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공주’가 오는 20일 막을 내릴 예정이다. 150부작으로 이루어진 ‘오로라 공주’는 시작부터 끝까지 언제나 논란의 한 가운데 있었다. 이 논란은 호평보단 혹평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정작 드라마는 20%의 시청률을 오가며 방송사인 MBC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작가인 임성한씨는 이미 차기작도 확정지은 상태로 알려졌다. 논란과는 별개로 ‘임성한 월드’는 여전히 공고하며 이 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다 할 ‘스타’ 없이 오로지 극의 전개만으로 이렇게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파괴력은 이미 전작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

그 이유는 이미 여러 매체에서 분석한 바 있다. 상식을 파괴하는 극의 흐름이 오히려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배우들이 개그 프로그램을 보다 돌연사해도, 유체이탈을 해도, 눈에서 레이져를 쏴도 그 자극적인 설정이 오히려 시청자들을 TV 앞에 불러 세웠다는 것이다.

이번 ‘오로라 공주’에서도 현재 주인공인 오로라(전소민 분)는 전 남편인 황마마(오창석 분)와 현 남편인 설설희(서하준 분)과 함께 동거하는 기묘한 상황에 처해있다. 여기에 ‘암 세포가 생명’이라며 수술을 포기한 설설희는 황마마의 극진한 보살핌에 암을 극복해낸다. 이해가 안 되는 일투성이지만 픽션의 특성으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임성한 표 드라마가 표현의 자유를 통해 소수자들에 대한 폭력을 행사하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특히 성소수자들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인데, 임 작가는 매 드라마에서 성소수자를 등장시키고 그를 반드시 이성애자로 돌려놓는다. 이번 ‘오로라 공주’에서도 성소수자로 나왔던 나타샤(런 분)를 108배를 통해 이성애자로 돌려놨다. 일반적으로 불교에서 108배는 ‘참회’의 의미를 갖는다. 여기서 작가가 지닌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성이 드러난다.

최근 설설희가 휠체어에 앉아 황마마와 함께 클론의 ‘쿵따리 샤바라’를 부르는 장면도 매우 폭력적이다. 불의의 사고로 휠체어에 앉은 클론의 멤버가 있기 때문이다.

   
'오로라 공주'의 한 장면  ©MBC
 
배우들의 하차과정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이번 오로라 공주에서도 주인공의 오빠들로 나온 배우 전원이 이해할 수 없는 설정으로 하차했는데, 해당 배우들도 하차 직후 몇 차례 불편한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문제는 방송사들이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뒷짐을 지고 있다는 점이다. MBC는 최근 임성한 작가에게 원고수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미 종영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요식행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오로라 공주에 대해 “시청률 지상주의의 대표적인 케이스”라며 “상식을 떠나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자극적인 차원의 설정을 많이 하는 대표적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성한 씨 등은 논란을 일으켜서 인지도를 올리면 주목을 받고 광고가 완판되는 방송구조를 잘 알고 있는 듯 하다”며 “광고주들도 문제가 있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김 평론가는 “공영방송은 우리 시대의 보편적 가치와 상식에 맞춰 드라마를 제작해야 한다”며 “극단적인 설정을 통해서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기 때문에, 그 가치를 훼손하고 수익을 올리는 이기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MBC 오로라 공주 홍보담당인 남동우씨는 “아직 드라마가 진행중이고 드라마가 끝나면 입장이 정리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드라마는 제작진과 작가가 이끌기 때문에 우리가 공식적입 입장을 내기에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제작진인 유희준 조연출은 “방송으로 보고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임성한 작가는 11일 시청자게시판에서 “여러 가지로 부족한 대본 여러분들의 노력과 열정으로 그나마 실패를 면할 수 있었다”며 “쓰는 입장에서, 객관성을 유지하려 노력했고 연출부 의견도 듣고, 심의실 의견도 수용하고 특히 예민할 수 있는 사안에선 기획자인 김사현 본부장의 조언을 들어가며 최대한 단점을 줄이려 했지만 그래도 어쩔수 없이 놓치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