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17일 오전 7시 현재 수색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시야가 흐리고 조류가 강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양경찰청은 오전 0시 30분 물 흐름이 멈춘 정조 시간에 맞춰 선체 수색을 진행했지만 강한 조류 때문에 1시간 만에 철수했다. 그러나 17일 새벽 배 안에 생존자를 확인한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며 여전히 희망의 불씨를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해경 경비정, 해군 함정 등이 동원돼 조명탄을 쏘며 밤샘 실종자 수색작업을 진행됐지만 추가 생존자와 사망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해경은 실종자 대부분이 선체 안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현재 사고 지점의 기상 상태는 초속 4.9m의 약한 바람이 불고, 파고는 1m 내외로 잔잔한 편이지만 오전부터 비가 예보됐다.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서 6825t급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등 290명이 17일 오전 현재 실종상태다. 17일 새벽 1시 30분 기준 여객선 탑승자 475명 중 179명이 구조됐고 6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는 비극적인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가득했다.

경향신문 <여객선 침몰 283명 실종…‘골든타임’ 놓쳤다>
국민일보 <“아이들을 돌려주세요”…절규의 바다>
동아일보 <277명이 저 아래…>
서울신문 <기적은 없는가…>
세계일보 <초동조치 부실…대참사 불렀다>
조선일보 <침몰까지 140분…눈뜨고 아이들 잃는 나라>
중앙일보 <290명, 제발…>
한겨레 <어디 있니, 얘들아…>
한국일보 <실종 290명…“한명이라도 더” 밤새 필사 구조작업>

   
▲ 동아일보 1면.
 
   
▲ 경향신문 3면.
 
침몰까지 140분, “현재 위치 대기” 명령이 화 키웠다

사건을 정리하면 이렇다. 16일 오전 8시 58분 세월호가 “침수가 시작됐다”며 구조를 요청했다. 조선일보는 “구조 인력이 도착했을 당시 세월호 선체는 이미 45도 가까이 기울어져 있었고, 오전 10시 30분쯤 수면과 거의 수직이 됐다”고 보도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신고 한 시간 전인 오전 7시 30분부터 세월호는 바다에 정지해 있었다. 안산 단원고 측은 “사고 신고 전인 오전 8시 10분쯤 제주해경이 ‘오전 8시 입항 예정인 세월호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데다가 연락도 두절됐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15일 밤 암초에 부딪힌 세월호가 항해를 강행하다 16일 침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화를 키운 것은 선사 측 초기 대응이었다. “밖으로 나가지 말고 현재 위치에서 대기하라”는 방송을 내보내 상당수 승객이 30분 가량 대피하지 않고 선실 등에서 대기해 피해를 키웠다는 것. 단원고 2학년 손정아양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안내방송에서 침착하게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라고 지시해서 방송을 믿고 선실에서 기다렸다”면서 “그 말만 믿고 끝까지 기다린 애들은 못 나왔고 나와 친구들은 침몰할 것 같아서 기어 나왔다. 그래서 살았다”고 말했다. 경향은 “뒤늦게 한꺼번에 좁은 출입문 쪽으로 몰리다 뒤쪽에 줄서 있던 승객들은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증언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김영모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교수는 “여객선의 통로가 굉장히 좁기 때문에 특정 출입구가 침수되면 그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가 많지 않고 복잡한 구조 때문에 출입구를 찾기가 더욱 쉽지 않다”고 말했다. 탈출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뒤, 패닉에 빠진 승객들이 물이 차오르며 탈출에 실패해 배 안에 고립되었다는 분석이다.

경향신문은 “세월호에는 46개의 구명용 뗏목이 있었지만 2개만 정상 작동했다”며 “세월호는 2개월 전 안전검사를 받았던 것으로 밝혀져 부실 검사 의혹도 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고가 나자 해경과 해군, 서해어업관리단 등 관계기관은 경비정과 군함 등 선박 200여척, 헬기 15대 등을 현장에 파견해 구조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진도 어민들도 조업을 중단하고 선박 60여척을 동원해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도왔다.

여객선은 사고 직후 북서쪽으로 5.1㎞가량 떠내려가 수심 38m의 병풍도 부근 갯벌 위에 얹혀 있다. 실종자 중에는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조류에 떠밀려간 이들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 원인, 암초부터 내부폭발까지 다양

   
▲ 한겨레 1면.
 
사고가 왜 났을까. 우선 배 앞부분에서 충돌 소리가 났다는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여객선이 암초에 부딪쳤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암초 충돌은 논란이 분분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현지 어민과 출동 대원에 따르면 진도 앞바다는 원래 암초가 많지 않은 곳이어서 다른 물체와 충돌해 좌초했을 수도 있다”고 전하며 “일각에서는 엔진이 내부에서 폭발하며 배에 큰 구멍을 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항로이탈 가능성에 대해서도 “세월호가 섬 바깥쪽을 돌아가는 권고 항로 대신 섬과 섬 사이 지름길로 갔다”는 지적과 “세월호가 안전항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대다수의 신문은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양측 입장을 실었다. 경향신문은 “전문가들은 선체에 구멍이 났다면 수밀격벽(물이 새지 않는 칸막이 벽)이 기관실과 여객실을 막아줘 침수가 더디게 진행되게 하지만, 이번 사고는 2시간 만에 침몰한 점으로 봐서 수밀격벽이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배에 남아있는 학생들, 살아있을까

가장 큰 관심은 배 안에 남아있을 실종자들의 생존여부다. 우선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이 가장 우려된다. 해양수산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사고 당시 진도 해상의 수온은 12.6도로, 승객들의 생존가능 시간은 물에 가라앉은 이후부터 2시간”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산소부족에 의한 질식사가 우려된다. 하지만 선박 안 격자형 선실에 산소가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다. 가로·세로·높이 2m의 공간에 공기가 차 있다면, 한 사람이 최대 72시간을 생존할 수 있다. 하지만 김영모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교수는 “이번처럼 배가 서서히 기울어져 간 경우에는 내부에 공기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을 두고 중앙일보는 “세월호가 완전히 물에 잠긴 것은 아니다. 16일 오후 10시 현재 여객선 일부는 바다 위로 드러나 있다”며 “선체 내부의 공기가 남아있는 공간(에어포켓)에 생존자가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먼저 탈출한 선장…“아는 것 없다”

   
▲ 조선일보 1면.
 
16일 침몰한 세월호 운항의 총책임자인 선장 이모 씨(61)는 선체에서 무사히 탈출한 뒤 오후 2시 전남 진도군 진도읍 한국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이 씨는 동아일보 기자가 신분을 묻자 “나는 승무원이다. 아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씨는 사고 원인을 묻는 질문에 “암초 충돌은 아니다. 갑자기 가라앉았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동아일보는 “이 씨는 이후 사고 현장 부근 3009함에서 현장 검증을 한 뒤 목포 해양경찰서에 불려가 사고 경위에 대해 조사를 받았으나,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진 탓인지 진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씨는 휴가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던 기존 선장 대신 이번 운항에 투입된 '대체 선장'이었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측은 “이 씨는 2006년 11월 청해진해운에 입사한 뒤 8년 동안 인천∼제주로 이어지는 동일 항로를 운항해 왔으며 경력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목포해경에 따르면 선장 이씨는 가장 먼저 탈출 행렬에 합류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선장의 모습만큼이나 정부의 모습이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당초 368명이 구조됐다고 밝혔다가 이를 번복하며 하루 종일 사고선박 승객 수와 실종자 수, 구조자 수를 정정하며 우왕좌왕했다. 조선일보는 팔면봉에서 “여객선 침몰. 세계 언론의 주요 뉴스로. 백날 한류 자랑해야 이런 사고 한 건으로 한국은 후진국”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사고가 1993년 292명이 사망했던 서해 훼리호 사고 이후 최대의 해난 사고로 기록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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