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가 조용기 목사의 불륜 여성으로 지목된 정모씨의 증언을 바탕으로 몇몇 장로들이 허위사실로 조용기 목사를 음해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교회바로세우기 장로모임’(이하 장로모임)은 지난달 14일 조용기 목사 일가의 재정 비리와 함께 조 목사의 불륜 의혹을 제기했다. 장로모임은 “조용기 목사의 내연녀였다가 배신당했다는 내용으로 정모씨가 쓴 <빠리의 나비부인>의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며 “당시 책이 출간되자 장로들이 정씨에게 15억을 주고 이를 무마시켰다”고 주장했다. 조 목사가 정씨에게 써줬다는 차용증도 공개했다. 

국민일보는 27일 정씨의 증언을 공개하며 장로모임의 주장이 허위라고 밝혔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이종찬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는 22일 프랑스 파리에서 정씨를 만나 책 내용이 허구라는 사실 확인서와 민형사상 조치를 위임하는 위임장, 신분증 사본 등을 받았으며, 이 장로는 장로모임과 장로모임의 주장을 방송한 PD수첩을 상대로 형사‧민사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 27일자 국민일보 1면
 
이종찬 장로는 장로모임 측이 불륜 증거 중 하나로 제시한 조목사와 정씨의 사진에 대해 “4명이 함께 식사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하 장로가 조목사와 정씨 둘만 나온 사진을 불륜의 증거인양 공개했다며 (정씨가) 분노했다”며 4명이 같은 장소에서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조목사가 정씨에게 선물했다는 팔찌와 시계는 일반 성도들에게 나누어준 것과 같은 기념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정씨는 책 출간 무렵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들이 아닌 한국에 머물고 있던 강귀희씨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강씨는 책을 회수하는 조건으로 거액을 받아주겠다며 정씨로부터 위임서를 받아갔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일보는 “정씨는 이후 한국에 들어와 장로들을 직접 만났고 장로들이 작성한 합의서와 협약서, 각서 등에 서명을 했다”며 정씨가 사실 확인서를 통해 “당시 장로들은 문제의 책으로 인해 믿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목사님의 명예에도 좋지 않다며 사업가인 자신의 돈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이들 장로는 최근 기자회견 등에서 조 목사로부터 받은 돈이라고 말을 뒤집었고, 비밀을 지키기로 한 약속도 일방적으로 파기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정씨는 주장했다”고 밝혔다. 

   
▲ 27일자 국민일보 35면
 
국민일보가 ‘불륜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는 정씨의 증언을 공개했지만 의문점은 남는다. PD수첩은 지난 17일 방영된 ‘목사님, 진실은 무엇입니까?’ 편에서 정씨가 <빠리의 나비부인>을 출간했을 당시 육성을 공개했다. 공개된 육성에서 정씨는 “(조용기 목사) 이름을 안 밝혀도 뻔히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을 하고. 일부러 이름 밝힐 필요가 있나 해서 안 한 거죠. 물어보지 않아도 알고 있으니까”라고 말한다.

김형윤 PD는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공개한 육성은 일부”라며 “방송에 내보내기 곤란한 부분도 많이 있고, (소설 속 인물이) 조용기 목사라는 걸 강조하는 다른 부분이 많다. 공개하지 않으려 했는데 사태가 계속 진행되면 공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PD는 또한 “정씨의 사인이 담긴 위임장도 공개됐는데, 그것과 똑같은 사인이 있는 다른 자료도 가지고 있다. 정씨가 왜 하루아침에 불륜이 없었다고 주장하는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계속 방송내용이 허위라고 문제제기를 하거나 소송을 한다면 추가 보도를 할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 17일자 PD수첩 갈무리
 
장로모임 소속의 하상옥 장로는 “차용증도 있고, 육성녹음도 있고, 나를 비롯한 장로와 목사들이 정씨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들도 있다”며 “여의도순복음교회 진상조사위원회의 발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그 발표에 영향을 미치려고 국민일보가 이런 보도를 하는 것 같다. 그런다고 가짜가 진짜가 될 순 없다”고 말했다. 하 장로는 또한 “최근 조용기 목사 사건에 대해 여의도순복음교회 성도들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 국민일보가 여론을 호도하려고 1면에 이런 보도를 내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의 이번 기사는 지난 13일 기사처럼 기자이름이 나가지 않은 채 ‘특별취재팀’이라는 바이라인을 달고 나갔다. (관련기사 : <조용기 방어 나선 국민일보…장로들 상대로 소송까지>) 하 장로는 이에 대해 “이런 식으로 기자이름도 밝히지 않고 기사를 쓰는 것은 조민제 국민일보 회장(조용기 목사 둘째 아들)이 직접 기사를 쓰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