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탑승객 462명 가운데 4명의 사망자와 284명의 실종자라는 대형 참사를 낳은 세월호 침몰사건에 대해 대부분의 방송과 전문가들이 좌초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부에서는 내부폭발이나 잠수함 충돌 가능성까지 내놓기도 했다.

이날 정부 발표에 따르면 사고 지점은 전라남도 진도군 병풍도 1.8마일 북방으로, 평소 항로에서 5km 이상 이탈한 위치이다. 세월호는 이날 아침 8시50분경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급격하게 좌현으로 기울어져 30~40분 만에 90도로 기울어졌다고 승객들은 진술했다.

이를 두고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1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침몰지점으로 가기 전에 20마일 지점에 암초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배가 한 방향으로 빙빙 돌았다’는 생존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배가 암초에 정면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방향을 급우현타로 틀면서 암초에 좌측 선저측이 찢기면서 기관실부터 라다(방향타)까지 찢겨 더 이상 방향을 조정할 수 없게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이 대표는 “화물이 한쪽으로 넘어지고, 더욱 쏠리면서 바깥쪽에 가까이 있던 사람은 구조가 된 반면, 미처 나오지 못한 사람들은 구조되지 못한 것”이라며 “이렇게 빠른 시간에 물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암초 충돌로 생긴 파공에 의한 침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16일 방송된 SBS <8뉴스>
 
이와 관련해 SBS는 이날 <8뉴스>에서 사고 지점이 평소 항로에서 5km 이상 이탈한 위치라는 점을 들어 “침몰한 세월호가 지름길로 가기 위해 맹골도와 거차도 사이 항로를 이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다”라며 “예정시간보다 늦게 출발한 세월호가 입항 시간을 맞추기 위해 과속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SBS는 “예정시간보다 늦게 출발한 세월호가 입항 시간을 맞추기 위해 지름길로 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정이 나온다”며 “평소 운항속도는 15에서 18노트 사이인데, 25노트 가량의 속도로 운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또한 SBS는 “안개 때문에 미처 암초를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국립해양조사원은 세월호가 침몰한 진도해역 지점 주변의 해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뚜렷한 암초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배가 암초와 충돌하고 타고 넘어갔다면 사고 위치와 침몰 위치가 다를 수 있단 뜻이라고 SBS는 전했다. SBS는 “빠른 속도 때문에 암초를 피하지 못한 채 타고 넘어가면서 선채 하단이 10m 이상 찢어지고, 뒷부분 방향키까지 파손되면서 빠르게 침몰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방송했다.

KBS는 이날 <뉴스9>에서 굉음의 정체가 사고의 단서라며 사고 순간 배가 ‘쾅’하는 순간 기울기 시작했다는 증언을 들어 “이 소리가 암초에 부딪히면서 난 소리일 가능성 있다”고 보도했다. KBS는 “2년 전 좌초로 침몰된 콩코르디아호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16일 저녁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KBS는 “강한 조류에 흔들려 쇠사슬이 풀린 것. 선박 내부 가연성 소재가 폭발이 났을 가능성도 있다”며 “배를 인양해 손상부위를 조사해야 알 수 있다”고 방송했다.

암초충돌 가능성에 유보적인 평가를 내놓은 곳도 있다.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구조된 승객들의 증언에 따르면 세월호는 쿵하는 소리가 난 뒤 가라앉기 시작했다”며 “암초에 부딪혔거나 선체 내부 폭발 등에 따른 충격음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MBC는 “하지만 암초 충돌 가능성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사고가 난 곳은 항로 이탈 지점이 아니고 암초도 많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며 “기상청도 오전 9시쯤 사고 해역과 가까운 목포의 시정은 5km, 파도 높이도 0.5m 정도로 여객선 운항에 지장이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YTN은 “배가 암초에 정면으로 부딪힌 뒤 움직이면서 배 옆면까지 찢겨 나갔다면 빠른 시간 안에 침몰할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해양조사원에 따르면 사고 해역에는 뚜렷한 암초가 없는 것으로 현재까지 파악되고 있어 이마저도 확신하기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YTN은 “고정된 암초가 아닌 큰 원목 등 부유물이나 잠수함에 부딪혔을 가능성도 있다”며 “선체 결함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YTN은 “'쾅' 소리와 함께 단 2시간 만에 침몰했다면 내부에서 큰 폭발이 먼저 일어나 침몰이 빠르게 진행됐을 수도 있다”며 “사고 당시 쾅 소리가 다른 소리였다는 증언도 있다”고 방송했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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