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4주기를 맞아 5·24조치 해제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 등 이제는 천안함을 털고가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46명의 장병의 목숨을 앗아간 원인에 대한 정부 설명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북한 어뢰 폭발로 인한 격침이라는 이른바 정부 ‘폭발론’의 가장 큰 허점은 어뢰 폭발의 충격을 가장 가까이에서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의 사인이 익사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국방부 합조단은 보고서에서 어뢰폭발 효과가 최대 82m의 물기둥을 낳을 것이라는 계산까지 해놓고도 폭발효과가 미치는 곳에 있던 장병들에게는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이를 두고 선체인양 인명구조나 선박 전문가들은 폭발론의 치명적인 모순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7일 국방부 합조단의 천안함 최종보고서를 보면, 사고 이후 발견한 천안함 희생자 40구의 시체 검안결과 이들을 모두 익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천안함 선저(가스터빈실) 3~4m 아래에서 어뢰가 터졌다는 합조단 주장을 적용할 경우 폭발의 효과가 가장 가까이 미친 곳에서 발견된 시신에 대해서도 합조단 스스로 익사로 결론을 냈다. 2010년 4월 24일 함수 인양 직후 인공배수를 위해 1차 수색과정에서 가스터빈실 앞에 위치한 함수 자이로실에서 발견된 고(故) 박성균 하사의 검안 결과에 대해 합조단은 “시신 양측 경골(정강이뼈) 골절, 하악골이 분쇄골절 및 피부와 연조직, 좌측 후두부 두피에 열창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천안함 함미
 
또한 함미 인양 전 탐색 과정에서 그해 4월 7일 기관조종실 절단면 부근에서 발견된 고(故) 김태석 상사의 시신에 대해서도 합조단은 “검안한 결과 팔꿈치가 탈구됐고 다수의 쓸리거나 긁힌 상처가 있었으나 파편에 의한 상처나 관통상은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달 3일 함미 절단면 부근 상사식당에서 발견된 고(故) 남기훈 상사의 시신 검안 결과에 대해서도 합조단은 “안면부 위·아래 턱뼈 및 우측 팔 상박 부분이 골절됐고 좌측 팔 상박 부분 근육이 찢어져 있었으며, 기타 안면부 좌측 경부 등에 다수의 찔리고 찢어진 상처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기관조종실에 위치했다가 침몰 이후 떨어져나간 연돌에서 4월 22일 발견된 고(故) 박보람 하사의 경우에 대해서도 합조단은 “검안한 결과 시신 좌측 이마에 열창, 우측 무릎부위 좌상 등이 관찰됐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폭발이 이뤄진 곳이라는 가스터빈 아래 쪽과 거리가 먼 곳에 위치한 희생자들(36구)의 경우 합조단은 “X선 판독결과 대부분의 시신에서 열창, 피하출혈, 표피박탈, 좌상, 골절 등 비교적 경미한 외상이 확인됐으며 하사 등 5명(하사 3, 병장 1, 일병 1)의 시신에는 외부손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발견된 모든 희생자들의 사인에 대해 합조단은 “생존자 환자 상태 및 시신에 대한 검안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볼 때 환자와 시신에 화상, 파편상, 관통상은 없었다”며 “생존자 환자는 골절, 열창 및 타박상이 다수였고 시신 대부분은 비교적 경미한 상해를 입은 상태로 외상에 의한 사망 가능성은 적으며, 정황상 익사한 것으로 추정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합조단은 생존자 환자와 다수의 시신에서 좌우 한쪽으로 넘어지면서 선체와 부딪혀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골절, 열창, 좌상이 관찰되는 점을 들어 “버블효과에 의한 현상과 일치했다”고 주장했다. 화상과 파편상, 관통상, 질식 등 폭발로 인한 효과가 없었다면서 결론은 버블제트 폭발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천안함 사고당시 승조원 위치. 사진=합조단 천안함 최종보고서
 
또한 물기둥 높이에 대해 합조단은 ‘부록 Ⅱ_수중폭발 현상’ 편에서 “화약량(200~360kg)과 수심(6~9m) 범위의 점선 부근에서 최대의 워터제트 효과를 얻게 된다”며 “예를 들어 자유해수면에 적용되는 식에 TNT 250kg과 수심 6m를 적용하면 제트위 최대높이에 대한 예측치는 약 82m로 계산된다”고 예상했다. 물기둥이 최대 82m까지 솟아올랐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선체에 직접 타격하지 않은 비접촉 수중폭발이라 해도 폭발의 충격파가 도달하는 범위 내에 있는 인체와 사물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해난구조 인양 전문가인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26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폭발의 충격이 가장 큰 지점에서 발견된 시신의 사인이 익사라는 것은 스스로 폭발이 아니라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직접) 폭발로 인해 직접 선상 또는 선체 내에 있던 시신의 상태를 보면, 팔다리와 목 등이 절단되거나 크게 훼손된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특히 2012년 잘생한 두라 3호 유증기 폭발 사고의 사례를 들어 “이 사고는 내부에서 폭발한 사건이지만 실제 시신은 폭발위치 보다 떨어져 있는 등 간접 충격을 받았을 뿐인데도 크게 훼손됐다”며 “사고 이후 인양 못한 시신을 우리가 직접 발견하는 과정에서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합조단 민간위원으로 활동했던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도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폭발이라는 것은 폭발물이 기체로 변화하면서 (열·빛·충격파·폭음 등을) 발생하는 순간적인 팽창현상으로, 수중에서는 폭발력의 방향이 수면(압력이 가장 낮은 방향)으로 향한다”며 “천안함 선저 하부 7m 아래에서 폭발이 있었다는 합조단 보고서 내용대로 폭발력의 영향이 직접 미쳤다면 절단면 쪽에 위치한 승조원들의 상태가 단순 익사일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합조단이 주장하는 버블제트 폭발에 의해 천안함이 절단되는 물리적 현상. 마지막에 제트충격이 가해졌을 때 배가 절단될 정도의 충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있다. 사진=합조단 천안함 최종보고서
 
시신의 상태와 함께 폭발의 충격파를 직접 받은 선저 가스터빈 외판의 상태와 가스터빈 외판이 선체에서 찢겨져 나간 과정에 대해서도 합조단의 설명은 모호할 뿐 아니라 억지로 짜맞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떨어져나간 가스터빈 외판(좌현 선저 외판)을 보면, 좌현 가운데 부분이 움푹 들어가 있으며 각 프레임마다 녹이 많이 슬어 있다. 합조단은 가스터빈 외판이 찢겨져 나간 과정에 대해 “가스터빈실 좌현 선저 외판의 가장 취약한 부위가 먼저 찢겨져 나가고 계속해서 버블의 팽창, 수축 및 재팽창으로 극심히 변형되면서 점점 더 크게 찢겨져 나간다”며 “가스터빈 받침대 및 발전기 받침대와 이들을 지지하고 있는 선저 외판 및 우현 외판이 분리되지 않고 함께 떨어져 나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폭발을 직접 맞은 가스터빈실의 상태는 충격지점에 구멍이 뚫려 있어야 한다”며 “폭발에 의한 것으로 설명하려다 보니 이런 ‘억지스런’ 유추가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상철 대표도 “폭발이 일어났는데 왜 가스터빈 선저외판이 이렇게 거의 온전하게 통으로 떨어져나갔느냐”며 “이 대목이 설명되지 않은 주장”이라고 말했다.

가스터빈 외판 상태에 대해 합조단 선체구조 관리분과 위원으로 활동한 이재혁 방위사업청 팀장(대령)은 지난달 10일 법정에 나와 “(가스터빈 외판이 휘어진 부분은) 최초로 (휘어서) 올라간 것이 무엇이겠느냐”며 “(어떤) 힘에 부딪힌 형태”라고 밝혔었다. 

   
천안함에서 떨어져나간 가스터빈 외판. 사진=합조단 천안함 최종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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