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보도국 간부들의 세월호 유족 폄훼 리포트와 발언 의혹에 대해 MBC의 구성원들이 사측의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이성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은 삭발을 하며 1인 시위를 시작했다.

MBC본부는 16일 성명을 내고 “조합은 칼바람이 몰아칠 엄혹한 현실을 무릎 쓰고 ‘세월호 보도 참사’와 보도국 간부들의 ‘막말’에 대한 사측의 진상규명과 사과를 촉구하는 행동에 나설 것임을 천명한다”면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슬픔과 상처에 대해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침몰하는 MBC에 대한 위기감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사측은 희생자 가족과 시청자들에게 즉시 사과하고 머리를 숙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성주 본부장은 이날 삭발을 하고는 ‘지금이라도 사죄해야 합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여의도 본관 로비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이 본부장은 ‘위원장“여전히 MBC보도국의 수뇌부들은 ‘색출’과 ‘제거’를 모의할 뿐 도무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지 모른다”고 했다.

이 본부장은 그러나 “끝까지 몸부림쳐야 하지 않냐고 외치고 있습니다. 행동하고 절규할 것을 명령하고 있다. 이미 늦었지만, 이미 가라앉았지만 그 배를 끝내 지켜내지 못한 우리가 다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가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이성주 MBC본부장 (사진제공=MBC본부)
 
MBC 구성원들이 자사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선 데는 KBS와 SBS의 경우 자사의 보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리포트를 15일 메인뉴스에서 내보냈지만 MBC 경영진은 내부 기자들의 비판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보이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KBS는 <뉴스 9>에서 2꼭지의 리포트를 통해 자사 보도를 비판했다. KBS는 10번째 리포트 <‘대통령 부각·유족 소홀’ KBS 보도 반성합니다>에서 “공영방송이자 재난방송 주관방송사인 KBS에 대한 비판은 더 날카로웠다”면서 “최선을 다했다고는 하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KBS는 이런 비판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SBS도 <8 뉴스>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자사 보도를 비판했다. SBS는 <앵커가 만난 유족 “우리가 바라는 건…”>에서 유경근 세월호 사고 가족 대책위원회의 대변인을 통해 언론 보도를 불신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유경근 대변인은 “우리 아이들이 언제 나옵니까, 지금 오고 있습니까, 왜냐면 그때는 다 구조가 된 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알고 보니 다 오보였더라고요. 거기서 첫 번째 언론에 대한 불신이 시작됐다. ‘최선을 다해 구조작업하고 있습니다’라고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그런데 저희가 가서 봤을 때는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MBC기자회(회장 조승원)도 성명을 내고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한 MBC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MBC 기자회는 “우리는 이같은 타사 보도를 보며 어느 낙종보다도 아프고, 참담한 심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KBS와 SBS의 어제 보도가 처절한 자기 반성에서 나온 당연한 결론인 반면, MBC 뉴스에서는 자성과 성찰은커녕, 최소한의 현실 인식과 문제제기조차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MBC기자회는 “우리는 어제 MBC뉴스의 조종(弔鐘)을 듣는 듯했다. MBC 기자라는 자부심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면서 “자칫 이러다간 MBC는 ‘잘못을 저질러 놓고 사과조차 하지 않는 뻔뻔한 방송사‘라는 말을 듣게 될 판”이라고 우려했다.

MBC기자회는 “공영방송이 국민을 바라보지 않고 정권 옹호와 자신들의 안위를 먼저 생각한다면, 이는 승객들을 버려두고 자기만 살겠다고 탈출한 세월호 선원과 다를 바가 없게 된다”면서 “더 이상 MBC와 기자들을 부끄럽게 하지 말라. MBC가 국민을 외면하면 결국 국민이 MBC를 외면할 것“이라고 했다.

MBC본부는 19일부터 집행부 피켓시위에 돌입하며, 20일 열리는 노사협의회에서도 세월호 보도에 대한 문제점과 보도국 간부들의 유족 폄훼발언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 등에 대해 제기할 예정이다.

다음은 이성주 본부장의 위원장이 보내는 편지

한 걸음 내디디면 보이지 않던 길을 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5월 15일, 결국 MBC에는 사망선고가 내려졌습니다. 세월호처럼 완전히 가라앉았습니다. 우리나라 저널리즘 역사에 영원히 남을 이 날, MBC는 반성의 유전자를 결여한 최소한의 양식도 없는 구제불능의 집단이 되었습니다. SBS 뉴스는 유족 대담을 통해서, KBS는 자신들의 잘못을 조목조목 짚는 리포트로 그동안의 보도 태도를 되돌아보고 사과하고 사죄했습니다. 그러나 MBC는 아무런 반성도 참회도 없이 여전히 오만한 시선으로 뉴스를 편집하고 기사를 썼습니다.

부끄러움을 넘어 참담했습니다. 정말 피눈물이 났습니다.

이제 이미 잃을 대로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찾는 건, 이미 침몰한 ‘언론사 MBC’를 인양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늦었습니다. 사과할 기회조차 놓쳐버린 겁니다.

우리는 반성을 해야 한다고, 사과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그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반성문을 쓴 기자들에게 ‘색출’을 운운하고 또 부당인사의 철퇴를 휘둘렀습니다.

남은 것이 있었다면 그건, 사측의 사과와 반성을 강제하는 ‘행동' 뿐이었습니다.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측 또한 알고 있을 겁니다. 우리에게 지워진 조건들. 무단협, 해고자, 가압류, 대체인력, 대량징계… 정말 많이 생각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매일 밤마다 끙끙 앓다가, 이것이 답인가 하다가도 또 번복하고 또 고민하는 쳇바퀴가 계속됐습니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여전히 MBC보도국의 수뇌부들은 ‘색출’과 ‘제거’를 모의할 뿐 도무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영진 또한 보도국 수뇌부의 인식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입니다. 방문진 또한 그들의 책임을 방기하고 외유를 떠난다고 합니다.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지 모릅니다. 170일 파업을 하고도 바꾸지 못한, 7명이 해고되고 셀 수 없는 사람들이 징계당하고 쫓겨나고도 바꾸지 못한 일입니다.

그러나 여러분 고백합니다.

이런 머리의 생각을 제 심장이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몸부림쳐야 하지 않냐고 외치고 있습니다. 행동하고 절규할 것을 명령하고 있습니다. 이미 늦었지만, 이미 가라앉았지만 그 배를 끝내 지켜내지 못한 우리가 다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선 저부터 움직여 보려고 합니다. 의미없는, 부질없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몸짓일지라도 일단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제자리를 맴도는 수많은 고민들을 일단 제쳐놓고 일단 한 걸음을 내딛어 보려고 합니다.

마지막 몸부림조차 포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미약하지만, 다른 시작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걸음 내디디면 보이지 않던 길을 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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