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와 백령도, 강원도 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가 북한제로 확실시된다는 국방부 발표에 대해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CNN 등이 자체 분석결과를 내놓으며 장난감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 주목된다.

인터넷방송 ‘김어준의 KFC’를 진행하고 있는 김어준씨는 11일 밤 방송된 무인기 편에서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에 대해 여러 의문점을 제기하면서 북한소행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GPS만 뜯어보면 사용한 시간, 위도와 경도, 고도가 나오기 때문에 어디로 날아와 어느 높이로 몇시에 어디로 가는지 다 나온다”며 “그런데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동안 배터리에 적힌 ‘기용날자’가 날짜의 북한말이라는 국방부 주장을 두고 김씨는 ‘기용날자’라고 인쇄된 한글서체의 크기를 맞춰보니 아래한글 ‘한컴바탕체’와 정확히 겹친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어 ‘啓用日期’(계용일기)라는 한자로 쓰여진 서체 역시 아래한글 한컴바탕체 중국어체와 정확히 겹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배터리에 적힌 ‘S3-3~DC136~’ 등처럼 군수품에 영어나 한자를 쓰지 않고 ‘ㅈ’과 같이 우리말을 쓴다는 점도 제시됐다.

   
지난 11일 밤 방송된 인터넷 방송 '김어준의 KFC' 동영상 캡쳐.
 

   
지난 11일 밤 방송된 인터넷 방송 '김어준의 KFC' 동영상 캡쳐.
 
이날 방송에선 조선일보가 지난 3일자 1면 머리기사와 TV조선 5일 뉴스에서 사진으로 보도한 무인기의 청와대 상공 촬영 사진 관련 설명의 오류도 지적됐다. 김씨는 TV조선이 특종을 했다면서 거론한 내용 가운데, ‘북한 무인기가 통일로를 따라 고도를 유지하다 청와대 근처에서 고도를 낮춰서 1초 간격으로 촬영했으며, 파주에서는 8초, 청와대 접근해서는 4초, 청와대 위에서는 1초, 특히 300미터 고도로 접근했다’고 보도한 대목을 들었다. 이를 두고 김씨는 “300미터 상공에서 찍었다는 것인데, 사진 안에 보이는 북악산의 고도가 342미터”라며 “북악산이 걸려야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파주 무인기에 탑재된 캐논 550D가 청와대 상공에서 1초 간격으로 193장을 찍었다는 보도내용에 대해서도 김씨는 “캐논 550D 매뉴얼을 찾아봤더니 그런 기능이 없길래 전문가에 물어봤다. 전문가는 우선 카메라를 작동시키는 폼웨어를 바꿔야 한다고 분석했다”며 “또한 8초, 4초, 1초 간격으로 계속 바뀌려면 이런 식으로 찍도록 명령을 해줘야 하는데, 그러려면 GPS와 연결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그러나 국방부는 ‘카메라에서 송수신기와 연결된 케이블이 없다’고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카메라에 촬영된 각도와 범위를 두고 1.6km 가량 될 정도로 굉장히 넓은데도 이 카메라에 사용된 렌즈가 50밀리미터의 단렌드라는 TV조선 보도에 대해 김씨는 “50mm 단렌즈라면 대략 각이 30도 정도이며, 촬영된 폭이 1.6km 정도 되는데, 이 때 고도가 어느 정도 돼야 하는지를 피타고라스정리로 계산해보면 2km가 훨씬 넘는다”고 분석했다.

이를 두고 김씨는 “북한은 핵도 개발하고 인공위성과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쏠 정도로 군사기술이 낙후돼 있지 않다”며 “이를 볼 때 이번 무인기는 (무인기가) 아니라 장난감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우리나라 중소기업도 이런 것을 안날린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그 근거로 이번 무인기에 사용된 엔진가격이 실제로는 20만 원 가량이며, 프로펠러 뒤에 달린 머플러 가격이 23만 원 등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검색한 뒤 구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정도 크기의 무인기를 아예 구입하려 해도 가격이 1349달러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보다 더 큰 ‘장난감 무인기’도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다며 사례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방송에서는 김씨가 준비한 여러 의문점 뿐 아니라 RC 제작 중소기업 업체 관계자와 30년 경력의 RC 운용자와의 인터뷰 육성도 소개됐다. RC모형기 제작 중소기업 업체 관계자는 방송에서 “북한에서 삼척까지 날아간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2행정이면) 소리가 많이 난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일 밤 방송된 인터넷 방송 '김어준의 KFC' 동영상 캡쳐.
 
경력 30년의 RC모형기 동호회 활동하는 인사는 현장연결에서 “이 정도 엔진을 달고 (삼척 무인기처럼) 280km의 왕복은 불가능하다”며 “가솔린 엔진이면 가능할 수 있을지 몰라도 ‘순사이클 글로우 엔진’으로는 런타임 10분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500cc 연료는 10분이면 끝난다”며 “5kg 무게 정도의 연료를 싣고 간다고 하는데, 그 정도면 비행기가 뜨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프로펠러가 나무로 됐다는 것에 대해 “돌맹이 하나만 건드려도 바로 깨지는데 그렇게 멀쩡하다는 것은 의문”이라며 “삼척같은 경우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나뭇가지 사이사이를 다 피해서 정확히 앉을 수가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그는 2행정 엔진의 연료효율이 50% 정도밖에 안된다는 점, 윤활유가 타고 남은 것이 무인기에 다 묻어 있어야 하는데도 동체엔 깨끗한 점 등을 의문점으로 제시했다.

한편,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2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무인기 장난감 놓고 장난치냐”고 썼다.

특히 정 의원은 13일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에서 TV조선이 보도한 ‘고도 300m서 촬영’을 두고 “청와대 뒷산 북악산이 342m인데 어떻게 300m 상공에서 북악산 정상까지 찍을 수 있느냐”며 “해발고도부터 따지더라도 345m 상공인데 어떻게 가능한지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정 의원은 “국방부는 아직 모르는 GPS분석을 어떻게 했느냐”며 “조선일보는 자료를 어디서 입수했느냐. 국방부인가, 국정원인가 청와대인가”라고 반문했다.

   
지난 11일 밤 방송된 인터넷 방송 '김어준의 KFC' 동영상 캡쳐.
 
정 의원은 국방부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이곳저곳에서 제기된 의혹을 국회의원으로서 질의한 것을 놓고 ‘북한을 두둔한다’느니 하는 말은 삼가해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의 무인기 ‘북한제 확실시’ 발표를 두고 외신도 장난감과 같은 비행기라는 평가가 나왔다. 12일 뉴스 블로그 정상추네트워크에 따르면 CNN은 최근 ‘Are suspected North Korean drones a threat to South Korea?(북한의 것으로 의심되는 무인비행기, 한국에 위협이 되나?’)는 기사에서 국방부 대변인, IHS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 잡지의 아시아 태평양 편집장인 제임스 하디 등의 발언을 인용해 무인기가 위협적이지 않은 장난감 가게에서 파는 원격 조정 무인비행기와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CNN은 “한국이 이 무인기 때문에 영공을 지키고자 법석을 떨었다”며 ‘무인기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한국정부(박근혜 대통령) 주장을 두고 ‘전문가들은 이 무인비행기들이 실제 위협은 거의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4일 파주에서 발견됐다는 무인기. 사진=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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