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EBS국제다큐영화제(EIDF)가 다음 달 18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91개국에서 출품된 756편의 작품 중 54편이 선정돼 고려대학교 시네마트랩, 건국대학교 시네마테크, 인디 스페이스, EBS SPACE에서 상영된다. 행사기간 동안 EBS 채널을 통해서도 총 43편이 하루 평균 8시간 이상 방송될 예정이다.

‘진실의 힘(Truth let it be heard)’이란 주제로 관객들을 만나는 이번 EIDF의 개막작은 <블랙 아웃(Black out)>이다. 감독 에바 웨버(Eva Weber)는 서부 아프리카의 빈국 기니의 ‘형설지공’ 상황을 보여주며 ‘삶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다행히 감독은 ‘철학 용어로, 삶은 희망이다. 희망이 없다면 자살이다’란 영화의 마지막 대사를 통해 답을 내려준다.

   
▲ 개막작인 블랙아웃의 한 장면이다. 사진=EIDF2013 제공
 

EIDF는 세상에 숨겨진 진실들의 목소리에 답하는 것이 다큐멘터리가 가지는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라고 말한다. 이에 걸맞는 작품 11편을 ‘페스티벌 초이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 섹션에서는 구글, 이스라엘 정보기관, 닉슨 대통령 등 거대한 존재들의 숨겨진 이면을 다룬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프로젝트>, <게이트 키퍼>, <우리들의 닉슨>을 접할 수 있다. 또 루마니아 다뉴브 삼각주의 야생마들을 다룬 <다뉴브의 야생마> 등 가뭇없이 사라져가는 존재들에 대한 담담한 기록들도 볼 수 있다.

EIDF와 방송콘텐츠진흥재단(BCPF)이 유망 감독 발굴을 목표로 2009년부터 한국 다큐멘터리 사전제작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한 <강선장>, <내일도 꼭, 얼클조>를 ‘한국 다큐멘터리 파노라마’ 섹션에서 상영한다.

9개의 작품을 선보이는 ‘월드 쇼케이스’ 섹션에서는 만화경 같은 세계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다. 2011년 노르웨이 우토야 섬 총기난사 사건, 아덴 만의 소말리아 해적들, 일본 도호쿠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TV 국제 뉴스 등을 통해 친숙했던 사건을 이번 섹션에서 만날 수 있다. 또 HIV에 감염되어 죽음을 기다리는 인도의 어린이들과의 운명 같은 사랑 등 소소하지만 감동적인 이야기도 상영된다.

올해 신설된 ‘도시와 건축’ 섹션도 있다. 이 섹션에서는 건축은 인간의 상상력과 기술이 합쳐져 삶의 공간을 창조하는 하나의 결정체를 보여준다. 미니멀리즘의 대가란 명성을 지닌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건물을 차례로 조명하고 인터뷰를 담은 <무에서 영원을 보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 현대 도시의 무분별한 팽창 속에서 점점 잃어가는 인간의 영토를 회복하려는 덴마크의 도시사회학자 안드레아스 모이달스골드의 <연 겔의 위대한 실험>이 주목할 만하다.

‘기술과 문명’ 섹션에서는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내는 편리한 삶의 공간에서 공존하는 밝음과 어둠을 다룬다. 빅 데이터 수집이라는 미명 하에 우리의 온라인 프라이버시는 은밀하게 침해당하고 있지 않은지 물어보는 <“위 약관에 동의합니다”>와 날로 진화해가는 인간의 새로운 무기는 적들과 대면하는 공포를 없애는 대신 전쟁을 하나의 게임으로 인식하게 하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세상에 없던 무기도 만들어 드립니다> 등이 상영된다.

최근 전세계 다큐계를 강타하는 팝 다큐(popular doc)의 대표적인 하위 장르인 ‘뮤직 다큐멘터리’도 있다. 비틀스의 유일한 개인비서이자 팬클럽 매니저였던 프레다 켈 리가 50년 만에 마침내 비틀스의 숨겨진 이야기를 꺼낸 <프레다, 그녀만이 알고 있는 비틀스> 등 5개의 작품이 있다. 또 뷰욕(Bjork), 시규어 로스(Sigur Ros)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를 배출한 아이슬란드의 음악세계를 다룬 <천 개의 레이블: 아이슬란드 팜 기행> 등 매 작품 마다 한 시도 눈과 귀를 뗄 수 없는 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

올해 ‘단편 다뮤켄터리’ 섹션에서는 2011년 사전제자지원작 <발아를 위한 발악>, 2012년 사전제작지원작 <웰컴 투 플레이하우스>, <애도일기>, <오늘을 그리다>가 대중들에게 처음으로 공개된다. 해외 단편 다큐멘터리로는 대형 트레일러에 실려 이동하는 한 집의 내부와 외부의 충경을 담아낸 <집 이야기>와 30여 년간 캐나다 토론토 시내 건물을 약 4만 장의 사진으로 고스란히 담아낸 사진작가의 <패트릭과 4만 장의 사진들>이 있다.

‘레오나르드 레텔 헴리히 특별전’도 마련됐다. 레오나르드 레텔 헴리히는 ‘싱글 샷 시네마’라는 독특한 촬영기법을 선보이며 <태양의 눈>, <달의 형상>, <내 별자리를 찾아서>라는 다큐멘터리 3부작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감독이다. 다수의 국제 영화제 심사위원을 역임한 그는 올해 EIDF에 세 번째 방문한다.

‘가족과 교육’ 섹션에서는 알츠하이머로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를 담담하게 카메라에 담아낸 작품 <마리안과 팸>과 <나의 어머니 그레텔> 등을 선보인다.

   
▲ EIDF 2013 포스터.
 

올해 EIDF는 고려대학교와 함께 개막식, 외부상영, 독 캠퍼스를 진행하게 되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큰 변화라고 꼽는다. 캐나다의 토론토국제다큐페스티벌(토론토대학)이나 미국의 풀프레임 다큐페스티벌(듀크대)처럼 다큐멘터리 축제와 대학교와 함께 미디어 생태계를 구성했다. 즉, 페스티벌에 ‘교육’의 가치를 불어 넣었다는 것. 오정호 EIDF 사무부국장은 “EIDF의 가치는 곧 EBS가 표방하는 가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가족과 교육, 휴머니즘은 지난 10년 동안 EIDF가 지켜온 중요한 가치”라고 말했다.

9개의 섹션 이외에 특별행사로 △EIDF 사전 제작 지원 프로젝트 △다큐멘터리 아카데미 △특별상영 △건축 다큐 북 콘서트가 진행된다.

또한 EIDF가 주안점으로 꼽은 행사는 △독 캠퍼스 △건축 다큐 섹션 △비틀스 다큐멘터리 △비틀스 개인 비서였던 프레다 켈리 초청 △전설적인 법정 다큐 <계단 The Staircase>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