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최성준 위원장이 야당 추천 상임위원인 고삼석 박사가 ‘부적격하다’는 법제처 유권해석에 대해 “적정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야당에 상임위원을 다시 추천해 달라는 이야기로 풀이된다.

24일 전체회의에서 최성준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방통위 정상화를 위해 진언해 달라’는 야당 추천 김재홍 위원의 요청을 거절하며 이 같이 말했다. 최 위원장은 “(야당 추천 상임위원) 결원에 대해서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자격요건은 법으로 정해져 있고, 법제처의 의견이 제시돼 있는데 개인적으로 법제처 의견에 대해 적정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야당에 새로운 인사를 추천해 달라는 요구로 풀이된다. 현재 방통위는 야당 추천 상임위원 1명이 결원인 상황으로 여야 3대 1 구도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2월 고삼석 박사(중앙대 겸임교수)를 추천했고, 국회는 본회의에서 ‘고삼석 방통위원 추천안’을 90% 이상 찬성으로 의결했다. 이후 변희재씨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는 지난달 중순 방통위에 ‘자격 여부’를 물었고, 방통위는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법제처의 결론은 ‘부적격’이었다. 방통위는 국회에 재추천 요청서를 보냈다. 야당 추천 김재홍 상임위원은 “방통위가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행정행위 자체를 짚어야 한다”며 “법제처도 자격규정을 너무 좁게 해석했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입법기관의 인사청문회와 합의를 통해 위원장이 된 최성준 위원장이 국회를 무시했다”며 “국회와 각을 세우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김재홍 상임위원은 “최성준 위원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만 밝혔다.

이날 방통위 의결 보이콧을 거둬들이고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재홍 위원은 최성준 위원장에게 방통위를 ‘합의’로 운영하고, 다수결을 최소화하자고 제안했다. 최 위원장은 이 같은 제안에 “합의제 취지에 맞도록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결정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하는 사안”에 대해 다수결 의결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재홍 위원은 ‘보이콧 철회’ 이유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고, 공직자로서 꼭 해야 할 행정업무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 추천 상임위원이 하루 빨리 임명돼 방통위를 정상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가 재추천을 하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국회의 추천권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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