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편집국 차원에서 노동강도를 줄여보기 위해 전사적으로 주5일 근무제 정착을 주문하고 있지만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조선일보는 언론계에서 노동강도가 가장 높기로 유명하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잘 쉬어야 더 열심히 뛸 수 있다”며 올해 신년사에서 주5일제 정착과 휴가 100% 보장을 강조했지만 사장 지시에도 불구하고 주5일근무제 도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금껏 쌍용자동차나 유성기업, 철도노조 등 노동자들의 노동권 주장을 ‘불법’과 ‘이기주의’, 또는 ‘귀족노조’ 등의 프레임으로 보도하는 반노동적 태도를 이어왔다. 그 결과 조선일보 기자들은 주 6일 근무와 밤 11시 퇴근에 눈치가 보여 휴가도 쓰지 못하는 열악한 노동조건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회사측이 전사적으로 주5일근무제 정착을 유도하며 내부 논의가 활발하다.

조선일보 사보에 따르면 편집국의 2013년 상반기 6개월 간 편집국 주5일제 실시율은 36%에 그쳤다. 주말뉴스부와 특별취재부의 경우 주5일 근무를 거의 시행하지 못했다. 과도한 업무에 따른 인력부족이 이유였다. 지난 몇 년간 조선일보를 그만 두는 5년 차 이하 기자들이 늘어나면서 사측도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 조선일보 2013년 10월 11일자 사보.
 
강효상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조선일보 노조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주5일제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는 부장은 인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희생만을 강요하던 때는 지났다. 올해를 주5일제 완전 실시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사측은 지난 1월 사보를 통해 “(대휴사용률) 목표에 미달한 국실장 및 부서장에게 대휴사용률 달성 정도를 따져 연말 격려금이 지급될 경우 이를 차등지급 하고, 사용률 100%를 달성한 국실장과 부서장에게는 추가 보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휴실적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조선일보 노조가 회사 인사팀으로부터 받은 주5일 근무실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편집국의 평균 대휴 사용률은 17%에 불과했다. 올해 회사의 목표치는 75%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8%와 비교하면 늘었지만 여전히 낮은 수치다. 노조는 “두 달간 조합원 1명 당 실제 늘어난 휴일 수는 0.3일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휴가 사용일수였다. 같은 기간 편집국의 대휴사용일은 154일 늘었지만 휴가 사용일이 94일이나 줄었기 때문이다. 노조는 “대휴는 사용하지 않으면 회사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의무휴가는 사용하지 않으면 그냥 사라진다”며 “대휴가 늘고 휴가가 줄었다는 것은 조합원들이 그만큼 손해를 봤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 사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이 같은 상황은 과도한 업무지시와 노동강도 속에서 법적으로 보장된 휴가를 제대로 쓸 수 없는 사내 문화에서 비롯되고 있다. 포상제도만으로 주6일·주7일 근무가 주5일로 바뀌기 쉽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다. 조선일보의 한 편집국 조합원은 “부장이 자신도 휴가를 못 간다고 못 박은 상황에서, 부원들이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겠나”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오는 2~3월까지 안식휴가를 가야하는 대상자 12명 중 이를 쓴 사람도 3명에 불과했다. 조형래 경영기획실 전략팀장의 경우 14일의 안식휴가 중 4일밖에 쓰지 못했다. 조선일보의 또 다른 조합원은 “금요일 밤 10시에 취재 지시를 받아 일요일 휴무에도 하루 종일 전화를 돌렸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노조는 “허리 위치에 있는 조합원들만 주5일을 쓰지 못하는 부서도 있다”고 밝혔다.

답이 없을까. 조선 노조는 “금요일에 인력낭비를 최소화해야 주5일제가 정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동아일보의 경우 주말판을 도입한 뒤 금요일 휴무자 비율이 60% 수준으로 높아져 주5일제가 가능해졌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실제로 중앙의 경우 주말판으로 토요일자 지면이 종합면 8개면 정도로 줄어들었고, 동아는 월요일부터 주말판 기획에 들어가고 있다.

조선 노조는 “우리가 주말판을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만의 시스템을 수정해야 한다”며 “각 부서의 상황에 맞는 주5일제를 연구해야 한다. 전반적인 업무부담도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5일제 도입을 통해 실질적으로 노동강도를 줄여나가기 위해선 평기자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의견개진과 사내 비판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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