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명절 선물세트로 잘 팔리는 참치캔에게 경고장을 내밀었다. 그린피스는 귀성 인파가 몰리는 서울역, 용산역 등지에서 생태파괴적 어업으로 생산한 참치선물세트의 대량유통을 비판하고 ‘착한참치’ 공급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17일까지 벌일 예정이다.

착한참치란 ‘착한 커피’, ‘착한 여행’처럼 주변 생태계와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단어다. 즉, 무자비하게 남획되지 않았고, 판매될 때 남획하지 않았다는 표시가 돼 있고, 태평양 지역의 주민들에게 어업권을 보장할 수 있는 참치가 착한참치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참치는 바다에 띄어놓은 부유물인 집어장치(FAD: Fish Aggregating Device)를 이용해 잡는다. 물고기가 집어장치로 인해 생긴 그늘을 휴식처로 착각해 몰려들면 선망어선이 주변에 넓게 쳐놓은 그물을 들어 올려 물고기를 잡는 원리다.

하지만 집어장치를 이용하면 참치캔에 사용되는 가다랑어 외에도 멸종위기에 처한 상어, 바다표범, 바다거북 등 온갖 해양생물이 함께 잡힌다. 혼획된 생물들은 참치를 선별하는 동안 죽어 다시 바다에 버려진다. 한정희 그린피스 해양캠페이너는 “전 세계 수산물이 87.3%가 남획돼 12.7%밖에 남지 않았다”며 “혼획 등으로 희생되는 해양생물이 연간 20만톤이 넘는데, 이는 참치캔 10억 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라고 경고한다.

   
▲ 집어장치(FAD)로 물고기를 남획, 혼획하는 모습이다. 사진=그린피스 제공
 

전 세계의 전문가들은 참치업체에게 집어장치 사용을 당장 중단하고 ‘채낚기’, ‘손낚기’, ‘트롤(Troll)과 같은 비파괴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조업을 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그 결과 영국, 호주, 뉴질랜드, 오스크리아, 네덜란드, 미국 등에서는 집어장치를 이용해 조업하는 비율을 줄이고 있다. 또한 ‘FAD free’(집어장치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조업한 참치는 참치캔에 이를 증명할 수 있는 표시를 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존중하기도 한다. 특히 영국, 호주, 뉴질랜드에서는 전 제품에 FAD free 유무가 표시돼 있다.

한정희 캠페이너는 “우리나라처럼 참치캔에 ‘FAD free’ 표시가 아예 없으면 집어장치에 반대하는 소비자들이 참치를 구매하기 힘들다”며 “세계 원양참치 어획량이 3위, 아시아 국가 중 참치캔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인 우리나라도 ‘FAD free’ 표시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7월부터 10월 사이에만 집어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참치조업을 하고 있다.

   
▲ 참치캔에 FAD free표시인 NO fish aggregation device가 적혀져 있다. 이 같은 표시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해준다. 사진=그린피스 제공
 

그린피스에서 지난 6월 10일 발간한 보고서 <한국에는 없는 착한 참치>에 따르면 우리나라 참치업체인 동원F&B, 사조산업, 오뚜기는 지속가능한 어업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그린피스는 세 업체가 △해양보존구역지지 △‘FAD free’ 방식 등 지속가능한 어업 △멸종위기종 보호 △‘FAD free’표시 등 상세정보 라벨링 △지속가능성 정책을 공식적으로 채택 중에 하나도 실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의 참치업체에게 ‘공정무역’을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동원F&B, 사조산업을 제외한 전세계 모든 참치업체는 조업과 가공, 유통과정에서 업체가 분리돼 있는데 이 과정에서 조업권이 있는 원주민에게 공정치 못한 값이 지불되기 때문이다.

참치는 60% 이상이 ‘참치의 보고’라 불리는 중서부 태평양 지역에서 잡힌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이 지역의 팔라우, 키리바시, 피지, 파푸아뉴기니 등 경제적으로 가난한 국가들은 원양어선 수익 가운데 6%만 ‘어업료’를 받는다. 

   
▲ 지난 10일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와 녹색소비자연대가 서울 명동에서 국내 업계에 '착한 참치' 출시를 요구하며, 소비자들의 친환경적인 선택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그린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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