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언론에서는 연일 두들겨 맞고 있지만 요즘 주식시장에서 분위기는 완전히 딴판이다. 지난 8월29일 NHN이 네이버와 NHN엔터테인먼트로 분할 상장했을 때만 해도 주가가 46만원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한 달 반이 지난 18일 종가는 64만원으로 뛰어올랐다. 시가총액이 20조961억원, 순식간에 SK텔레콤과 한국전력을 따라잡고 11위에 올랐다. 10위 삼성생명 20조8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네이버의 목표 주가는 43만~45만원 수준이었다. 그때는 40만원만 해도 꽤 높은 주가처럼 보였다. 그런데 8월29일, 분할 상장 기준가가 네이버는 29만1500원, NHN엔터테인먼트는 29만8500원에서 시작했는데 시초가가 네이버는 46만원까지 치솟았고 NHN엔터테인먼트는 14만9500원으로 고꾸라졌다. 네이버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라인의 가입자 증가 추이. 삼성증권 자료.
 
네이버의 가치를 다시 평가하게 된 건 메신저 서비스 라인의 폭발적인 성장 속도 때문이다. 분할 상장 이후 한 달 반, 지금은 100만원까지도 볼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쏟아진다. 국내 언론보다 외국 언론들이 먼저 라인의 가치를 알아봤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9일 일본에서 라인이 페이스북과 구글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2015년 라인이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다는 조건을 전제로 시가총액이 30조원에 이를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이를 합리화하는 분석도 뒤따르고 있다. 중국의 텐센트는 시가총액이 110조원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40조원 정도가 메신저 서비스 위챗의 가치로 평가된다. 위챗의 가입자는 3억명 정도로 라인과 비슷하다. 네이버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글로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비교하는 분석도 나온다. 페이스북 가입자는 12억명, 시가총액은 130조원에 이른다. 트위터는 가입자가 5억명, 기업 가치는 12조원 정도로 평가된다.

라인은 우리나라에서는 카카오톡에 밀려 지지부진하지만 일본과 태국, 대만 등에서는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도 진출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라인의 누적 다운로드는 17일 기준으로 2억7000만명, 최근에는 하루 100만명씩 늘어나는 추세다. 연말까지는 3억30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라인 사업부문만 놓고 보면 3분기 매출은 1780억원, 2분기 대비 59.5% 늘어났다. 전체 네이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8.8%나 된다. 

   
네이버의 주요 사업 부문 매출액 추이. 광고 매출이 주춤한 가운데 라인의 매출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KDB투자증권 자료.
 
최찬석 KTB증권 연구원은 “(네이버 라인과 비슷한)카카오는 가입자가 1억2000만명, 매출은 2500억원 수준인데 최근 우리사주 청약 결과 기업가치가 2조4000억원 정도로 추산됐다”면서 “주당순매출(PSR)은 10배 정도로, 한국 시장에 한정된 사업모델이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라인의 올해 매출을 4500억원으로 잡고 PSR 12배를 적용하면 기업 가치는 5조원, 2015년이면 20조원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성종화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2015년 예상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주당순이익(PER) 34.8배를 적용하는 게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미 적정 PER를 분석하는 게 무의미한 상황”이라면서 “라인의 모바일 서비스 플랫폼으로서의 장기 잠재가치에 대한 시장 기대수준이 밸류 논란에 대한 정답에 가장 가깝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성 연구원은 네이버의 목표 주가를 73만원으로 높여 잡았다.

이종원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광고 및 행정 규제 등 사업 외적 이슈 보다는 신규 서비스를 중심으로 사업 본연의 가치가 더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최근 언급되는 모든 규제를 적용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매출액 감소 폭은 3~5% 정도에 그치겠지만 라인 덕분에 올해와 내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성장이 규제를 넘어설 거라는 분석이다.

박재석 삼성증권 연구원도 “매출의 약 80% 이상이 규제와는 관련이 거의 없는 검색광고 및 라인에서 발생하고 있는 데다 여당에서 추진 중인 포털 규제법도 야당에서 반대하고 있어 법제화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최훈 KB투자증권 연구원도 “각종 정부 규제로 사회적 책임 비용 증가가 예상돼 목표주가를 평균 PER 대비 28.5% 정도 할인 적용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네이버의 기업 가치는 라인의 성장성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네이버에 대한 최근 주식시장의 반응은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우호적이고 낙관적이다. 3분기에 마케팅 비용이 급증했지만 그것도 공격적인 성장을 위한 것이니 문제될 게 없다는 투다. 이제 노는 물이 다르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네이버 주가를 페이스북에 비교한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높은 주가를 설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2000년 초반 닷컴 버블을 연상케 하는 들뜬 분위기다. “합리적 거품”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노는 물이 다르다? 네이버의 적정 주가를 따지려면 글로벌 인터넷 기업과 비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투자증권 자료.
 
그러나 라인의 매출 가운데 80%가 일본에서 발생하지만 전체 가입자 가운데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이라는 사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아직 스마트폰 보급률이 50%가 안 되기 때문에 그만큼 성장 여력이 높다는 이야기도 되고 일본 이외 지역에서는 당장 매출 보다는 가입자 수 확대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시장을 확보한 뒤 본격적으로 유료 서비스를 시작할 경우 본격적인 성장이 시작될 거라는 이야기도 된다.

   
네이버 라인 일본판.
 
실제로 최근 네이버의 행보를 보면 지난 몇 달 전과 다른 자신감이 엿보인다. 조중동 등의 공격에 납작 엎드려 온갖 상생 대책을 쏟아내면서 여론의 눈치를 살피던 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국정감사에서도 당초 예상과 달리 네이버 독과점 이슈가 크게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았고 다소 김이 빠진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정치권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여유로워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모바일과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독과점 이슈가 발목을 잡겠지만 그동안 핵심 매출 기반이었던 검색 광고 시장은 이미 내리막길이다. 이런 추세라면 빠르면 2015년, 라인의 영업이익이 포털 사업부문을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 쫓기는 듯 했던 네이버가 최근 한결 여유로워 보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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