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안팎에서 길환영 사장에 대한 퇴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9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폭로 이후 침묵을 지키던 길환영 사장은 사퇴를 거부했다. KBS노동조합(위원장 백용규·KBS노조)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권오훈·KBS본부)는 21일부터 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한다. 파업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 19일, 길 사장이 입장을 밝히기 전까지 길 사장의 ‘침묵’을 놓고 해석이 분분했다. 일각에서는 길 사장이 현 사태를 수습하고 거취를 결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시곤 전 국장이 청와대 개입설을 폭로하면서 청와대에서도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고, 길 사장이 이명박 정부 말기 임명되면서 박근혜 정부와 연결고리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길 사장이 선택한 것은 ‘강공’이었다. 길 사장은 19일 KBS 기자협회(회장 조일수) 총회 자리에 참석하고 일부 언론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길 사장은 자신을 둘러싼 KBS 사태를 “복합적인 파워게임”으로 규정하며 “노조가 상당히 정치적인 성향을 많이 띄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사퇴 촉구가 ‘정치적’이란 주장이다.

또한 길 사장은 “노조에 의해 방송이 장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길 사장은 “여러 직종에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양대 노조가 이 건을 계기로 명분 없는 불법파업을 하려는 복합적 상황”이라며 “PD 사장에 대한 기자의 집단반발 아니냐는 얘기도 있는데 그렇게는 생각 안한다”고 말했다. KBS의 한 기자는 “내부를 갈라놓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길 사장이 언론 인터뷰 직후 신임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을 임명한 것도 길 사장의 강공 의지를 보여준다. 임창건 전 보도본부장이 길 사장과 대화 이후 사의를 표명했고 본인이 임명한 백운기 신임 보도국장이 허리 부상 문제로 병원에 입원했으며, KBS 기자협회의 제작거부로 보도본부가 비어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보도국 수장을 임명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작용도 이어지고 있다. KBS 기자협회가 19일 오후 1시부터 제작거부에 돌입하고 이에 앞서 보도본부 부장단, 팀장급이 사퇴해 제작거부에 사실상 합류했다. 이로 인해 KBS 메인뉴스인 뉴스9는 19일 20분만 편성되고 ‘돌고래 다큐’가 나갔다. 20일 KBS 뉴스도 파행 운영됐다.

여기에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 13명도 19일부터 제작거부에 동참했다. 길 사장에 대한 퇴진 압박은 비단 보도본부 뿐이 아니다. 기술본부 팀장급, 팀장급 PD들도 보직을 내려놨다. KBS PD협회는 19일 PD 출신 길환영 사장을 PD협회에서 제명하기도 했다. 경영직군 팀장 35명도 보직을 사퇴했다. 이와 함께 KBS노조 라디오구역 조합원들도 길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사실상 이미 총파업 분위기는 형성된 셈이다.

KBS노조는 19일 총파업 일정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21일 부재자투표를 시작으로 22일부터 27일까지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KBS노조 측 중앙위원은 20일 KBS 기자협회 총회에 참석해 “파업 찬반투표는 KBS본부와 함께 진행되는데, 기술직이 많은 우리 노조의 특성상 일정이 이틀 정도 길다”고 말했다. KBS노조는 21일 전국 동시 실국총회를 열고 동력을 끌어 모은다는 계획이다.

KBS본부는 21일부터 23일까지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이미 KBS본부에서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길환영 사장의 신임투표를 벌인 결과 조합원의 97.9%가 길 사장을 불신임했다. 때문에 총파업 찬반투표도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제작거부에 돌입한 KBS 기자협회는 이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취재를 위한 최소한의 인력은 제외키로 했다. 아울러 KBS 기자협회는 21일 오후 2시, 신관 계단에서 기자협회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키로 했다.

외부에서도 길 사장에 대한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시민연합,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19일 KBS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길환영 사장의 즉각 퇴진과 청와대 방송장악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한편 KBS 기자협회의 제작거부를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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