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원청이 고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 양산센터 분회장의 죽음에 대해 사과할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26일 밤 노사 합의안을 최종 확인했다고 밝혔다. 염 분회장 사망 이후 41일, 삼성전자 본관 앞 노숙농성 39일만이다. 이제 교섭은 27일 오후 조합원 찬반투표만 남겨두고 있다.

실무교섭 합의안 내용은 △고 염호석 사망 관련 사과 △노동조합 활동 보장 △임금 및 수당 체계화 △폐업센터 고용 승계 등으로 구성됐다. 지회 교육선전위원은 27일 미디어오늘에 “미흡한 수준이긴 하지만 지회가 요구했던 주요 요구들은 수용됐다”며 “일단 노동조합을 인정받고 근로환경이 조금 개선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노사 합의가 되면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는 염 분회장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여기에는 고인에 대한 애도, 유감, 재발방지 노력 등의 내용이 담긴다. 책임자 처벌은 해당 협력사 노사 협의에 따라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애초 지회는 염 분회장에게 모욕을 가한 책임자 징계를 요구했으나, 원청의 사용자성 논란 때문에 이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고 알려졌다.

노조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타임오프 9000시간을 6명 이내로 분할 사용하고, 3인의 임원에 대해 무급휴직 처리 보장, 노조 사무실 1개소 보증금으로 초기비용 1억원 지원, 지회 정기총회 연 1년 1회 4시간과 정기대의원대회 연 1회 4시간 유급 보장, 교섭위원 2인의 교섭시간 유급 인정 등을 합의했다.

   
▲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지난 20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합의에 따라 삼성서비스 노동자들이 ‘기본급’을 받게 된다. 그간 서비스 노동자들은 기본급여 없이 건당 수수료만으로 임금을 받아왔다. 노사는 기본급을 월 120만원으로 하고 실수리 건수가 60건을 넘어가면 건당 25000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회 한 분회장은 “기본급이 생긴 것에 의의가 있다. 건당수수료 체계를 벗어났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노사는 폐업센터 3개(해운대, 아산, 이천)와 관련해 가급적 2개월 내에 신설 또는 인근회사에 조합원을 우선 고용하기로 했다. 또 업체 신설 이전에는 합의 체결 10일 이내에 인근업체 제휴인력으로 등록해 근무하도록 한다. 노사는 잠정합의안 내용을 토대로 일주일 이내에 권역별 노사 명의로 임금·단체협약을 작성할 계획이며, 협약내용은 7월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그간 지지부진했던 삼성과의 교섭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는 지난 5월 17일 염 분회장의 죽음 이후 교섭을 진행해왔으나 한 달 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16일에는 삼성 측에서 임금체계와 관련해 이전보다 후퇴된 안을 제시해 지회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교섭의 형식 역시 논란거리였다. 노사는 지난달 말부터 비공개 교섭을 벌여왔으나, 일각에서는 민주노조의 교섭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럼에도 교섭이 접점을 찾지 못하자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가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등을 만나 “근로조건과 관련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비공개 교섭을 공개교섭으로 전환하라”라는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지회는 27일 오후 3시 조합원들을 상대로 이 같은 합의안 내용을 공유하고 이날 4시에는 찬반투표에 들어간다. 찬반투표에서 해당 합의안이 통과될 경우, 지회는 염 분회장의 유언대로 이번 주말께 정동진을 찾아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염 분회장은 지난달 17일 “지회의 승리를 기원한다”며 “승리하는 날 화장해 정동진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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