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현실화추진위원회가 지난 29일부터 사원들을 대상으로 수신료 인상 서명을 받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KBS 지역총국장 협의회와 지역국장들이 수신료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KBS 일각에선 일방적인 수신료 인상 추진에 비판적인 야당 추천 이사들을 압박하기 위해 KBS가 전방위적인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KBS 지역총국장 협의회와 지역국장들은 30일 성명을 내어 “지역총국은 본사에 비해 턱없이 적은 인력과 제작비로 압박을 받으면서도 지역의 대표방송으로서의 역할을 다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해 왔다”면서 “하지만 그나마 책정되어 있던 적은 예산마저 2차례에 걸친 ‘토탈 리뷰’로 대폭 삭감되어버려 이번 가을 개편 때 제작비 부족으로 로컬 프로그램을 아예 삭제하거나 축소하는 지역총국까지 속출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젠 수신료 현실화 말고는 해답이 없다”면서 “4,800여명의 임직원과 이사님들의 단합된 한 목소리가 너무나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들 총국장·지역국장들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만들자는 대의에  KBS 구성원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참된 공영방송을 만들기 위해서는 안정적 재원구조가 반드시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 수신료 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데 우리 모두 동의한다면 이사님들의 수신료 현실화에 대한 결단과 우리 모두의 적극적인 의지와 동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수신료현실화추진위원회는 지난 29일 ‘시간이 없습니다. 이사회의 결단을 호소합니다’라는 입장을 내어 “(KBS) 재정위기가 날로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회에 상정된 수신료 인상안이 4개월 가까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 지연될 경우 올해 안에 국회 처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점까지 왔다. 하루 빨리 이사회에서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주길 호소한다”며 이사회의 결단을 촉구했다. 
 
수신료현실화추진위원회는 지난 6월21일 수신료 현실화 추진을 위해 전사적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출범했으며 2명의 부사장이 공동위원장으로 있다. 
 
하지만 KBS 임직원들의 이 같은 ‘전방위적 여론전’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서명 작업은 사실상 수신료 인상안에 찬성하라는 압박이나 다름없다”면서 “서명하지 않으면 주위에서 ‘넌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냐’는 식의 핀잔이 날아오는데 분위기상 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일부 부서의 경우 부서장이 서명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고 있는데 그런 분위기에서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한 PD는 “솔직히 서명 안 할 사람은 안하면 그만이지만, 수신료 인상이 KBS내에서 가지고 있는 묘한 위상과 분위기 등을 고려할 때 대놓고 반대의사를 표명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수신료 인상을 위한 전제조건들, 이를 테면 보도 공정성이나 프로그램 정상화 등을 얘기하는 것도 ‘수신료 인상 반대자’로 오인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KBS 안팎에선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서명운동 추진이나 지역총국장·지역국장들의 성명이 결국 야당 추천 이사 4명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 추천 한 이사는 “수신료현실화추진위원회가 내놓은 입장을 보니 야당 이사들 4명을 향해 ‘인상안에 서명하라’는 압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야당 이사들에 대해 이런 식의 압박을 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 이건 사실상 ‘수신료 파시즘’”이라고 비판했다. 
 
이 이사는 “어제(30일) 열린 이사회에서도 야당 이사들이 KBS가 추진하는 이 같은 작업들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면서 “공영방송사에서 자신들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이런 식의 ‘마녀사냥’ 방식으로 압박하는 게 걱정스럽다. 수신료 인상보다 그 과정에서 보여준 공영방송 임직원들의 태도가 더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KBS측은 “수신료 현실화 논의가 넉 달 가까이 공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KBS직원들이 수신료 현실화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절실한 지 의지를 모으자는 차원에서 추진한 것”이라면서 “야당 이사들에 대한 압박용이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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