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시장 ‘수평규제’ 논의가 뜨겁다. 특정 방송사업자의 시장점유율 계산에 특수관계자 점유율을 더해 특정사업자가 전체 유료방송 시장에서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규제하자는 게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규제 대상이 KT뿐이라고 지목하고, KT 측도 자신을 겨냥한 법안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법안을 내놨다. 민주당 원내대표 전병헌 의원과 새누리당 사무총장 홍문종 의원이 대표발의했는데 그만큼 국회의 의지는 확실해 보이지만 수평규제가 수평 ‘완화’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사업자들의 로비로 규제가 ‘완화’로 뒤집어질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 있다.

유료방송시장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지금과 같은 추세로 KT 점유율이 늘어나더라도 유료방송 시장 확대를 고려하면 시장점유율 3분의 1 이상에는 적어도 5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위성방송에 대한 규제도 바꿔야 하는 터라 현실적인 규제가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유료방송 시장 현황부터 살펴보자. KT에 따르면 2013년 7월 말 기준 전체 유료방송가입자는 2462만이다. 케이블TV(종합유선방송사업자) 가입자는 1494만으로 전체 61%다. IPTV 3사 가입자는 771만 명으로 전체 31%다. 위성방송 가입자는 197만(8%)이다.

이중 KT 점유율은 26.5%. KT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 가입자는 197만, KT의 IPTV서비스인 올레TV 가입자는 249만이다. 여기에 스카이라이프의 실시간 방송 서비스와 KT IPTV의 VOD 서비스를 결합한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 가입자는 207만이다. KT는 유료방송업계 최강자다.

KT그룹의 방송서비스 가입자는 총 653만으로 유료방송가입자 넷 중 한 명 이상이다. SK브로드밴드 IPTV 가입자는 179만(7.3%)이고 LG유플러스는 136만(5.5%)이다. 둘을 더 해도 KT그룹 가입자의 절반이 안 된다.

‘케이블 공룡’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비교해도 KT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앞선다. 가입자가 가장 많은 CJ헬로비전은 356만(14.5%)이다. SO를 22개나 거느리고 있는 티브로드는 313만(12.7%)이다. KT그룹은 MSO 1, 2위 사업자를 합한 수준이다.

   
▲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스카이라이프 기자회견 참고자료에서 갈무리.
 
그런데 규제내용은 다르다. 케이블SO는 방송법의 규제를 받는 반면 IPTV사업자에 대한 규제는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IPTV법)에 있다. 케이블SO는 ‘전국 방송구역의 3분의 1’, ‘전국 SO 가구 수 3분의 1’을 초과해 가입자를 모집할 수 없다.

반면 IPTV사업자는 ‘방송권역별 유료방송가구 수 3분의 1’이다. 위성방송은 제한이 없다. 유료방송 시청가구를 2400만이라고 할 때 케이블SO는 최대 500만, IPTV는 800만, KT그룹은 무제한의 가입자를 둘 수 있다.

KT스카이라이프(대표이사 문재철)는 지난달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케이블SO와 정부가 추진하는 ‘합산 규제’는 사업자 간 경쟁을 제한해 투자를 줄이고, 방송산업을 정체·후퇴시키며, 소비자 편익을 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카이라이프는 “재벌 MSO들은 디지털전환 투자 등 건전한 경쟁이 아니라 규제에 기대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합산 규제를 주장한다”며 “진정 규제 형평성을 말한다면 케이블TV사업자들의 지역·보도채널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케이블방송TV협회는 지난달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점유율 합산 규제는 유료방송 독과점 방지와 다양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정수 사무총장은 “방송시장은 다양성 확보를 위해 독과점 방지정책이 존재하는데 KT만 규제를 받지 못하겠다는 것은 억지”라고 했다.

문제는 유료방송 시장을 둘러싼 밥그릇 싸움이 주요사업자들이 모두 만족하는 결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KT는 ‘접시 없는 위성방송’(DCS) 허용과 직접사용채널을 원하고 있다. MSO는 지역권역 규제를 완화해 몸집을 불리고 싶어 한다.

최근 수평규제 움직임을 두고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늘 그랬듯 사업자들에 대한 규제 논의는 전반적인 규제 완화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추혜선 총장은 “이용자, 시청자의 관점에서 유료방송 플랫폼의 공공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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