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를 둘러싸고 최초 침몰 시간과 신고 시간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전남 목포해양경찰은 상황실에 공식 접수된 세월호 침몰 신고 시각이 지난 16일 오전 8시 58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오전 8시 52분 세월호에서 안산 단원고 학생이 휴대 전화로 전남소방본부에 전화를 걸어 조난 신고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양수산부가 공개한 항적도에 따르면 16일 오전 8시 48분 경 세월호가 원인모를 급선회를 하고 선체가 기울어 물이 차고 엔진이 멈춰 항로 반대방향으로 표류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배안에 타고 있는 학생들이 최초 신고를 한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최초 침몰 시간과 신고 시간이 공식 발표와 다르다는 정황과 증언이 쏟아져 나오면서 최소 8시 50분 경 이전부터 사고를 인지할 수 있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수십분 전이라도 사고를 인지할 수 있었다면 구조 활동 시간을 벌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부 당국이 늑장 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최초 침몰 시간이 8시 50분 이전이었다는 정황은 당시 많은 언론보도에서도 드러난다. 연합뉴스는 지난 16일 오후 2시경 <여객선 침몰 구조 나섰던 민간어선 선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고 당일 마을 어선 5척과 생존자 구조에 나섰던 정모(52)씨를 인터뷰 했다. 정씨는 “미역을 캐러 나갔다가 사고가 났다는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배를 몰고 나갔는데 배가 이미 3분의 2 가량 물 밑에 잠겨 있었다”면서 “미역을 캐고 들어오다가 (마을 이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기 때문에 오전 9시 훨씬 이전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조도 주민 이모(48)씨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미역 양식 때문에 사고 당일 새벽 일찍 나갔는데 큰 배가 오전 8시께 멈춰 있었다”고 증언했다. 주민 김국태씨도 “어업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커다란 배가 보여 무슨 일인가 싶어 시계를 봤더니 오전 8시 20분이었다”고 전했다. 배안에 있던 승선원 전모씨도 “오전 7시 40분께 업무를 마치고 업무 일지를 쓰던 중 갑자기 배가 기울었다”며 “창문이 박살나고 사람들이 한 쪽으로 쏠릴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선체 내부와 바깥에서 이미 8시 50분 전부터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배가 기울었다는 정황이 쏟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최초 신고 시간도 공식 발표 시간보다 먼저 이뤄졌을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진도군청이 사고 당일 전남도청 상황실로 보낸 ‘세월호 여객선 침몰 상황보고’에는 사고 발생 시각이 8시 25분으로 기록돼 있다. 군청 쪽은 문서 작성 과정상 직원의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사고 파악 내용 중 중요한 요소인 시간을 헷갈려 상황실 보고서에 기록했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국립해양조사원이 사고 당일 세월호 침몰 시간을 8시 30분이라고 항행경보를 내린 것도 논란이다. 항행경보대로라면 최초 침몰 시간인 8시 50분보다 무려 20분 전에 침몰이 시작됐다는 것을 정부 당국이 파악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말 바꾸기도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지난 21일 오후 4시경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언론보도를 통해 세월호 침몰 사고를 최초 인지하고 관련 당국(해경 등)에 파악했지만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인터넷 언론 보도를 종합해 8시 30분경으로 침몰 시간을 공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립해양조사원은 21일 오전 국민TV 인터뷰에서는 “해경이나 본부 상황실에 확인을 했는데, 여덟시 반쯤 일어났다. 그래서 저희도 여덟시 반으로 쓴 겁니다”(국립해양조사원 해도수로과 정우진)라고 밝혔다. 항행경보는 해경 등 관련 기관으로부터 통보를 받고 내리는 것이 원칙인데 최초 언론 인터뷰에서는 해경 등으로부터 8시 30분이라고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가 논란이 되자 인터넷 언론 보도를 보고 자체 판단에 따라 8시 30분으로 침몰 시간을 명기했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국립해양조사원이 최초 밝힌대로 세월호 침몰 사고 시간을 8시 30분이라고 통보를 받았다면 해경 등이 이미 8시 50분 이전부터 사건을 인지한 것이기 때문에 20분 동안 사고를 방치한 셈이 된다.

제주해양경찰이 지난 16일 오전 8시 10분경 안산 단원고에 전화를 걸어 세월호에 탑승한 교사의 연락처를 물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정부 당국이 최초 신고 시간 40분 전부터 사고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혹도 나온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전화는 제주도 자치경찰이 세월호가 제주항에 도착하지 않자 확인차 8시 20분경 안산 단원고에 전화를 한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