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에 진행하는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에 35%(350점) 반영되는 2012년분 방송평가 결과, 종편이 ‘무조건 재승인’이 유력할 정도의 점수를 받았다. 4사 중 점수가 가장 높은 JTBC는 559.63점이다. 100점 만점으로 계산하면 79.95점. 점수가 가장 낮은 사업자는 채널A로 JTBC보다 17.03점 낮은 542.60점이다. 100점 만점에 77.51점. 채널A는 ‘향후 계획’에 대한 배점 650점 중 378.70점만 획득하면 ‘무조건 재승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방송평가 세부 기준과 배점을 보면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평가기준이 여럿 있다. 26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민주당 최민희 의원실에 제출한 2012년 방송평가위원회 회의자료, 회의록 및 방송평가 세부 내역을 보면 국책연구기관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프로그램 질 평가를 수정 않고 활용해 후한 점수를 줬다. 방통위는 ‘감점’을 누락하고, 활동이 확인되지 않은 기구를 통해 종편의 고득점에 기여했다. MBN이 점수를 낮게 받도록 설계한 대목도 나온다.

▶[내용] KISDI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프로그램 평가지수’ 그대로 활용=첫 항목부터 논란이다. 방통위는 만점 35점인 ‘프로그램 질 평가’ 항목에서 TV조선과 MBN에 23.98점, JTBC에 24.69점, 채널A에 최고점인 25.59점을 줬다. 방통위가 실시한 시청자평가조사 중 프로그램 평가지수 결과를 총점만 다르게 환산해 반영한 것. 당시 이 조사는 지상파와 같은 기준으로 설계됐는데 채널A는 지상파 4사를 포함하더라도 KBS1에 이어 2위였다.

그런데 이 조사방식과 결과에 대해서는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도 부적절하다며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KISDI는 종편의 프로그램 수가 지상파의 23.5%인 상황에서 “종합편성채널의 경우 1인 평가자가 하루 1개의 프로그램을 평가했다면 지상파의 경우는 4.3개를 평가한 셈”이라며 “편성 특성, 프로그램 성격과 시청 습관 등을 고려할 때 지상파 평가와 다른 평가 체계의 설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2012년 KI 시청자평가 조사 관련 KISDI 보고서에서 갈무리. 사진을 클릭하면 해당 보고서 페이지로 이동.
 
‘방송사 자체 프로그램 질 평가’도 하나마나한 결과다. 12.5점 만점의 이 항목에서 종편 4사는 모두 11.5점을 받았다. 5개 세부항목의 점수도 똑같다. 사업자가 직접 연 1회 프로그램 질 평가를 실시하고, 평가제도를 축소하지 않고, 결과를 제출·공개하고, 피드백 시스템(경영진 보고→제작진 포상)만 구축돼 있다면 만점을 받을 수 있다. ‘프로그램 관련 수상실적’ 항목도 9차례 상을 받은 채널A를 기준으로 상대평가했다.

반면 ‘방송심의 관련 제규정 준수 여부’ 항목은 만점 85점에 제재 종류와 건수로 감점하는 방식인데 “종편의 왜곡·편파방송으로 인한 사회적 영향에 비하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2년 징계건수를 보면 채널A 16건, TV조선 10건, JTBC·MBN 9건이다. 채널A와 TV조선은 각각 30점, 16점 감점됐다. JTBC와 MBN 감점은 14점이다. 반면 내부 심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자체심의 운영현황 및 결과 종합 평가’ 항목은 만점이 22.5점인데 4사 모두 13.5점이다. 방통위의 심의제재를 사전에 지적한 경우는 4사 모두 전무하다.

   
▲ 방통위 방송평가 중 일부. 방송통신위원회가 민주당 최민희 의원실에 제출한 방송평가 자료 갈무리.
 
이를 두고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85점을 준 뒤 1, 2점씩 감점하는 방식은 실질적으로 의미가 없다”며 “5·18 북한군 개입설, 가수 장윤정씨 가족사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채널A도 절반 이상 점수를 얻게 되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종편의 막말·편파방송을 바로 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감점폭을 늘려 총점에서 감점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편성] ‘보도채널’ 논란에도 편성 관련 항목 대부분 만점=총 180점의 편성 관련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방송사는 MBN(162.25점)이다. 꼴찌 채널A(144.71점)과 20점 가까이 차이가 난다. ‘방송편성 제규정’ 항목에서 4사 모두 만점(30점)을 받았다. 만점 25점짜리 ‘시청자위원회’ 항목에서 TV조선·JTBC는 만점, 채널A·MBN은 23.33점이다. 만점 30점의 ‘제작프로그램 편성평가’에서도 TV조선(27점)을 제외한 3사가 만점이다. ‘어린이프로그램 편성’과 ‘재난방송’ 점수만 낙제점이다.

‘시청자위원회’(만점 25점) 평가에서는 방통위가 감점을 누락한 경우가 발견됐다. 방송평가 기준에 따르면 월간 운영실적을 다음 달 20일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0.5점씩 감점하게 돼 있으나, 방통위는 시한을 지키지 않은 JTBC(4·9·12월분)와 채널A(7월분)를 감점하지 않고 모두 만점을 줬다.

   
▲ 방통위는 월간 운영실적 보고시한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건당 0.5점씩 감점한다고 설명했으나 실제 감점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민주당 최민희 의원실에 제출한 방송평가 자료 갈무리.
 
‘편성 관련 제규정 준수’ 항목에서는 진단부터 틀렸다. 2012년 한 해 동안 과태료 시정명령 과징금을 부과받지 않은 종편 4사는 모두 편성 관련 평가에서 만점을 받았다. 편성 관련 규정은 ①오락프로그램 50% 초과 금지 ②매반기 국내제작 60% 이상 ③매반기 외주제작 35% 이상 정도인데, 언론개혁시민연대 2012년 종편 4사의 편성표를 분석한 결과 JTBC는 ①을 일곱 번 어겼다. TV조선은 ①을 두 번, ③을 한 번 어겼다. 채널A도 ①을 한 번 어겼다.

이밖에도 방송법 위반 사항은 아니지만 보도를 제외한 ‘시사교양+오락 프로그램’ 재방비율은 70.6%로 기형적인 편성 행태를 보였다. 특히 JTBC의 2012년 8월 재방비율은 76.7%로, 본방 5시간에 재방 16시간 꼴이었다. 1~6시까지 심야시간대 재방비율은 JTBC 93.9%, 채널A 91.6%, TV조선 83.1%, MBN 76.2%까지 기록했다.

이를 두고 언론인권센터 윤여진 사무처장은 “시청자 위원회와 시청자비평 프로그램의 역할은 더 좋은 방송을 위해 의견을 공유하자는 건데 종편의 경우, 외부에 알려지지 않거나 프로그램을 새벽에 편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여진 처장은 “시청자의 시각으로 볼 때 종편은 함량미달의 방송을 내보내고 있는데 방통위는 종편의 시각에서 방송평가를 진행했고, 이건 시청자와 종편에게 모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운영] 2년 전 사라진 기구 통해 감점하겠다는 방통위=종편이 내용, 편성, 운영 등 세 가지 대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게 ‘운영’이다. 운영은 △재무건전성 △내부 감사 및 회계관리제도 △경영사항 공시의 적정성 △인적자원 개발투자 △방송기술 투자 △장애인·여성 고용 △공정거래법·방송법 준수 등으로 구성돼 있다. 대항목 만점은 275점인데 각각 242.64점(JTBC), 242.52점(TV조선), 239.33점(채널A), 225.99점(MBN)이다. 조중동 특혜, MBN 역차별 문제가 나오는 항목도 여럿 있다.

   
▲ 시청자불만처리의 적절성 평가 내용. 방송통신위원회는 시청자권익보호위원회를 통해 접수된 시청자 불만을 심의해 감점처리하겠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실제로 한 건도 없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민주당 최민희 의원실에 제출한 방송평가 자료 갈무리.
 
방통위는 ‘시청자불만처리의 적절성’ 중 일부 항목에서 방통위 산하 시청자불만처리위원회(위원장 김충식, 이하 시불위)의 처리 결과에 따라 감점 처리하겠다고 밝혔으나 4사 모두 만점을 받았다. 시불위는 지난 2011년 시청자권익보호위원회로 바뀐 기구로 위원장 포함 9명으로 구성돼 있고, 한 달에 한 차례 이상 회의를 열게 돼 있으나 현재 활동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방통위 공보팀 관계자는 “최근에 시불위를 한 걸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MBN 역차별 문제도 있다. 방통위는 2011년과 2012년을 비교, 평가하는 일부 항목에서 2011년 12월 한 달을 ‘2011년’ 전체로 계산했는데 보도전문채널을 승계해 종편을 시작한 MBN에게는 불리한 계산법이다. 매출액증가율을 보면 조중동 3사는 500% 이상으로 만점을 받았는데 MBN은 2.34%로 최하점을 받았다. 방송평가위원회 회의자료를 보면, MBN은 ‘재무건전성 종합평가’와 ‘방송평가 투자 관련’ 항목에 대해 2011년 전체가 아닌 2011년 12월을 기준으로 평가할 것을 제안했으나 위원회가 기각했다.

   
▲ 재무 건전성 종합 평가 내용. 방송통신위원회가 민주당 최민희 의원실에 제출한 방송평가 자료 갈무리.
 
방통위는 ‘운영’ 항목에서 대부분 자료 제출 또는 공시 여부로 점수를 줬다. 특히 경영 비전, 조직관리 등 ‘지속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는데 언론학자들 설문조사 결과와 정반대다. 방통위는 ‘경영진의 비전과 조직관리 능력을 포함한 주요 경영사항 공시의 적정성과 충분성 평가’에서 22.5점 만점에 최저 21.33점(채널A)을 줬다.

반면 지난 14~18일 경향신문이 한국언론학회·한국언론정보학회·한국방송학회에 소속된 언론학자를 대상으로 전화 및 전자우편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48명 중 39.6%가 종편의 사업 전망을 ‘더 나빠질 것’, 27%가 ‘현재 수준 유지’로 답했다. 종편 2년에 대한 응답자 48명의 평균점수는 100점 만점에 45.23점으로 조사됐다.

▶“방통위, 지나치게 무능하거나 지나치게 정치적이거나 둘 중 하나”=이번 방송평가를 두고 ‘재승인 발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진봉 교수는 “재승인을 위한 점수가 나오도록 돼 있는 평가기준과 산정방식이 문제”라며 “방통위가 ‘검증’하는 게 아니라 사업자들이 제출한 실적을 보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최진봉 교수는 “전반적으로 학계와 시청자들의 체감과 맞지 않는다”며 “종편의 승인 목적과 승인 조건을 반영해 평가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보도전문채널, 재방송채널로 전락한 종편이 프로그램 질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편성평가에서 대부분 만점을 받은 것을 보면 이번 방송평가는 재승인을 위한 통과의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지상파와 종편에 차이가 있다면 엄격하게 방송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데 결과를 보면 방통위는 지나치게 무능하거나 아니면 ‘재승인’을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거나 둘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방통위 방송평가위원회는 9월 16일, 10월 2일과 30일 총 세 차례 회의를 열었다. 회의록은 총 A4용지 6쪽이다. 평가위원장을 맡은 김충식 부위원장은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에게 “종편 평가는 진행 중이고 방송평가는 보도된 내용이 전부”라며 “인터뷰는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경재 위원장은 2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추후 방송평가에) 반영할 것”이라며 “최근에 나온 부분은 앞으로 시행할 재승인 심사에서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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