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시가 운영하는 목포시립예술단 소속 목포시립교향악단원 정리해고 사태가 난항을 겪고 있다. 목포시와 목포시립예술단지회는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역 시민사회는 정리해고 사태를 우려하면서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정리해고 사태는 여러가지 문제가 중첩돼 있지만 해고 대상자가 목포시립예술단지회 조합원이라는 점에서 일방적인 시 행정을 통한 노조 탄압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해 단원들이 노조를 결성해 목포시의 교향악단 운영의 관리 감독 책임을 지적하고 민원을 제기해 전라남도의 감사까지 받은 상황에 이르자 시 의회가 예산을 삭감하고 목포시가 이에 따른 책임을 조합원의 정리해고라는 형태로 책임을 묻고 있기 때문이다.

J 지휘자 녹취 발언 공개 ‘경악’

목포시는 지난 1월 1일 교향악단 단원 25명에 대한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목포시 의회가 목포시립교향악단의 예산 40%를 삭감하면서 교향악단 운영이 어려워 64명의 단원 중 절반에 가까운 인원을 정리해고 하겠다는 것이 목포시의 입장이다. 이어 목포시는 지난 2월 25일 2명을 추가해 해고 대상자 27명에게 등기로 해고 사실을 통보했고 29일 단원을 최종 해고 조치하기로 했지만 지회와 협상을 통해 일단 오는 4월 14일까지 해고 조치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목포시립교향악단의 정리 해고 사태는 지난 2006년 상임지휘자로 위촉된 J모 지휘자의 지속적인 폭언과 성희롱 발언과 임기 문제가 발단이 돼 단원들이 노조를 결성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때부터 예고됐다.

J 지휘자의 임기는 시 조례에 따라 지난해 8월 31일까지였지만 목포시가 J 지휘자를 관리자 직위로 두는 형태로 연말까지 4개월을 연장시켜버렸다.

목포시의 결정에 단원들은 정종득 목포시장을 찾아가 항의했지만 '만약 단원들이 그 관리자(J 지휘자)를 모셔오지 않을 경우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성 발언이 돌아왔다. 목포시 문화 예술과에서는 시장이 말한 특단의 조치에 대해 "교향악단에 2014년 예산편성을 하지 않은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더욱이 J 지휘자의 임기를 연장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J 지휘자와 종신계약을 맺는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J 지휘자와 유착설이 돌고 있는 한 시민단체가 J 지휘자의 종신계약을 시에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단원들은 지난 7년 동안 지휘자의 권한인 단원들의 근무평정 제도 때문에 J 지휘자의 폭언과 성희롱 발언을 견뎠지만 종신계약 움직임까지 보이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지난해 10월 24일 노조를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단원들은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목포시립예술단지회를 만들고 지난해 11월 목포시청 앞에서 목포시의 교향악단 파행 운영을 지적하고 J 지휘자의 폭언과 성희롱 발언을 공개했다.

목포시립에술단지회가 확보한 J 지휘자의 발언 녹취록을 보면 충격적일 만큼 단원들의 인격을 모독하고 여성을 희롱하는 발언이 담겨 있다.

J 지휘자는 주로 교향악 연습시간 단원들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J 지휘자는 "활을 병신같이 쓰네, 당신들은 장애 2급이야. 당신들 루게릭병 걸렸어? 활을 왜 그렇게 써? 니 애미 애비가 그렇게 가르치든? 니 애미는 너 같은 거 낳고도 미역국이 넘어갔대. 무뇌아들, 뇌에 다림질했냐? 내가 다시 주름 잡아줄까"라며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발언을 하는가 하면 "(임산부들에게) 뽈록이들. 인사도 하지마 재수없어, 귀는 악세사리냐? 귀 썰어버린다. 당신은 귀에 송곳이나 박아라, 얼굴만 이쁘면 다냐? 속은 썩어서 냄새나는데 시궁창 냄새"라며 성희롱성 발언을 쏟아냈다.

몸이 아픈 단원을 향해서는 "너 어디 아파? 자살하려고 약 먹은 거 아님 됐고 니 애새끼가 뭘 보고 배우겠냐"며 "앞에서 고상한 척 연주하지마 이 뚱덩어리들. 성형할 시간 있음 니 고막 성형이나 하고 와"라고 했다고 지회는 전했다.

지회 조합원 A씨(34)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합주 시간에 치마를 입고 담요를 덮고 있으면 위아래로 훓어 보면서 업소 여성이야 단란주점 소개시켜 줄까라고 말했다"며 "거의 날마다 그런 폭언 수준의 발언을 한다. 어떤 여성 단원이 치마를 입고 다리를 오므리고 있으면 직접 손으로 벌려준 경우도 목격했다. 문제를 제기하면 연말에 잘라버리겠다고 하고 마음에 안든 단원을 합주에 못 들어오게 하고 지하에서 혼자 연습을 하고 버티고 있으면 재수가 없다. 눈치도 없이 이렇게까지 했는데 스스로 그만 안둔다면서 음악계에서 매장시켜버리겠다는 발언도 했다"고 말했다.
 

   
▲ 지난 2월 20일 목포 시청 앞 정리해고 철회 촉구 투쟁결의대회 모습
 

단원들이 J 지휘자의 도가 넘은 발언을 듣고도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던 것은 정기 근무평정 제도 때문이다. 단원들은 2년에 한번 지휘자와 심사위원 4명 앞에서 사실상 '오디션'을 보고 연주능력과 근무태도 등을 따져 일정 점수를 넘지 못하면 근무 연장을 할 수 없다. 근무 연장을 하려면 70점을 넘어야 하는데 지휘자가 줄 수 있는 근무평정 최대 점수는 30점이어서 지휘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단원들에게 점수를 주지 않을 경우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악단을 떠날 수밖에 없다. 지회는 J 지휘자에 대해 "지휘자의 언행에 반박하는 단원이 있으면 전체 단원들 앞에 세워놓고 갖은 욕설과 폭언으로 모욕감을 주어 자진 사퇴를 하게 만드는 일까지 발생했다"며 "정기 근무 평정을 통해 상임에서 수석단원까지 정해지게 되고, 만약 정기 근무평정이 좋지 않으면 해임도 될 수 있기 때문에 단원들은 갖은 모멸감을 당하면서도 묵묵히 참으며 지내야 했다"고 토로했다.

단원들은 J 지휘자가 폭언을 쏟아낸 것은 목포시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노조를 결성하고 단체교섭을 통해 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목포시는 단원들이 노조를 결성하자 조합원들의 복무규정을 단속한다며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고, 단원들이 협의해 수년 동안 지켜온 9시45분부터 1시45분까지 근무시간을 복무규정대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변경해 근무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지회 조합원 42명은 목포시가 보복성 행정조치를 하고 있다며 지시를 따르지 않았고 목포시는 기다렸다는 듯이 경위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복무규정에 나온 근무시간을 지키지 않은 만큼 월급을 깎아버렸다.

전라남도 감사 결과에서도 부실 관리 운영 드러나

목포시와 지회의 본격적인 갈등은 지난해 12월 언론 보도를 통해 '교향악단 외부공연시 개런티 횡령 의혹'이 불거지면서 확산된다. 

지회는 의혹 보도에 대해 진상을 밝혀줄 것을 촉구했고, 결국 전라남도는 감사를 통해 교향악단이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순천대 공연과 2011년부터 2012년 예술의 전당 ‘교향악축제’ 공연에서 받은 수입금을 목포시립예술단 설치운영조례에 따라 목포시의 세외 수입으로 조치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사실상 목포시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상위 기관의 감사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전라남도는 수천만원의 돈이 교향악단의 제주도 여행 및 연수 비용으로 집행된 사실과 J 지휘자가 자신의 계좌를 통해 출연료를 받고 부대경비를 집행하고 잔액이 목포시 세입 조치를 하지 않은 것도 확안했다.

전라남도는 "교향악단에 대한 직무상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하여 관련 조례를 위반, 목포시의 세입손실을 초래한 담당 공무원에 대해서는 문책을 할 계획이며 공연수입금을 세입처리하지 않은 교향악단 관련자에 대해서는 목포시에 목포시예술단원 복무규정 15조에 따라 징계처분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회는 단원들은 외부공연 게런티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휘자와 단무장 등 목포시 관리자들이 악단을 부실하게 관리하면서 일어난 사태라고 비판했다.

목포시 의회는 전라남도 감사 결과에 대한 책임으로 교향악단 예산 13억 여 원 중 40%인 5억 원을 삭감했고, 이에 목포시는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했다. 목포시는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에 대해 단원들의 근무태도를 이유로 들었지만 정리해고 대상자 27명 모두 지회 조합원이라는 점에서 지휘자 발언 공개, 노조 결성, 감사 촉구 등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있다는 것이 지회의 주장이다.

지회는 "목포시는 폭언, 성희롱 현장 방치 및 부당한 재임연장, 외부공연 관리자 개런티 횡령 등 비리은폐, 부당 행정 등에 대한 자정노력을 고사하고 여전히 목포시의 귀책사유에 대한 책임전가식 정리해고를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정리해고 철회 없이 협상 난항

목포시와 지회는 테이블을 마련해 정리해고를 피하기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 목포시는 정리해고안 대신 희망퇴직, 무급휴가, 전체 단원 40% 임금삭감 등 3가지 방안을 내놓았지만 지회는 교향악단의 정상화를 위한 방안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함인호 목포시립예술단지회 지회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전국 어떤 지자차에서도 시행된 적이 없는 유례없는 집단 정리해고 조치"라며 "현재 교향악단의 64명 인원 중 40%인 27명이 없는 교향악단은 정상적인 연주가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시가 정리해고를 철회하든 안하든 해체할 위험도 크다. 의회에서 예산 집행 추경예산에 악단 운영 예산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교향악단 단원들이 목포시로부터 받고 있는 기존 급여도 워낙 열악해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회에 따르면 교향악단 단원의 초봉 기본급은 84만3800원이고 16년차 단원이 받는 실수령 급여는 147만 원에 불과하다. 
 

   
▲ 지난 2월 17일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 목포시립예술단지회는 임금 및 단체협약 결렬에 따른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94.7%로 쟁위행위를 가결시켰다.
 

목포시는 정리해고 사태와 관련해 "2014년 7월 이후에는 정상운영이 도저히 불가능하게 됨에 따라 불가피하게 우선 정리해고를 추진하고 추후 예산상황 변화에 따라 객원 단원 활용, 추가 보충 등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안을 강고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포시는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정기평정 결과 불합격자, 무단 조퇴 등 근무지 무단 이탈자, 연습 거부와 지휘자 지시에 불응하고 연습을 방해하는 자를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향악단 단원 A씨는 "J 지휘자의 임기가 이미 끝났는데 지난해 10월 복귀해 얼굴을 보는 순간 부들부들 떨고 있는데 합주를 하라고 해서 거부를 했다. 어떻게 이것이 연습거부가 되는 것이냐"고 말했다. 목포시가 정리해고 대상자 기준으로 지휘자의 지시 불응, 연습 거부 등을 내세운 것은 여전히 J 지휘자의 폭언과 성희롱 발언을 인정하지 않고 단원들에게만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J 지휘자는 지회의 고발로 인해 모욕죄 혐의가 인정돼 벌금형을 받았고 성희롱 발언과 관련해 목포노동지청이 진정을 접수해 조사가 진행 중이다.

목포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지휘자 폭언과 임기 문제와 관련해 "단원들과 협의를 통해 후임자 선정을 위해 12월말까지 임기 연장을 한 것"이라며 "성희롱 발언이라고 하는데 법적인 판결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성희롱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목포시 관계자는 "목포시에서는 예산을 그대로 올렸지만 의회에서 예산을 삭감한 것이다. 인건비를 삭감했기 때문에 오는 7월이면 임금체불이 올 수 있어 정리해고를 결정했고, 정리해고 회피 방안으로 협의를 하고 있다. 추경 예산을 편성하려고 해도 6월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7월 이전 의회가 열릴 가능성이 없고 추경 예산을 올릴 보장이 없다. 공공기관에서 임금체불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추경예산을 확보하면 소급해서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함인호 지회장은 “29일 해고 조치를 하기로 했던 것을 연기한 것은 목포시의 꼼수에 불과하다”며 “정리해고 철회를 발표하고 추경예산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면 소급 적용을 하겠다고 합의문에 명시하면 되는데 올해 임기가 끝나는 시장이 시간을 끌어 물타기를 하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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