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이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뉴스분석 패널로 지난해 안철수 대선후보의 사퇴를 종용해 논란을 빚었던 정준길 전 박근혜 선거캠프 공보위원을 반복적으로 출연시켜 논란이다.  

정준길 전 공보위원은 9월 27일 YTN 2시 뉴스에 출연해 <‘내란음모’ 이석기 기소…2라운드 재판 전망은?>을 주제로 분석했다. 같은 날 오후 5시 뉴스에서는 <법무부, 채동욱 총장 ‘혼외 아들’ 진상규명 결과 발표>를 주제로 전화인터뷰를 했다. 두 번 모두 ‘변호사’로 소개됐다. 29일에는 ‘검사 출신 변호사’라는 소개를 받으며 또 다시 YTN 스튜디오에 출연해 <채동욱 의혹 정황 증거 효력은?>을 주제로 앵커와 이야기를 나눴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 소속 공정방송추진위원회는 이번 출연을 두고 “동일한 인물에게 하루 두 번, 각각 사안이 다른 민감한 정치적 쟁점의 해설을 맡긴 것부터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준길이라는 인물 자체에 있다”고 우려했다.

   
YTN에 출연한 정준길 전 박근혜 캠프 공보위원.
 
정준길 변호사는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캠프의 공보위원으로 활동하며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 측 금태섭 변호사에게 안 후보의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져 정국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정준길 변호사는 금태섭 변호사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통화를 들은 택시기사의 증언으로 거짓말이 드러나 캠프를 떠났다. 이후 선거 막판 슬그머니 새누리당 선대위에 복귀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YTN노조 공추위는 “안철수 캠프에 몸담았던 금태섭 씨가 정치적 쟁점을 평론하기 위해 절대 YTN에 출연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정준길 씨 역시 절대 출연해서는 안 되는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공정보도를 지향하는 YTN이 이런 문제적 인물을 여러 차례 등장시켜 박근혜 정부와 밀접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평하도록 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정준길 변호사의 이력을 봤을 때 설령 출연하더라도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캠프를 대변하는 입장에서 출연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하지만 정 변호사는 방송 내내 내란음모 사건과 채동욱 총장의 혼외자식 건에 대해 공정한 입장에서 여러 주장을 종합해 평가해야 하는 위치에 있었다.

   
▲ YTN에서 정치평론가로 변신한 정준길 변호사.
 
그의 출연을 두고 YTN의 한 기자는 “정준길은 이미지 세탁과 인지도 상승을 위해 정치평론에 나서고 있고 방송은 이를 지원해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정준길 변호사는 지난 9월부터 MBN과 TV조선 등 종편에서도 평론가로 자주 출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YTN은 9월 23일 ‘돈 봉투’ 논란을 일으키며 불명예 퇴진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출연해 채동욱 감찰 사태 등을 다뤘고, 26일엔 새누리당 3선 의원이었던 최병국 전 의원이 검사장 출신 변호사라는 타이틀로 출연해 역시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다뤘다.

YTN노조 공추위는 “9월 한 달 간 YTN 보도 전반을 모니터한 결과 정치적 편향성이 심각한 수준이다. 시청률은 0.5%대로 떨어진 지 오래다. 일선 기자들을 쥐어짜면서도 시청률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YTN의 공신력과 중립성마저 대놓고 내팽개치지는 말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미디어오늘은 이번 문제적 인물 출연에 대한 입장을 묻고자 30일 임종렬 YTN 보도국장 직무대행(편집부국장)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그는 “시간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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