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을 비롯해 국가기관의 조직적 선거개입 사건으로 1년째 촛불집회를 벌여온 시민과 일반 국민들이 “국가의 부정선거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박근혜정부(국가)와 이명박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김하영 국정원 직원 등 책임자 7인을 상대로 사상 첫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 같은 손해배상 소송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가기관의 조직적 대선개입 사건 자체도 없었을 뿐 아니라 이에 대한 법적 판단이 내려진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국정원 사건 규탄 촛불시민 등을 포함한 국민들로 지난 수개월 동안 모집된 ‘국정원 부정불법선거 부정불법 재산몰수 및 손해배상청구 1차 소송인단’ 610명은 대선 1년을 맞는 오는 19일 오전 10시 박근혜정부와 이 전 대통령 등 7인을 상대로 모두 6억1000만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서울 동부지법에 제출한다고 소송대리인 한웅 변호사가 18일 전했다.

이들을 상대로 손배소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한웅 변호사(50·한웅법률사무소)는 “불법행위로 인해 정신적 충격을 가하면 배상하도록 하는 것이 민사소송법의 취지인데,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국가기관이 고의과실 또는 조직적으로 위법 행위를 벌여 주권자인 국민에게 역사상 씻을 없는 상처를 줬기 때문에 당연한 손배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사상 초유인 것과 관련해 한 변호사는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공직선거법이나 공무원법, 국정원법에 의해 처벌받은 역사가 없었다”며 “4·19 때는 이승만의 하야라는 정치적 결정을 내려 법적 판단을 하지 못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시국회의 주최 19차 촛불집회. 사진=정상근 기자
 
소송인단이 610명으로 정해진 것과 관련해 한 변호사는 “6·10항쟁의 상징적 의미를 담아 소송인단을 정했으며, 손배액은 원고 1인당 100만 원으로 낮게 정했으나 추후 더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며 “추가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소송인단이 있으면 2차, 3차로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배소의 시효 문제의 경우 원고가 불법행위를 안 날로부터 3년으로, 가장 빠르게 잡아도 2015년 12월 19일이어서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한 변호사는 전했다.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에 대해 한 변호사는 “정신적인 손해에 따른 위자료”라며 “대한민국 국민들 한 사함 한사람이 이 일로 지난 1년간 얼마나 피곤했느냐. 매일같이 시위하고 집회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30차례 시국회의 촛불국민대회가 열렸을 뿐 아니라 ‘박 대통령이 부정하게 당선됐으니 인정할 수 없다’며 매일같이 술을 마셨다는 사람 등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자료도 법정에 함께 제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해배상 대상에 박근혜 대통령이 빠진 이유에 대해 한 변호사는 “지금까지 수사결과(공소장)와 재판과정에서 아직 박 대통령이 범행에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여서 소송대상자로 지정하기엔 소송기술상 입증의 곤란함이 있기 때문”이라며 “박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책임이 있으며, 무엇보다 부정선거 때문에 당선됐기 때문에 대통령도 부정되는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에서 현재 소송대상자들이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기각할 가능성에 대해 한 변호사는 “그것은 공소장을 보고 법원이 판단할 문제겠으나 대상자들의 불법사실이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각할 가능성은 낮다”며 “다만 1심 재판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자고 할 수는 있겠지만, 이 경우에도 유죄가 나오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주겠다는 전제가 깔린 의미도 될 수 있으므로 어느 경우든 손해배상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대상자들이 재판에서 무죄를 받더라도 국정원 직원의 경우 우리가 낸 세금으로 방공·방첩·대테러 작전과 무관한 일을 한 것은 분명하며 이 역시 위자료를 제공할 사유가 된다”고 한 변호사는 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