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부당한 처우를 고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삼성전자서비스 기사인 고 최종범씨의 장례를 치른지 며칠 지나지도 않은 시점에  삼성전자서비스의 한 협력업체 관리자가 노조원에게 또 욕설과 폭언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 과정에서  원청회사로부터 노동조합과 관련한 압박을 받았다는 해당 관리자의 발언도 공개됐다. 그간 삼성전자서비스는 불법파견 의혹에 '실사용주가 아니'라는 입장을 취했지만, 불법파견 논란은 계속 제기돼왔다.

9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지회)가 공개한 음성 녹음 파일에 따르면 지난 1월 2일 전라남도 ㅎ센터 간부는 신규 조합원들에게 노골적으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개된 10분가량의 음성 파일에서 해당 간부는 일방적으로 욕설과 협박을 했으며 조합원들은 이를 대부분 듣기만 한 것으로 돼 있다.

이 간부는 음성 파일에서 조합원들에게 "뭐한다고 느그들은 그 엉뚱한 소리를 듣고 그런 짓(노조)을 하는 거야?"라며 "너네들로 인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는거야. 진짜 이해가 안 가. 능력이나 있는 놈들이 그러면 내가 이해나 가불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본사될려고 가입한거야 니가 그러면?"이라고 노조 가입 이유를 추궁했다.

또한 이 간부는 "요것들이 씨X 완전히 나까지 민폐가 가게 생겼어. 너네들 때문에 왜 내가 피해를 봐야 돼? 느그들이 무너지든 내가 무너지든 한번 해보자고. 니네들은 이제 후회할거여. 내가 그만두면 니네들 세 명도 분명히 그만 둘거야. 나한테 부대낌 당해서라도 니들 그만둘거야. 내가 그만 두게 되면 니들도 다니게 해놓고 갈 거 같냐?"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이에 조합원들은 “개개인의 판단하에 하긴(노조가입) 했지만. 피해를 보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피해를 주려고 일부러 하지는 않았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의 압박을 의미하는 발언도 나왔다. 이 간부는 "노조에 가입함으로써 본사에서 얼마나 사장이나 간부계약들이 전화 해대는지 알아?"라며 "그때마다 사장 스트레스 받아 갖고 해임 해불면 되지야 그런 소리나 해쌓고. 내가 옆에서 듣기 좋겠냐"고 말한 것으로 녹음돼 있다. 이 발언은 삼성전자서비스 원청이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노조활동에 관여한 것으로 읽힌다.

삼성전자서비스 AS기사들은 지난해 7월에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출범시켜 '실사용주를 찾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 등을 제기했다. 그 과정에서 지난해 10월에는 천안센터의 최종범(33)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업체의 문제일 뿐이라는 입장으로 직접적인 언급이나 협상에는 나서지 않았다.

이에 이 간부는 9일 오후 통화에서 “신입이 노조 가입해서 그렇게 말했다”며 “협박을 한 게 아니라 그네들로 인해서 내가 피해를 받게 되면. 녹취가 있으면 사실이라고 (기사를) 쓰면 되지 않느냐. 부풀리지 말고 녹취 있는만큼만 쓰면 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 홍보팀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한 말”이며 “삼성전자서비스의 압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불법파견 논란을 묻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원청에서 그랬다면) 통화기록을 보면 된다. 오히려 노조가 자꾸 이슈를 만드는 것이다. 노조랑 서비스랑 엮으려고 하는 것인데 서비스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는 이와 관련 8일 오후 광주지검 순천지청을 방문해 검사에게 사건을 설명한 뒤 노동청에 ㅎ센터에 대한 관리감독 요청 및 부당노동행위로 고발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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