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출범 1년을 맞아 청와대 시계를 경품으로 내걸고 국정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해 추석 연휴에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남녀 손목시계 세트를 선물한 뒤 추가 제작 요구를 받아들여 1월 벽시계 1개와 남녀 손목시계 5세트를 새누리당 의원과 원외당협위원장에게 배포한 바 있다. 특히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조찬간담회에서 “원외에 계신 분들이 '(선거 상황이) 어려우니 꼭 해달라'고 하셔서 (제작했다)”면서 “잘 사용하시고 잘 활용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해 선거법 위반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야당은 선거법 위반 의혹을 제기했고, 중앙선관위도 논란이 확산되자 선거법 위반 문의가 들어오기도 전에 새누리당에 "선거구민이 아닌 자 또는 선거구민과 연고가 없는 자에게 제공하는 행위, 친족의 관혼상제의식 기타 경조사에 축의, 부의금품으로 제공하는 행위"는 가능하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청와대는 손목시계를 국정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청와대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2014년 2월 25일 어느덧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됐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하고 ○X 퀴즈를 풀면 희망상, 행복상, 융성상, 평화상이라는 이름으로 4개의 청와대 시계를 주고, 100명에게는 아차상으로 청와대 기념품을 준다고 밝혔다.

퀴즈는 2년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의 기조를 적극 홍보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모두 5개의 지문이 나오는데 예를 들어 “우리 사회의 오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박근혜 정부의 2년차 국정방향은 ‘비정상의 정상화’이다”라는 내용이 맞으면 ○, 틀리면 X를 클릭하는 형식이다. 문제에 대한 힌트라며 국정기조를 설명하고 있는 청와대 홈페이지를 연결시켜 놓기도 했다.

경품으로 내건 청와대 손목시계는 선거법 논란을 의식한 듯 박근혜 대통령의 친필 사인이 보이지 않고 청와대 로고가 새겨져 있다.

선거법 논란을 일으킨 손목시계는 봉황 두마리 사이에 무궁화가 새겨져 있고 6시 방향에 박 대통령의 친필 사인이 들어가 있고 시계줄은 은색톤의 스틸로 구성돼 있었다. 이번에 경품으로 내건 시계는 모양은 똑같지만 시계 안에 박 대통령의 친필 사인이 빠지는 등 디자인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 청와대 페이스북 페이지 화면
 

청와대는 지난 1년 전까지만 해도 시계 제작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대통령을 만났다는 과시용으로 활용될 수 있고, 청와대를 사칭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청와대는 역대 대통령 재직 시절 기념품으로 제작한 시계를 제작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지만 결국 지난해 8월 청와대 만찬에 초대된 독립유공자와 유족들에게 박근혜 대통령 친필 사인이 들어간 손목 시계를 준 이후 “대통령 시계는 수요가 있을 때마다 거기에 맞춰 제작하는 방식이며, 수량에 대한 관리도 철저하게 할 것”이라며 제작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바꿨다.

지난해에도 청와대는 "국민행복 포토콘테스트"라는 이름으로 이벤트 행사를 진행해 "단 세 명만이 누릴 수 있는 박근혜 대통령 기념시계의 행운을 놓치지 마세요"라며 청와대 시계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김현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청와대 시계는 3억80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돼 7000~8000여 개가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품 행사를 제외하고는 어떤 경로를 통해 청와대 시계가 배포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는 셈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시계를 경품으로 내걸고 국정홍보를 한 적이 있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1월 객관식 문제 10개를 풀면 노무현 대통령의 사인이 새겨진 벽시계를 나눠주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당시 한나라당은 공직선거법상 '이익이 되는 물품'을 주면 기부행위로 보고 처벌토록 규정돼 있다며 불법사전선거운동이라고 비난했다. 당시 박진 대변인은 "청와대가 무슨 홈쇼핑업체냐"라며 "국민을 기만하는 불법 기부 행위와 정권홍보에 선관위는 철퇴를 가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 시계는 정치적 논란뿐 아니라 소위 대통령을 만났다는 하나의 상징물로서 받아들여져 가짜 시계가 나오고, 범죄에 이용되는 등 부작용을 낳았다.

지난 2003년에는 정모씨가 종로구청이 운영하는 청와대 기념품점 '효자동 사랑방'에서 청와대 손목시계를 구입해 선물로 나눠주면서 청와대 사정팀 국장으로 사칭해 수억원대의 돈을 챙겨 수사망에 걸렸고 종로구청은 일반 판매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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