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기사들이 설 연휴도 반납하고 선전전을 진행하는 등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명절 직전임에도 파업을 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지난 28일부터 29개 센터 600여명이 무기한 파업을 시작했다.

부산 해운대센터 외근기사 이동석(46)씨는 설 연휴 첫날인 30일 오전 일찍 집을 나섰다. 그러나 이씨가 찾은 곳은 고객 집이나 회사가 아닌 부산역 앞이었다. 그는 부산, 양산 센터 조합원들과 부산역 앞에서 귀성객들에게 ‘시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이제서야 삼성의 잘못된 모습을 말씀드립니다’라는 유인물 1만 6천여 장을 배포하고 발언을 하는 등 선전전을 이어갔다.

이씨는 “저희가 지금 하는 파업은 무엇을 요구하는 수준이 아니고 생존권을 걸고 하는 수준”이라며 “최종범 열사 투쟁 때 서울에서 노숙도 했는데, 그 정도까지 생각을 하고 있다. 단순히 시위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명절에도 파업을 이어가고 정당성을 알리는 활동을 하는 것”라고 말했다.

   
▲ 부산, 양산 센터 조합원들이 30일 부산역 앞에서 선전전을 진행중이다. 사진=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제공
 
‘생존권’은 오는 3월 삼성과 협력사와의 재계약이라고 이씨는 설명했다. 그는 “3월이면 전국 협력사와 삼성이 재계약을 한다.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하루라도 파업을 하고 알려야한다”며 “이를테면 삼성이 노조가 있는 협력사들과는 재계약을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서비스기사들은 공중에 뜰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위영일 지회장은 “파업을 하는 것은 마지막 수단이다. 사실 우리도 힘들다”며 “그럼에도 명절 직전에 파업을 한 이유는 그동안 성실교섭, 부당노동행위 등을 요구했음에도 전혀 나아지는 것이 없다. 교섭에도 사측이 안 나오고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가 나온다. 삼성이 교섭 의지가 없는 것이다. 노조활동 압박이나 회유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고 최종범씨의 죽음을 계기로 사측과 지회는 지난 달 20일 노조활동을 보장한다는 것에 합의했으나,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 경남지역의 한 협력사는 최근 조합원들의 집으로 ‘노조활동으로 인해 회사경영이 어렵다’는 내용의 편지 등을 보내 조합원들의 반발을 샀다. 또 지난 2일에는 전라남도 ㅎ센터 관리자가 노골적으로 노조탈퇴를 종용하는 음성파일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위 지회장은 “사측은 대한민국 법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 설이 끝나고도 초법적인 행태를 계속 한다면 더 두고 볼 수 없다”며 “더욱 활동을 확장시키고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회는 “27일 서울시내 5개 센터와 경기북부 4개 센터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쟁의권을 확보함으로써 합법적인 노동쟁의가 가능한 삼성전자서비스 AS센터는 전국 40여 개 센터(31개 분회)로 늘어났다”며 “삼성전자 AS기사들의 열악한 생존권 문제가 설 연휴를 넘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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