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9일째를 맞은 24일,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가 수색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를 항의방문하는 등 정부의 수색 진행현황에 거세게 항의했다. 정부의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가족들은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이주영 해수부 장관을 둘러싼 채 수색 작업 지휘를 지켜보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전날 밤부터 수색에 기대를 하면서도 마음을 졸였다. 이날이 조류가 가장 늦은 소조기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수색을 위한 시간이 많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또한 시간이 갈수록 속이 더 타들어가는 것은 물론이다.

이에 따라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에 머무는 가족 50여명은 이날 오후 배를 나눠 타고 사고해역을 직접 방문했다. 또 다른 가족 50여명은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있는 진도군청을 방문해 이주영 해수부 장관에게 정부가 소극적인 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며 항의했다. 지난 20일 청와대 항의방문을 떠나려 했던 것에 이어 두 번째 집단행동이다.


가족들의 사고해역 방문 후 수색 작업 중인 잠수부가 2명밖에 안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가족들은 더욱 분개했다. 실종자 가족 수십명은 오후 4시 30분께 팽목항 대합실에 설치된 '가족지원 상황실'에서 최상환 해양경찰 차장을 바깥으로 끌어낸 후 강하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상황실에 들어가려는 가족과 이를 막으려는 해경 관계자들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격앙된 가족들은 물병을 던지고 뺨을 때리는 등 일부 과격한 행동을 벌였으나 최 차장이 밖으로 나오면서 큰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실종자 가족들은 "내 자식이 저 찬 물에 들어가 있다"며 "당장 들어가서 구조를 하라"고 외쳤다. 이들은 소조기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며 사고 현장의 세월호 4층 후미에 가이드라인을 추가로 더 내리고, 민간인 잠수부(UDT 동지회 등)들의 수색작업을 허가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오후 5시 브리핑을 하기 위해 팽목항을 찾은 이주영 해수부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최 차장 대신 가족들과 대면했다. 가족들은 더 이상 정부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며 이 장관과 김 청장이 가족들 앞에서 직접 현장을 지휘하고, 추가 수색을 명령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오후 7시가 넘은 가운데, 이 장관과 김 청장은 수십명의 가족들에 둘러싸인 채 가족지원 상황실 앞 가족대책본부 천막에 앉아 무전기로 수색작업 지휘를 하고 있다. 가족들의 분노가 폭발한 상황에서 이같은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 정부의 '소극 구조'에 분개한 실종자 가족들이 이주영 해수부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을 천막으로 불러내 현장 수색 작업 지휘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김병철 기자
 

한편 사고대책본부는 "소조기 끝나는데 잠수부 투입 2명? 대책본부에 항의"이라는 뉴스1 보도에 대해 언론에 자료를 배포해 해명했다. 사고대책본부는 "오전 정조 시간대는 9시 11시 10분까지 였으며, 수중 수색 작업은 9시 15분부터 12시 45분까지 6~8명씩 동시 입수하면서 교대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사고대책본부는 이어 "12시 45분에 마지막 출수조가 객실 입구 가이드 줄이 빠른 물살로 유실될 우려가 있다고 해, 물때가 지났음에도 베테랑 요원 2명이 12시 51분부터 13시 4분까지 가이드 줄 보강작업을 하고 나온 것"이라며 "멀리서 경비정을 타고 지켜본 희생자 가족분들이 이것을 수색작업으로 오해하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상황브리핑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159명이었으며, 이날 12구가 추가 인양돼 오후 3시 30분 기준 총 171명로 늘어났다.

   
▲ 24일 오후 6시께 이주영 해수부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전남 진도 팽목항 가족대책본부 천막 안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앉아있다. 사진=김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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