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곤 전 KBS보도국장 사퇴 파문이 길환영 사장 퇴진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다. KBS기자협회(회장 조일수)가 지난 9일 길 사장 퇴진 요구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제1노조인 KBS노동조합(위원장 백용규·KBS노조)이 11일 오후 사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미 같은 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청와대 지시를 받고 보도를 통제한 의혹을 받고 있는 길환영 KBS 사장 퇴진을 촉구한 성명을 발표한 바 있어 이번 사태가 KBS사장 사퇴 여부로 번질지 주목된다.

KBS노조는 11일 <창사 이래 최대 위기, 길환영 사장은 조속히 결단하라>는 성명에서 “이제는 길환영 사장 본인이 직접 나서서 보도개입에 대한 모든 진실을 낱낱이 밝히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노조는 “이미 사장의 자진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더 이상 길환영씨를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KBS 구성원들 사이에서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면서 “외부적으로는 수신료 인상 반대가 아니라 아예 납부 거부 운동까지도 본격적으로 전개될 태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길환영 사장이 질 책임이 무엇인지는 너무나도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길환영 KBS 사장이 지난 9일 오후 유가족들이 모여 있는 서울 청운동주민센터를 방문해 김시곤 KBS 보도국장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김 국장의 사표를 수리겠다고 밝혔다. 사진=강성원 기자
 
KBS노조는 이번 사태와 관련, 사측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KBS노조는 “사과를 하려면 전날 밤 유족들이 KBS 앞마당에 찾아왔을 때 그때 진심을 담아했어야 했다”면서 “그런데 청와대 정무수석 전화에 만사 제쳐두고 청와대로 달려간 순간 길환영 사장은 KBS 사장을 정무수석의 아랫사람으로, 공영방송 KBS를 청와대의 부속기관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것만으로도 길환영 사장은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자격과 품위를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KBS노조는 “(김시곤) 보도국장의 입에서 도저히 믿기지 않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사건건 보도에 개입하며 보도의 독립성을 훼손한 길환영 사장은 즉각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충격적인 폭로였다”면서 “길환영 사장을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구체적인 보도개입의 예로 윤창중 사건도 언급했다. ‘사사건건’이라고 했으니 다른 사례도 비일비재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노조는 “생각하기도 싫지만 그 다른 사례에 혹 ‘세월호 참사 보도’라도 포함돼 있다면 도대체 그 뒷감당을 누가 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세월호 사망자와 관련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지난 9일 오후 여의도 KBS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노컷뉴스
 
KBS노조는 청와대를 향해서도 날선 비판을 가했다. 노조는 “이번 사태를 통해 청와대가 KBS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면서 “정무수석이라는 자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야당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너무도 당당하게 ‘KBS에 부탁을 해서 사장이 사과하고 보도국장이 사퇴했다’고 떠들어댔다”고 비난했다.

KBS노조는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KBS를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되돌리기 위해 지배구조를 반드시 개선하겠다고 거듭 공약했지만 당선 이후에는 여전히 KBS를 손에 쥐고 전화 한 통화면 사장이 총알같이 달려오고 보도국장 쯤은 마음대로 날릴 수 있는 ‘정권의 방송’으로 계속 관리해 왔음을 정무수석이 만천하에 공표한 셈이 됐다”면서 “대통령은 국민의 방송을 청와대의 부속기관으로 전락시키는 데 앞장선 박준우 정무수석을 즉각 해임하고 KBS 보도에 대한 청와대의 외압 실체에 대해 국민들 앞에 낱낱이 진상을 밝히고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맹공을 가했다.

김시곤 전 국장의 ‘교통사고 발언’과 관련, KBS노조는 “‘교통사고’ 발언이 명백하게 사실이라면 김시곤 전 국장은 해임 파면 등의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면서 “반대로 발언 내용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이를 부당하게 외부로 전달해 정치적으로 이용한 사실이 명백하다면 이 역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고 언급한 KBS노조는 “길환영 사장은 입만 열면 위기 운운하며 직원들의 고혈을 쥐어짜 왔지만 KBS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무너뜨리고 공영방송을 침몰 직전의 위기까지 몰아 간 장본인은 정작 길환영 사장 본인이었음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KBS노조는 “잘못된 과거에 대한 엄중한 심판과 처절한 반성의 토대 위에서 KBS가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한 대변화를 위해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가열찬 투쟁의 선봉에 설 것임을 분명히 천명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KBS노조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길환영 사장은 조속히 결단하라

- 정무수석 한마디에 청와대로....‘KBS가 청와대 부속기관’임을 자인
- 사장이 사사건건 보도개입?...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중대 사안
- 대통령은 정무수석 즉각 해임하고 외압 의혹 밝혀라
- 길환영 사장은 조속히 입장을 밝히고 거취를 결단하라
- 거부할 경우 ‘비대위’ 전환...공영방송 사수 총력투쟁
- ‘교통사고’ 발언 무엇이 진실인가? 철저하게 조사.처벌해야
- 창사 이래 최대 위기...‘국민의 방송’ 회복 위한 대투쟁 앞장설 것

정무수석 한마디에 청와대로 달려가....‘KBS가 청와대 부속기관’임을 자인

길환영 사장이 KBS 앞마당이 아니라 청와대 앞마당에 가서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전날 밤 유족들이 KBS를 찾아왔을 때에는 그처럼 매몰차게 내치더니 불과 하루 뒤 청와대 앞에서는 더할 수 없이 극진하고 정중한 모습으로 유족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은 한심하다 못해 처량하기까지 하다.

사과를 하려면 전날밤 유족들이 KBS 앞마당에 찾아왔을 때 그때 진심을 담아했어야 했다. 그런데 청와대 정무수석 전화에 만사 제쳐두고 청와대로 달려간 순간 길환영 사장은 KBS 사장을 정무수석의 아랫사람으로, 공영방송 KBS를 청와대의 부속기관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이것만으로도 길환영 사장은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자격과 품위를 상실했다.

사장이 사사건건 보도개입?...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중대 사안

같은 날 보도국장의 입에서 도저히 믿기지 않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사건건 보도에 개입하며 보도의 독립성을 훼손한 길환영 사장은 즉각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충격적인 폭로였다. 길환영 사장을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구체적인 보도개입의 예로 윤창중 사건도 언급했다. ‘사사건건’이라고 했으니 다른 사례도 비일비재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그 다른 사례에 혹 ‘세월호 참사 보도’라도 포함돼 있다면 도대체 그 뒷감당을 누가 할 수 있단 말인가?

대통령은 정무수석 즉각 해임하고 KBS 보도 외압 실체를 밝혀라

이번 사태를 통해 청와대가 KBS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정무수석이라는 자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야당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너무도 당당하게 “KBS에 부탁을 해서 사장이 사과하고 보도국장이 사퇴했다”고 떠들어댔다. 그건 부탁이었나, 지시였나? 그리고 누가 했나 정무수석인가, 비서실장인가, 아니면 대통령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KBS를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되돌리기 위해 지배구조를 반드시 개선하겠다고 거듭 공약했다. 그러나 당선 이후에는 여전히 KBS를 손에 쥐고 전화 한 통화면 사장이 총알같이 달려오고 보도국장 쯤은 마음대로 날릴 수 있는 ‘정권의 방송’으로 계속 관리해 왔음을 정무수석이 만천하에 공표한 셈이 됐다. 대통령은 국민의 방송을 청와대의 부속기관으로 전락시키는 데 앞장선 박준우 정무수석을 즉각 해임하고 KBS 보도에 대한 청와대의 외압 실체에 대해 국민들 앞에 낱낱이 진상을 밝히고 사죄해야 할 것이다.

길환영사장은 조속히 입장을 밝히고 거취를 결단하라

KBS노동조합은 언론노조 KBS본부와 공동으로 오는 13일 세월호 참사보도와 관련해 임시 공방위를 소집한 상태였다. 그러나 아무런 권한도 없고 내용도 모르는 부사장이 사측 대표로 나오는 공방위는 더 이상 무의미해졌다. 이제는 길환영 사장 본인이 직접 나서서 보도개입에 대한 모든 진실을 낱낱이 밝히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미 사장의 자진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더 이상 길환영씨를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KBS 구성원들 사이에서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수신료 인상 반대가 아니라 아예 납부 거부 운동까지도 본격적으로 전개될 태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길환영 사장이 질 책임이 무엇인지는 너무나도 자명하지 않겠는가.

거부할 경우 ‘비대위’ 전환...공영방송 사수 총력투쟁

만약 길환영 사장이 이마저 거부하고 책임을 회피하면서 자리 지키기에만 연연하는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KBS노동조합은 이번 주내로 집행위원회를 소집해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고 사장 퇴진을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가열차게 전개해 나갈 것이다.

‘교통사고’ 발언 무엇이 진실인가?
사퇴했다고 면죄부 줄 수 없다. 사실이면 김시곤 중징계해야
반대로 악의적 왜곡이 명백하면 그 또한 책임을 물어야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이른바 ‘교통사고’ 발언 역시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보직을 사퇴했다고 면죄부를 주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될 것이다. 그런데 진술이 철저하게 엇갈리고 있다. 문제가 된 모 부서의 점심 자리에는 모두 다섯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김시곤 전 국장, 기자회견장에 동석했던 모 팀장은 그런 발언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본부노조에서는 복수의 관계자로부터 재차 확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느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교통사고’ 발언이 명백하게 사실이라면 김시곤 전 국장은 해임 파면 등의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 반대로 발언 내용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이를 부당하게 외부로 전달해 정치적으로 이용한 사실이 명백하다면 이 역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비판과 책임 추궁은 반드시 엄정한 사실관계에 기초해야 한다는 저널리즘 본연의 대원칙에서 어느 누구도 예외가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국민의 방송’ 회복 위한 대투쟁 선봉 나설 것

KBS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길환영 사장은 입만 열면 위기 운운하며 직원들의 고혈을 쥐어짜 왔지만 KBS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무너뜨리고 공영방송을 침몰 직전의 위기까지 몰아 간 장본인은 정작 길환영 사장 본인이었음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이 사장이 됐을 때 공영방송이 얼마나 처참하게 망가질 수 있는 지를 두 눈으로 생생하고 목도하고 있다.

이 상태를 그대로 놔두고 우리는 더 이상 KBS의 미래를 얘기할 수 없다. KBS노동조합은 잘못된 과거에 대한 엄중한 심판과 처절한 반성의 토대 위에서 KBS가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한 대변화를 위해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가열찬 투쟁의 선봉에 설 것임을 분명히 천명한다.

2014.5.11.
교섭대표노조 KBS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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