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의 IPTV서비스 상품을 판매하는 ‘행복기사’가 고객에게 유-무선 결합을 설득, 판매에 성공할 경우 이 기사는 건당 5천 원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브로드밴드 본사에서 3천 원, 소속업체에서 2천 원이다. 행복기사는 본사에서 기준을 만들고 시행한 고객서비스지표 평가 점수에 따라 총 다섯 등급으로 분류되고, 20만 원부터 100만 원까지 차별적인 등급별 수당을 받는다. 브로드밴드와 협력업체, 누가 진짜 사장일까.

유플러스는 각 서비스센터에 맞는 적정인력을 할당하고, 부족할 경우 1인당 350~450만 원의 비용을 줄이거나 계약을 해지한다. 센터가 스케줄러와 현장기사를 채용할 경우, 본사 매니저 면접을 거쳐야 한다. 유플러스가 업체와 맺은 계약서에는 ‘파업, 기사 임금체불 등으로 서비스센터 개통 및 AS업무가 4시간 이상 중단되는 경우’ 인근 서비스센터에 일을 맡길 수 있게 돼 있다. 협력업체는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걸까.

28일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소속 권영국 류하경 변호사가 SK브로드밴드와 유플러스의 인력운용체계를 분석한 결과 “브로드밴드, 유플러스 센터들은 협력업체로서 실질적으로 사업경영상 독립성이 없어 원청과 AS, 개통 기사들은 묵시적인 근로관계에 있거나, 센터 또는 협력업체들에 독립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근로자 파견 관계”라고 주장했다. 협력업체 사장은 ‘바지사장’이고 진짜 사장은 원청이라는 이야기다.

두 변호사가 브로드밴드와 유플러스 간접고용노동자 등에게 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두 회사의 모습은 삼성전자서비스와 닮아 있다. 삼성서비스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건별 수수료를 지급하는데 브로드밴드와 유플러스도 똑같다. 원청이 채용과 교육에 개입하는 모습도 같다. 주 60시간의 장시간 노동도 같다. 본사 콜센터에서 호출하면 고객에게 달려가는 근무형태도 같다. “두 회사와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에 있다”는 이야기다.

브로드밴드의 경우, 고객이 대표전화 106번으로 전화를 걸면, 원청 콜센터에서 기사를 배정한다. 기사는 브로드밴드의 모바일 전산시스템 B’smart에 접속해 고객을 방문하고, 이 시스템에 결과를 등록한다. 본사는 3달에 한 번씩 ‘level up’이라는 교육을 진행, 기사의 등급을 점검한다. 교육자료를 웹사이트(B’reak)에 올려놓고 시청률까지 확인한다. 강사는 물론 브로드밴드 직원이다. 영업실적이 부진할 경우 원청 직원이 주관하는 교육을 추가로 받는다.

유플러스 대표번호 101번에 전화를 걸어도 마찬가지다. 영업을 독려하는 사람은 협력업체 사장이 아니라 본사 매니저다. 특이한 점은 담당 기사가 기술적인 문의점이 생기면 원청 기술상담 센터에 직접 전화를 한다는 점이다. 각종 오류, 장비, 요금, 상품정보 등에 대해서는 원청 헬프데스크(1644-7544)의 도움을 받는다. 본사가 주관하는 교육이 시작하기 3일 전까지 불참 통보를 하지 않으면 그달 수수료에서 하루 10만 원씩 삭감한다.

권영국 류하경 변호사는 “AS와 개통 업무는 파견업이 가능한 업종이 아니다”며 “가령 파견업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각 센터 또는 협력업체들이 노동부 장관으로부터 파견업 허가를 득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브로드밴드나 유플러스는 법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기사들에 대해 사용자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명백하게 위장도급과 불법적 다단계 하도급으로 판단되고, 엔지니어들이 상시지속업무를 맡고 있는 만큼 즉시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남신 소장은 “원청 입장에서는 하청과 담합해 추가 이윤을 챙길 수 있고, 단기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이 같은 구조는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며 “기업의 중장기적 경쟁력을 생각할 때는 직접고용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남신 소장은 이어 “간접고용, 다단계 하도급을 계속 유지했을 때 비용이 더 들어갈 수 있다”며 “이번 세월호 참사 원인 중 하나도 비정규직인데, 사회적으로도 비용의 측면에서도 직접고용이 회사에 손실을 끼친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접고용으로 협력업체 중간 이윤, 부가세 등이 줄어드는데 서울시 같이 직접고용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은 “통신 대기업의 다단계 하도급에 따른 심각한 노동법 위반 사례”라며 “통신 대기업의 잘못된 영업정책과 관행, 이른바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갑’질이 기사와 협력업체에 불법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제기에 두 회사 홍보팀 관계자들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관련부서와 논의한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만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