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매거진 2580>(이하 <2580>)의 ‘국정원에서 무슨 일이’ 편을 일방적으로 불방시켜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반발을 불러일으킨 담당자가 시사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자리로 승진했다. 김종국 사장이 자신의 연임을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과 우려가 나오고 있다.  

MBC는 3일 오후 심원택 시사제작국 부국장을 신임국장으로 발령냈다. 정기 인사발령이 아니었으며 시사제자국장이었던 이현숙 PD는 인사 조치될만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 국장을 시사제작국 2부장이었던 지난해 6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다룬 방송분을 일방적으로 불방시켜 해당 기사를 작성한 김연국 기자는 물론 전체 <2580> 소속 기자들의 반발을 샀다. 소속 기자들은 성명과 피켓시위 등을 통해 당시 심 부장의 교체를 요구했다. 그러자 김종국 사장은 심 부장을 실권이 없는 부국장으로 발령 내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연초에 <2580>은 물론 과 <100분 토론> 등 시사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시사제작국장으로 발령난 것이다.

   
▲ MBC 시사매거진 2580
 
이를 두고 당장 <2580>과 <100분토론>의 아이템 선정 및 기조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MBC 한 PD는 “전임 국장의 경우 두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여하지 않았지만 심원택은 ‘직할통치’하려 들 것”이라면서 “특히 지방선거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줄 프로그램이 <100분 토론>인데 뉴라이트 계열의 편파적인 패널들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MBC 시사프로그램의 미래가 한층 더 어두워졌다는 얘기다.

심 국장은 국정원 관련 불방 사태뿐만 아니라 <2580>의 특종이었던 영남제분 회장의 전 부인이 여대생을 청부살해하고도 형정지 집행을 받고 세브란스병원 특실에 입원해있다는 보도 가운데 과거 살인 내용과 여대생 아버지의 인터뷰 내용 등을 축소시켰다. 또한 4대강 아이템을 불방시키는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에 대해 일방적으로 ‘가위질’했다.

한 기자는 “국정원 불방 사태 등을 주도했던 인사이니 민감한 아이템에 대한 개입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면서 “<2580>과 과 같은 MBC 대표 시사프로그램을 모두 담당하는 국장 자리에 오기엔 부적절한 인사”라고 말했다. 다른 한 PD는 “심원택은 ‘언론의 사명’이라고 하면 모두 편파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이번 인사를 비판했다.

   
▲ 김종국 MBC 사장
 
이번 인사는 김종국 사장이 자신의 연임을 위해 포석을 깔기 위해 던진 ‘무리수’라는 해석이 대부분이다. 보수 성향의 인사를 시사제작국장에 앉힘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굳히려 한다는 의미다. 다른 PD는 “김종국 사장이 2월 사장 교체를 앞두고 이런 극단적으로 보수성향의 인사를 주요 보직에 앉힘으로써 집권세력에게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지방선거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겠으니 자신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심원택 카드’에 대해 “김종국 사장의 역주행이 시작했다”란 지적도 나온다. 한 PD는 “김종국 사장이 차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인사를 보고 고민이 든다. 그렇다고 ‘김재철 사람’들이 다시 오는 건 막아야 하겠지만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졌다”라고 탄식했다. 다른 PD는 “김종국 사장의 한계이자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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