복을 빨고 너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을 향해 '돌아와 달라'는 호소와 함께 '슬픈 제삿상'을 차려 추모하는 상징의식도 진행됐다.

"내 눈 앞에 돌아와라. 말 안듣는 아들, 심술 많은 딸로 그냥 돌아와라, 어제처럼 웃으며 돌아와라."

"2학년 1반 조은화, 2학년 2반 허다윤, 2학년 3반 한지연, 2학년 6반 남현철, 박영인, 아이들과 함께 계신 양승진, 고창석 선생님, 이영숙, 권재근, 권혁구님 기다리고 있습니다. 돌아오세요. 꼭 돌아오세요."

제삿상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탄산음료와 피자, 라면, 바나나가 차려졌고 병풍 대신 아이들이 입었던 교복이 걸렸다.

상징의식을 본 지켜본 장지선(80, 안산 본오2동)는 "아직까지도 아이들이 못나와서 애탄다. 정말로 아이고...내 자식이나 남의 자식이나 마음은 똑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전국 각지에서 세월호 버스를 타고 돌며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을 받고 있는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오는 12일 청계광장에 모여 다시 한번 서명운동 동참을 호소할 예정이다. 이어 대책위는 23일 팽목항에 모여 세월호 실종자 기원제를 진행하고 세월호 참사 100일째인 24일 서울에서 집회를 개최한다. 

   
▲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집회 참가자가 "미안하다 잊지 않을께, 진실을 밝힐께"라는 문구 아래 희생된 안산단원고 학생들의 증명사진을 보고 있다.
 

 

   
▲ 세월호 집회가 열린 안산문화광장의 노란리본을 형성화한 설치물에서 아이가 노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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