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인 최윤식 한국뉴욕주립대 미래연구원장은 지난 7일 인천 송도 한국뉴욕주립대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2, 3년 후 외환위기 가능성이 높다”며 “가계부채를 줄이는 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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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3년 후에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많은 사람들이 외환위기에 대해서 착각을 한다. 외환위기를 ‘나라가 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주류경제학자들은 한국이 망하지 않는 이유 세 가지를 말한다. 첫째, 펀드멘탈(기초체력)이 좋다. 둘째, 빚이 많지만 빌려준 게 더 많다. 셋째, 자산이 많다.

그런데 외환위기는 나라가 망하는 게 아니라 유동성 문제다. 기업으로 보면 ‘흑자 부도’다. 달러 유동성에 문제가 생겨서 IMF(국제통화기금)에서 달러를 빌려오는 것이다. 유럽, 미국은 펀드멘탈 좋고 자산도 많지만 외환, 금융위기를 겪었다. 둘 다 정확히 유동성 문제였다.

한국도 유동성 문제라면 외환위기로 갈 수 있다.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유동성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면 저성장으로 간다. 이게 최선이다. 만약 그걸 못하면 금융위기가 온다. 그런데 금융위기를 잘 못 처리하면 외환위기까지 온다.”

   
▲ 최윤식 한국뉴욕주립대 미래연구원장 ⓒ한국뉴욕주립대 미래연구원
 
- 외환위기의 원인은 뭔가.
2~3년 후 경제가 회복되면 미국은 금리를 인상한다. 그게 우리나라 가계부채에 불을 붙인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를 못내는 사람이 생기고 부실채권이 발생한다. 짧은 기간에 많은 개인, 기업이 파산을 할 수도 있다.

이어 금융권이 부실채권을 처리하다보면 금융권 건전도가 떨어진다. 결국 외국 자본이 한국투자를 위험하게 인식하고 빠져나가면 내수 침체로 이어진다. 일자리 문제와 구조조정, 실업률 상승까지 초래될 수 있다.

- 미국의 금리 인상이 도화선인가.
지금 한국 가계부채가 엄청난데 공교롭게도 이번 정부 말, 다음 정부 초에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것이다. 한국은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처럼 나가는 달러를 잡아야 하니깐 금리를 올려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는 곧바로 달러로 돈을 빼서 미국, 유럽시장으로 간다. 그러면 달러 유동성이 나빠지고 외환위기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땐 중국이 더 치고 올라와 넛 크래킹(nut cracking)이 되면서 무역수지, 재정수지도 문제가 된다.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기 좋은 조건이다.

- 하지만 외화보유액이 350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넘었다.
사상 최대지만 안전하지 않다. 문제가 생겼을 때 단기에 현찰화 할 수 있는 게 약 1700억달러다. 그중 1200억달러가 3개월 만기 단기부채다. 경제가 좋을 땐 1200억달러를 갚았다가 다시 대출하는 게 아니라, 그냥 서명으로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근데 문제가 생기면 은행은 일단 돈을 갚으라고 하고 ‘일주일 후에 다시 빌려줄게’라고 한다. 이렇게 1200억달러를 갚으면 달러 현찰이 500억달러만 남는다. 그게 얼마나 작은 돈이냐면, 코스피가 2000선에서 1600포인트로 20%만 빠져도 그 돈이 감당이 안된다. 달러 현찰 유동성 위기가 생긴다는 거다.

그 다음으로 ‘뱅크런’ 비슷하게 달러가 계속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가 없으면 결국 IMF에 가서 빌려와야 된다. 그래서 한국이 계속 통화 스왑 계약을 맺는 것이다. 한국도 미리 장치를 거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그렇게 얘기 못한다.

-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시기를 놓쳐서 쓸 카드가 별로 없다. 빠르면 노무현 정부 때부터 도화선인 가계부채를 조절했어야 했다. 지금은 최악을 막는 대비를 해야 한다. 2, 3년 후엔 정부가 아무 정책도 못 쓰게 된다. 금융위기는 거의 확실하고 외환위기로 가느냐 갈림길에 서게 된다.

금융위기를 겪더라도 국민의 희생으로 3년 정도 후엔 극복할 것이다. 하지만 2030년경에 복지비용이 증가하고, 정부부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서 세 번째 금융위기가 온다. 그건 확실하다. 다이너마이트에 불이 안붙으려면 첫 도화선인 가계부채를 잘라야 한다.

   
▲ 최윤식 한국뉴욕주립대 미래연구원장 ⓒ한국뉴욕주립대 미래연구원
 
- 가계부채가 심각한데 정부는 ‘빚내서 집 사라’는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쓰고 있다.
부동산 활성화는 내수시장을 빠르게 살리는 방법 중 하나다. 그래서 정부가 그걸 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틀린 방향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위험하다. 풍선을 예로 들면, 나는 더 불면 터질 수 있다는 거고 정부는 좀 더 불어도 괜찮다는 것이다.

국민의 자산을 걸고 베팅(도박)을 했다가 잘못되면 1997년처럼 될 수 있다. 그런데 정치인은 베팅을 한다. 국민에겐 문제가 생겨도, 자신에겐 문제가 생기지 않으니깐, 또 다음 선거를 해야 하니깐 그렇다. 지방선거, 총선까지는 가계부채를 불려도 안터질 수 있다. 아직 집값이 올랐으면 하는 집주인들의 표가 많다.

- 더 위험한 것 아닌가.
가계부채를 담보로 위험한 외줄을 타는 것이다. 그러나 가계부채가 터져도 장관, 국회의원들은 잃는 ‘포지션’이 아니다. 가계부채 폭탄을 미루고 그 사이 부동산이 오르면 정치적으로 이득도 본다. 양자 ‘헷지’를 쓰는 것이다.

지금 정부는 다음 정부까지 금융위기를 넘길 수 있는 카드는 있다. 그 카드를 쓰면 정권 연장이 가능하다. 다음 정부 초에 터진 후 극복하면 ‘우리가 회복시켰다’면서 그걸 가지고 다시 정권 창출할 수 있다. 거기까지 계산이 되는 것이다.

- 그게 가능한가. 
이렇게 보자. 2, 3차 외환위기를 방지하기 위해서 가계부채를 줄이면 저성장이 된다. 그러면 확실히 선거에서 진다. 그래서 안하는 거다. 심리학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이스라엘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2002년 이 심리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포커를 예로 들어보자. 따는 판에서 히든카드를 안 보고 지금 스톱하면 100만원을 딴다. 히든카드를 보면 200만원을 따거나 독박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100만원을 따기 위해서 대부분 스톱한다. 그런데 잃는 판에선 다르다. 지금 멈추면 100만원만 잃는다. 그러나 베팅을 해서 히든카드를 보면 200만원을 잃거나, 아니면 딸 수도 있다.

이런 판에서는 대부분 히든카드를 본다. 따는 판에서는 적더라도 확실한 이익을 취하지만, 잃는 판에선 '성공하면 잃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에 베팅을 한다. 지금 정부가 딱 이거다. 지금 여기서 가계부채를 끝내면 확실히 100만원만 잃고 끝난다. 그러나 선거에서 진다.

- 개인은 어떻게 해야 하나.
정부의 히든카드가 실패한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위기는 짧으면 6개월, 길면 2~3년이다. 금리는 올랐다가 다시 내려간다. 금리 상승기에 금리 부담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현찰을 확보를 해야 한다. 무리한 투자는 하지 말고 현찰을 모아야 한다. 금융위기 때 이자를 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내 집을 날리냐 지키냐’가 달라진다.

집값이 반짝 오른다고 집을 사서 ‘하우스 푸어’가 되면 안된다. 집을 사서 20, 30년간 빚을 갚으며 살 것인가. 아니면 팔고 좀 더 작은 집이나 월세, 전세로 가서 마음 편하게 살 것인가. 만약 ‘하우스 푸어’라면 지금 조금 올랐을 때 좀 더 나은 가격에 파는 게 낫다. 거래가 될 때 팔아야 한다. 집은 위기가 왔을 때는 팔 수 없다.

세입자는 전세값이 올라서 힘들더라도 최소한 2, 3년은 지켜보는 게 낫다. 그때면 금융위기로 갈지 저성장으로 선방할지가 알 수 있다. 그때 가도 늦지 않다. 그리고 집은 대세 하락기라 늦게 살수록 유리하다. 2, 3년 못 기다렸다가 10, 20년 모은 것을 다 잃을 수도 있다. 정부가 나든 안나든, 나는 피박을 면하기 위해 피라도 모아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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