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24)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연아는 21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9.69점과 예술점수(PCS) 74.50점 등 144.19점을 획득,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74.92점)를 더한 219.11점으로 2위에 올랐다.

김연아는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224.59점)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김연아는 소냐 헤니(노르웨이), 카타리나 비트(동독) 이후 무려 26년 만의 피겨 여자 싱글 2연패에 도전했으나 편파판정 논란과 함께 아쉽게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김연아의 경기 시간이 오늘 새벽이었던 탓에 21일자 일간지에선 김연아의 경기결과를 담을 수 없었다. 신문들은 이를 의식한 듯 김연아의 18년 피겨스케이팅 인생을 조명하며 “김연아가 여왕에서 전설로 남았다”고 전했다.

김연아 선수의 소식과 함께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신문지면에서 주요하게 다뤄졌다. 이번 상봉은 3년 4개월 만의 일이다. 20일 금강산에서 140명이 북측 가족 178명과 만났다. 상봉단은 총 6차례 11시간 동안 만난 후 22일 오후 1시 귀환할 예정이다.

다음은 전국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김연아, 여왕에서 전설로>
국민일보 <42년만에…“행님아! 살아 있어줘 고맙다”>
동아일보 <아디오스, 연아!>
서울신문 <파워 엘리트 ‘축의 대이동’>
세계일보 <42년만에 부른 “행님아”>
조선일보 <가장 뜨거웠던 새벽…우린 행복했다>
중앙일보 <병행수입 늘려 독점수입 폭리 막는다>
한겨레 <“살아 있었구나” 눈물바다 된 금강산>
한국일보 <60여년만의 재회 “살아있었구나”>

김연아, 전설로 남다

   
▲ 한국일보 1면.
 

   
▲ 조선일보 1면.
 

   
▲ 동아일보 1면.
 

   
▲ 경향신문 1면.
 
김연아의 경기결과를 알 수 없었던 일간지면은 결과에 대한 예측 대신 지금까지 걸어온 발자취만으로 국민에게 감동을 안긴 김연아를 추억했다. 한국일보는 “앞서 걸어간 사람은 있었지만, 아무도 오르지 못했던 올림픽 피겨 챔피언. 김연아는 그곳을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밟았다. 그 자체만으로 그는 한국 스포츠의 ‘퀀텀 점프’(획기적인 도약)를 일군 선구자로 평가 받아 마땅하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위대한 여정 마치고…박수 받으며 떠나는 국민 연인> 기사에서 “그로 인해 대한민국은 새로운 세상을 봤다. 딴 세상 사람들의 무대인 것만 같던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는 여왕으로 등극했다. 덕분에 대한민국 팬들은 덩달아 동계올림픽의 주연이 된 것 같았다”고 보도했다. 김연아는 2018년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IOC 선수위원에 도전할 예정이다. 경향신문은 “김연아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 김연아에게는 국제스포츠외교라는 신세계가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언젠가는 그를 넘어설 스타가 나올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라며 “그의 환상적인 연기를 직접 볼 수 있었던 우리는 그래서 행복했다. 김연아의 경쟁자는 자신뿐이었다. 김연아가 펼친 기술들은 전 세계 피겨 선수들의 기준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에서 김연아 같은 선수가 나온 것은 기적이나 마찬가지다. 열악한 환경을 이겨낸 것은 타고난 신체와 눈물겨운 노력이었다”고 덧붙였다.

김연아는 2009년 세계피겨선수권 대회에서 여자선수로는 사상 처음 200점을 돌파했다. 여자 선수로는 최초의 그랜드슬램(겨울 올림픽, 세계 선수권, 4대륙 선수권,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을 달성했다. 조선일보는 “김연아가 2013년 세계선수권 1위를 하며 올림픽 출전권 3장을 확보한 덕분에 국내선발전을 통과한 김해진과 박소연이 처음 올림픽에 도전할 수 있었고, 사상 처음으로 한국 선수 세 명이 올림픽 여자 피겨 프리스케이팅에 나서게 됐다”고 보도했다.

한겨레신문은 김연아의 선수생활 17년을 조명하며 “주니어 시절부터 고관절 부상과 허리 통증은 항상 김연아의 발목을 잡았다. 열악한 훈련 환경과 몸에 맞지 않는 스케이트를 신고 맹훈련을 한 탓이었다. 학창 시절 또래들이 즐기는 소소한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고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해야 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하늘이 내린 피겨의 천재는 약속대로 소치 올림픽에서 최선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화려하게 마지막 무대를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살아 있었구나” 눈물바다 된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정례화 시급

   
▲ 한겨레 1면.
 
신문은 3년 4개월 만에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다시 열린 북쪽 금강산에서의 안타까운 사연을 보도했다.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김영환(90)씨는 북에 남기고 온 아내 김명옥(87)씨와 아들 대성(65)씨를 만났다. 이번 상봉단 82명 가운데 배우자를 만난 사람은 김씨가 유일하다. 하지만 64년 만에 만난 부부는 대화를 잇지 못했다. 그 세월이 젊디젊던 남편과 부인의 귀를 망가뜨려 서로의 목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영실(88) 할머니는 북쪽의 딸 동명숙(67)씨와 동생 정실(85·여)씨, 시누이 동선애(76)씨를 만났다. 남쪽에서 함께 살던 이씨의 남편은 4년 전 세상을 떠났다. 이씨와 남편은 두 딸을 시부모에게 맡기고 ‘잠시’ 남쪽으로 피난을 왔다가 그 뒤로 두 딸을 만나지 못했다. 치매를 앓는 이씨는 60여년 만에 다시 만난 딸을 알아보지 못했다. 1970년대 서해상에서 조업하던 중 북한으로 끌려간 납북 선원 박양수(58)씨와 최영철(61)씨도 이날 행사에서 동생 박양곤(52)씨와 형 최선득(71)씨를 만나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한겨레는 “이산가족들은 오리털 점퍼와 털옷, 내의, 털모자 등의 옷가지를 선물 1순위로 꼽았다. 개성공단 등을 통해서 북쪽 노동자들에게 인기를 끈 초코파이도 대부분의 가족들의 가방에 들어갔다. 이밖에 이산가족들은 북쪽의 가족에게 현금도 많이 전달했다. 정부와 대한적십자사가 북쪽의 가족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현금은 1000달러로 제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일부 북측 가족들은 체제 선전성 발언을 많이 했다. 김철림(94)씨의 북측 여동생은 ‘장군님이 우릴 데려왔다. 이게 다 장군님께서 마련해 주신 것’이라고 했다. 일부 북측 가족들은 북한에서 받은 훈장과 선물명세를 가져와 자랑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5면.
 
경향신문은 “3년4개월 만에 열린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앞선 17차례 상봉에 비해 참가자들의 고령화가 두드러졌다”며 “남측 상봉자들은 최고령자인 김성윤 할머니(96)를 비롯해 90대 25명, 80대 41명, 70대 9명, 69세 이하 7명이다. 전체 82명 가운데 80%가 80세 이상의 고령자다”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북측에서 상봉을 신청한 88명 중에는 90대 이상이 없고 80대가 82명, 70대가 6명 등이다. 이산가족 고령화로 지난해 9월 추석 상봉 추진 이후에만 2명이 숨졌고 10명은 건강악화로 상봉을 포기했다.

경향신문은 “상봉자들이 고령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부모 자식 간 상봉과 부부 상봉은 크게 줄어들었다. 이번 행사에서 부모 자식 간 상봉은 11건, 부부 상봉은 1건으로 전체의 15%에 불과했다. 대신 형제자매끼리 만난 경우가 50명으로 가장 많았고 3촌 이상의 친척 간 만남도 20명에 달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1985년부터 2010년까지 모두 19차례 열린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가족을 만난 사람은 남북을 통틀어 2만5000명에 불과하다. 통일부의 이산가족 등록 현황을 보면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12만9287명으로 이 가운데 5만7784명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산의 한을 달래기엔 시간이 없다. 그래서 수시로 상봉 행사를 하거나 정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번에 2박 3일 상봉이 이뤄졌지만 실제 혈욱이 만나는 시간은 11시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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