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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으로 간 혼외아들 보도, ‘조선’ 승소 가능성 낮다
법정으로 간 혼외아들 보도, ‘조선’ 승소 가능성 낮다
단정적 첫 보도에서 ‘의혹’으로 물러선 상황… 결정적 증거 없으면 소송 등 역풍 불가피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혼외아들이 있다고 보도한 조선일보가 ‘출구’를 못 찾고 있다. 국가정보원 선거개입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흔들기’로 시작한 이번 보도는 채 총장과 당사자 임 모씨의 반박, 그리고 보도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으며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이대로라면 조선일보가 만든 ‘혼외아들’ 프레임(개념 틀)은 힘을 잃게 된다. 

지난 6일 조선일보의 첫 보도는 자료의 출처도, 취재원의 정보도 드러나지 않았고 내연녀로 지목된 임 모씨의 반론도 없었지만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 1면 머리기사 제목도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숨겼다>였다. 이 신문은 가족관계등록부까지 언급하며 “채 총장이 아들을 얻은 사실을 숨겨온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보도의 프레임은 ‘혼외아들은 도덕적으로 치명적이니 사퇴가 맞다’였다. 이 신문은 “채 총장은 검찰총장 후보자로서 치명적인 결격사유가 될 수 있는 혼외 자녀 문제를 숨기고, 국민을 속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대다수 언론은 조선일보 보도를 인용하며 “채동욱과 조선일보 둘 중 하나는 죽는다”는 심경으로 후속보도에 관심을 모았다.

   
▲ 조선일보 6일자 1면 기사.
 
하지만 후속보도에선 이렇다 할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7일에는 <채 총장 개인 문제가 검찰 흔들기라니…>라는 제목의 기자수첩을 10면에 배치하고 “보도를 인정한다면 고위 공직자답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쳤다. 9일자에선 “채 모군(11)이 올해 7월 말까지 다닌 서울 시내 사립 초등학교 기록에는 채군의 아버지 이름이 채동욱으로 돼 있었다”, “채 군의 학교 친구들은 본지에 채 군이 ‘아빠가 검찰총장이 됐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고 10면에 보도한 것이 ‘뉴 팩트’의 전부였다. 이 때문에 언론계에선 조선일보가 무리한 사생활 보도로 자충수에 빠졌다는 지적이 우세했다.

이후 조선일보는 10일 보도에서 “채 총장은 지난 1999년 부산동부지청에 근무할 당시 한 여성과 만나 3년 뒤 아들을 낳아 몰래 길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첫날의 단정적 뉘앙스와 달리, ‘의혹’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한발 뺀 것이다. 대신 채 총장이 유전자 검사 용의도 있다며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등 강하게 대응하자 이에 대한 반박에 힘을 쏟았다.

조선일보는 10일 “법조계에선 채 총장의 유전자 검사 카드가 대외적 선전효과는 클지 몰라도 실질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시간 끌기”라고 지적했으며, “언론중재위를 거쳐 소송까지 갈 경우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이르면 1년 늦으면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이 점을 잘하는 채 총장이 정치권의 지원을 받아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고 주장하듯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가 채 총장의 내연녀로 지목한 임 모씨는 10일 한겨레신문과 조선일보에 편지를 보내 “진짜 아버지는 다른 채 모씨다”, “미혼모가 아이를 키우는 게 어렵고 주변 사람들에게 무시 받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에 (채동욱) 이름을 함부로 빌려썼다”며 조선일보 보도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추가적인 증거가 없는 조선일보는 다급해졌다.

   
▲ 조선일보 11일자 3면 기사.
 
조선일보는 11일 “법조계에서는 이런 비상식적 주장의 배경에는 언론을 통해 유전자 검사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사건을 미궁에 빠뜨리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 말을 인용해 “임씨의 비논리적 편지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해명 깎아내리기’에 집중했다.

물론 조선일보의 지적처럼 임씨의 해명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임씨의 주장이 사실인지 역시 확인 불가능하다. 조선일보는 △11세 아들을 미국으로 유학보낸 이유 △아들이 친구들에게 아버지가 채동욱이라고 자랑한 점 △임씨가 무슨 돈으로 더 비싼 아파트를 이사했는지 배경 △유전자 검사에 응하겠다는 언급을 하지 않은 점 등을 주요 의문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해명에 대한 의문만 지적했을 뿐 추가 취재를 통한 증거는 내놓지 못했다. 대신 같은 날 지면에서 “검찰총장이 개인사인 혼외아들 문제에 대해 검찰 공조직을 동원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검찰총장 개인의 사생활 이슈를 ‘검찰총장 후보자로서 치명적인 결격사유’로 치환, 이번 논란이 국정원 수사와 4대강 비리 수사 등을 지휘하고 있는 검찰의 위신과 관련된 문제라는 프레임을 짠 곳은 정작 조선일보다.

   
▲ 조선일보 11일자 2면 기사.
 
   
▲ 조선일보 11일자 사설.
 
이 기사가 의도하는 것도 역시 ‘채동욱 끌어내기’다. 일련의 보도를 관통하는 프레임 또한 ‘채동욱 흠집내기’, ‘검찰 흔들기’다. 이는 11일자 장문의 사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물의는 전적으로 채동욱 검찰총장 개인의 행동에서 빚어진 일일 뿐 검찰 조직과 연관된 사안이 아니다.”(사설 <검찰총장의 처신과 판단>)

조선일보는 12일 지면에서 기자수첩을 통해 “임씨가 이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한겨레를 콕 찍어 보낸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자문한 뒤 “채 총장에게 우호적인 한겨레는 분명히 총장을 보호하려는 자신의 입장을 잘 반영해줄 거라 믿었던 게 아닐까”라고 적기도 했다. 대표적인 ‘진보지’로 분류되는 한겨레신문과 채동욱 총장을 ‘같은 편’으로 연결시켜 채 총장을 진보진영 인사로 분류하는 프레임을 은연중에 주입시킨 것이다.

이는 조선일보가 ‘출구’를 찾기 위해 분주한 현 상황을 떠올리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조선일보가 결정적인 증거를 내놓지 못하면 이번 논란은 더 이상 확산되지 않을 것이다. 12일 채 총장이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도 있다. 현재로서 조선일보의 유일한 출구는 어떻게든 채 총장을 사퇴하게 만드는 것뿐이다.

그러나 채 총장의 개인비리문제가 있었다면 이미 보도가 되었을 것이라는 게 기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또 다른 사생활 문제가 있더라도 폭로하기에는 여론이 부담스럽다. 이 경우 조선일보로선 채 총장을 ‘종북’으로 규정하는 것 외엔 별 도리가 없다. 물론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에서 임명되고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구속수사하고 있는 검찰총장을 ‘종북’으로 규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조선일보의 출구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 경우 기댈 것은 소송과정에서 위법성조각사유를 강조하는 것뿐이다. 보도내용이 진실하거나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때, 또는 허위의 사실을 진실이라고 잘못 알았으나 그 사실을 진실이라고 믿은데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명예훼손이나 사생활침해 등의 책임을 면하게 해주는 제도다. 조선일보로선 앞으로 진행될 소송에 대비해 채 총장에게 혼외아들이 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자료와 취재과정이 있었으며 공익에 부합하는 보도였던 점을 강조할 것이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혼외아들’ 보도가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두고선 회의적 시각이 많다. 김준현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언론위원장)는 “보도의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공인의 사생활이 업무와 무관한 경우에는 공익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법에 밝은 또 다른 변호사도 “보도의 진실성은 언론사가 입증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조선일보가 입증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사생활침해로 갈 경우엔 보도의 공익적 측면이 없어 더 어려울 것”이라 전했다.

언론중재위원회에 따르면 1990~1999년 사생활침해와 관련된 소송에서 언론사의 승소율은 5.6%에 불과했다. 2012년의 경우 118건의 소송 중 원고유형별 소송 결과를 살펴보면 공적인물과 국가기관의 승소율이 83.3%로 높게 나타났다. 공직자의 경우 원고 승이 7건, 원고패가 11건으로 나타났다. 일간신문을 상대로 한 원고 승소율은 37.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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